ADVERTISEMENT

이재명·이낙연 내전, 오늘 TV토론…'원팀' 화해문구도 싸움 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전 대표(왼쪽)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전 대표(왼쪽)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1·2위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간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적통(嫡統) 논쟁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논란에 이어 불거진 ‘백제 발언’ 공방이 진실 싸움으로 치달으면서다. 민주당 지도부가 날 선 비방전을 수습하기 위해 28일 개최하는 ‘원팀 협약식’의 협약 내용을 두고서도 양측은 하루 전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발언한 적 없다” vs “분명히 말했다”

이재명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진 의원과 이낙연 캠프 상황본부장 최인호 의원은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차례로 출연해 설전을 벌였다. 이 전 대표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표결 때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란 의혹에 대해, 김 의원은 “(2004년)탄핵 반대를 외쳤던 설훈 의원은 당시 언론과 인터뷰에서 ‘탄핵에 찬성한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에 ‘이낙연 김효석, 전갑길이다’라고 표명했다”며 “제가 보기에는 조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현재 이낙연 캠프의 선대위원장이다.

이에 최 의원은 “수차례 이 전 대표로부터 반대했다는 말씀을 들었고, 또 (본인이) 실제 TV 뉴스나 각종 인터뷰에서 반대했다고 명백히 밝혔다”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이어 “여러 가지 정황이나 또 정치적 양심을 걸고 반대했다고 명백히 수차례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거짓말로까지 몰고 가는 것은 이건 전형적인 네거티브”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캠프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낙연 캠프 상황본부장 최인호 의원은 27일 라디오 방송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표결 논란과 '백제 발언'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갔다. 오종택 기자

이재명 캠프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낙연 캠프 상황본부장 최인호 의원은 27일 라디오 방송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표결 논란과 '백제 발언'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갔다. 오종택 기자

두 의원은 이른바 ‘백제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진실 공방을 벌였다. 김 의원은 “(이 지사가) 지역주의를 근거로 그 사람이 확장력이 있냐 없느냐로 발언한 적은 전혀 없다”며 이낙연 캠프의 의혹 제기에 대해 “전형적인 견강부회고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 의원은 “이 지사가 ‘지역적 확장력은 저에게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특정 지역에 대한 불가론의 인식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뢰·실적과 유능함, 청렴함’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으며 “진짜 현실적으로 이기는 카드가 무엇이냐를 봤을 때 제일 중요한 건 확장력”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을 두고 이재명 캠프 내부에선 “이 지사가 ‘지역적 확장력’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최 의원이 거짓 주장을 펼쳤다.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핵심 관계자)는 말까지 나왔다.

‘원팀’ 협약 문구도 갈등…TV토론 후보 격돌 불가피

자칫 고발전으로 번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대해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경선 때 상대 후보 검증은 어쩔 수 없다지만, 중요한 건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얻는 것 아니겠냐.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서로 ‘내가 하면 검증, 네가 하면 비방’이라고 핏대만 세우고 있다. 서로 상처만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경기도 교통연수원 전직 간부가 이 전 대표를 조직적으로 비방했다는 ‘SNS 봉사팀’ 의혹과 관련한 공방은 검찰 수사로 넘어간 상태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8일 후보 간 일종의 신사협정인 ‘원팀 협약식’을 개최할 예정이지만, 이를 둘러싸고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캠프 측이 “고의적 사실 왜곡이나 조작에 대한 ‘제재 규정’이 협약문에 포함돼야 한다”고 요청한 데 대해, 이낙연 캠프가 “사실 검증을 위해 대리인 1대1 토론을 하자”고 맞받아치면서다. 이낙연 캠프 핵심 관계자는 “검증이 필요한 건 토론으로 해소하면 되지, 검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단 취지”라며 “(이재명 캠프가 요청한) 제재 규정은 명시적으로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28일 TV토론에서 후보 본인이 직접 공방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8일 오후 예비경선 TV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는 모습.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28일 TV토론에서 후보 본인이 직접 공방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8일 오후 예비경선 TV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는 모습. 임현동 기자

이에 따라 28일부터 다시 시작되는 TV토론에서 이재명·이낙연 후보는 거센 설전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양쪽 캠프 내부에서 모두 강경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지역 기자들과의 만난 자리에서 “광주·전남은 제가 나고 자란 곳이다. 저의 육신뿐만 아니라 내면이 형성된 곳이 바로 광주·전남”이라며자신의 ‘호남 정체성’을 강조했다. 반면 이 지사는 이날 SNS에 “계곡 불법점거 긴급특별단속지시를 내렸다”고 밝히는 등 경기지사 업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 채 ‘지역주의 논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