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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화물 적재공간부터 승차감까지 … 심사위원들 깐깐한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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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로부터 다양한 테스트를 받고 있는 쉐보레 콜로라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포드 레인저(왼쪽부터 시계방향)가 픽업트럭 성격에 맞춰 온로드와 오프로드 주행 시험장을 누비고 있다. [사진 오토뷰]

심사위원들로부터 다양한 테스트를 받고 있는 쉐보레 콜로라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포드 레인저(왼쪽부터 시계방향)가 픽업트럭 성격에 맞춰 온로드와 오프로드 주행 시험장을 누비고 있다. [사진 오토뷰]

“오버스티어가 두드러졌다” “고역대와 저역대 사운드가 불만이다” “강한 제동 시 페이드 현상이 나왔다”  “사이드스텝이 없다는 점은 불편하다”

‘중앙일보 세그먼트 챔피언 2021’ 심사 현장 스케치 #내부 코팅 상태, 사운드 시스템 비교 #실내 소재와 공간도 하나하나 살펴 #41가지 평가 ‘콜로라도’ 최고 점수

수입 중형 픽업트럭 비교를 진행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다. 같은 등급의 경쟁 모델을 한자리에 모았기에 심사위원들은 조금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한층 더 엄정한 기준으로 차량을 평가해 나갔다. 픽업트럭이라고 적당히 시험하지 않았다. 시속 160km 이상까지 가속하는가 하면 빠른 속도에서 강하게 속도를 줄여 브레이크 성능과 내구성도 검증했다. 주행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오버스티어(후륜이 바깥으로 미끄러지는 현상)를 잡아내는 고난도 운전법도 활용했다.

지난 4일, 화성시 송산면에 위치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5인의 심사위원들이 모였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 중형 픽업트럭의 비교 평가를 위해서다. 대상 모델이 3대 뿐이기에 간단히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약속된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모든 평가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현장에 나열된 픽업트럭은 쉐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지프 글래디에이터. 모두 각자 개성이 뚜렷한 만큼 심사위원 누구도 섣불리 우승 후보를 예상하지 못했다.

평가는 픽업트럭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트럭 베드(트럭의 화물 적재공간) 확인으로 시작됐다. 화물칸의 경쟁력이 곧 픽업트럭의 경쟁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먼저 테일게이트(열고 닫을 수 있는 문)부터 확인했다. 콜로라도와 글래디에이터는 손잡이를 당기고 손을 놓아도 부드럽고 안전하게 문이 내려왔다. 반면 레인저는 별도의 감쇠력 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아 ‘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트럭 베드의 내부 코팅 상태도 꼼꼼히 점검했다. 3개 모델 모두 플라스틱 패널을 덧대지 않고 스프레이 코팅을 더해 꼼꼼히 마감돼 있었다. 이외에 트럭 베드에 외부 전원 공급이 용이한지도 꼼꼼하게 심사했다. 크기 및 용량은 측정장비를 활용한 실측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다양한 테스트를 받고 있는 쉐보레 콜로라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포드 레인저(왼쪽부터 시계방향)가 픽업트럭 성격에 맞춰 온로드와 오프로드 주행 시험장을 누비고 있다. [사진 오토뷰]

심사위원들로부터 다양한 테스트를 받고 있는 쉐보레 콜로라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포드 레인저(왼쪽부터 시계방향)가 픽업트럭 성격에 맞춰 온로드와 오프로드 주행 시험장을 누비고 있다. [사진 오토뷰]

콜로라도는 트럭 베드로 오르고 내리기 쉽도록 발 받침대를 갖추고 있었다. 다른 경쟁 모델들은 트럭 베드로 올라가는 것 자체가 일이 될 정도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콜로라도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처럼 쉽게 트럭 베드 접근이 가능했다. 차량의 승하차성도 확인했는데, 콜로라도와 레인저는 사이드스텝이 있는 반면 글래디에이터는 없어 차량 승하차가 불편했다.

실내 소재와 공간도 하나하나 비교했다. 추가 구성으로 내부 패널 색상도 바꿀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트럭이기 때문에 대부분 투박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쉐보레 콜로라도가 가장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간은 모두 대동소이했다. 김기태 심사위원(오토뷰 PD)은 “3개 모델 모두 의외로 뒷좌석 시트백 각도를 비롯해 공간적으로 아쉽지 않다”라고 말하면서 “시트 하단 수납공간도 유사했다”는 평을 남겼다. 다만 글래디에이터는 차체 골격을 구성하고 있는 부분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했다.

사운드 시스템도 비교 평가했다. 동일한 음원을 이용해 3개의 차량을 번갈아 청취한 결과 특정 모델이 특별히 뛰어난 음향감을 전달하지는 않았다. 이동현 심사위원(중앙일보 기자)은 “모두 비슷한 성능을 보여줬지만 콜로라도가 보스(BOSE) 사운드 시스템 특유의 음색이 잘 살아났다. 반면 글래디에이터는 고음과 저음 영역대가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픽업트럭이라는 장르에 맞춰 주행 테스트는 포장 도로와 비포장 도로를 오가며 진행했다. 포장 도로에서는 이원일 심사위원(프로 레이싱드라이버)와 김동륜 심사위원(금호타이어 연구원)이 기량을 발휘했다. 빠른 가속과 강한 제동력을 이끄는가 하면 후륜을 미끄러트리며 주행하는 다이내믹한 모습도 연출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다양한 테스트를 받고 있는 쉐보레 콜로라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포드 레인저(왼쪽부터 시계방향)가 픽업트럭 성격에 맞춰 온로드와 오프로드 주행 시험장을 누비고 있다. [사진 오토뷰]

심사위원들로부터 다양한 테스트를 받고 있는 쉐보레 콜로라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포드 레인저(왼쪽부터 시계방향)가 픽업트럭 성격에 맞춰 온로드와 오프로드 주행 시험장을 누비고 있다. [사진 오토뷰]

매우 가혹한 주행 테스트를 콜로라도는 모두 무난하게 통과했다. 김동륜 심사위원(금호타이어 연구원)은 콜로라도 주행 후 “승용 감각의 조향 성능을 갖췄다. 제어가 용이하고 섀시 밸런스 및 강성감도 양호했다. 기본기가 탄탄한 주행성능과 함께 경쾌한 가속감, 신뢰할 수 있는 제동성능을 겸비했다”는 평을 남겼다.

포드 레인저는 강한 제동 시 브레이크 성능이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빠른 속도에서 후륜이 불안정하게 움직였다는 부분에서 감점을 받았다. 반면 험로 환경에서는 글래디에이터의 4륜 구동 시스템이 빛을 발하며 가장 뛰어난 돌파력을 구사했다.

단순히 주행 시험만 한 것은 아니다. 이원일 심사위원(프로 레이싱드라이버)은 정신없이 운전하는 상황에서도 픽업트럭에서 중요한 트레일러 브레이크, 후진 가이드와 같은 요소를 비교 평가했다. 견인 부분에서도 가장 많은 구성을 갖추고 있는 콜로라도가 다시 한번 동급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왼쪽부터 포드 레인저의 실내 구성 사항을 살펴보는 이원일 심사위원. 현장에서 의견을 나누며 평가를 진행 중인 심사위원들. 픽업트럭 뒷좌석 공간에 김동륜 심사위원과 김기태 심사위원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포드 레인저의 실내 구성 사항을 살펴보는 이원일 심사위원. 현장에서 의견을 나누며 평가를 진행 중인 심사위원들. 픽업트럭 뒷좌석 공간에 김동륜 심사위원과 김기태 심사위원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포드 레인저의 실내 구성 사항을 살펴보는 이원일 심사위원. 현장에서 의견을 나누며 평가를 진행 중인 심사위원들. 픽업트럭 뒷좌석 공간에 김동륜 심사위원과 김기태 심사위원이 논의하고 있다.

비포장길 주행도 빠른 속도, 느린 속도, 진흙길 주파 등 다양한 환경 속에서 이뤄졌다. 일반 승용차용 타이어가 탑재된 포드 레인저는 진흙길에서 특히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오프로드 주행까지 겸비한 타이어가 장착된 콜로라도와 글래디에이터는 우수한 접지력으로 안정된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고태봉 심사위원(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험로에서는 글래디에이터가 보다 우수하지만 그 정도 험로를 찾아다닐 소비자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콜로라도의 오프로드 주행성능도 기대 이상으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승차감을 비롯한 정숙성 부분도 꼼꼼하게 확인했다. 전용 계측장비를 활용해 정숙성을 측정했으며, 반복된 주행을 통해 승차감과 운전 편의성 등을 비교 평가했다. 김동륜 심사위원(금호타이어 연구원)은 “레인저가 스티어링 응답 및 자연스러운 반응은 가장 양호했으며, 콜로라도는 승용차 감각과 유사해 운전이 편했다. 글래디에이터는 오프로드 특성을 살리다 보니 반응이 느렸고 제동 시 차체 진동이 유입됐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총 41가지 심사 항목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모델은 쉐보레 콜로라도였다. 콜로라도는 총점 2050점 중 1655점을 받으며 1위에 올랐다. 2위를 차지한 경쟁사 픽업이 1448점, 가장 낮은 점수는 1340점으로 나와 경쟁 모델과 점수 차를 벌리며 여유롭게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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