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연말까지 이라크 전투 임무 종료”…中 견제 집중할 듯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15:3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무스타파 알 카디미 이라크 총리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무스타파 알 카디미 이라크 총리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의 전투 임무를 올해 말 종료하기로 했다고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 주요 매체들이 전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이라크에서 단순 후방 지원으로 군사력을 축소시키는 건 18년 만의 일이다.

아프간 철수 이어 이라크도 역할 축소
'美 파워 공백' 노린 친이란 세력 변수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에서 방미 중인 무스타파 알 카디미 이라크 총리를 만나 “연말에는 이라크에서 전투 임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라크에서 우리의 역할은 계속 훈련하고 지원하며, 이슬람국가(IS)에 대처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올해 연말까지, 우리는 전투 임무에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다. 이라크에는 현재 2500명 가량의 미군 병력 남아 있다.

WP는 이에 대해 “이번 조치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중동과 테러리즘에 집중했던 미국의 ‘포스트 9ㆍ11 세계관’이 중국과 사이버 안보 대응으로 옮겨가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이라크에서의 전투 임무 종료는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수 선언에 이어 미국의 대외정책 대전환을 알리는 또 하나의 지표가 될 전망이다. 20년을 끈 대테러 정책 대신, 급부상하는 중국에 집중하는 것이 바이든 대외정책의 새로운 축이 됐다는 의미에서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 4월 “오는 9월 11일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상당 부분 철수가 이뤄져 탈레반 세력이 미군의 공백을 메워가고 있다. 미국은 또 9ㆍ11 테러리스트 수감 시설인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 수용소도 폐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모로코인 수감자 1명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조치를 했다. 관타나모는 미국이 9ㆍ11 이후 ‘테러 연루자’를 법원의 영장이나 기소 없이 구금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이다.

다만 CNN은 “아프간과 달리 완전 철수를 택하지 않은 것은 이라크 내 반미 세력, 친(親)이란계 민병대를 의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9·11 이후 20년 만의 무게 중심추 이동”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이라크 총리와 정상회담 도중 생각에 잠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이라크 총리와 정상회담 도중 생각에 잠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앞서 2003년 미국이 9·11 후속 조치로 단행한 이라크 전쟁은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락시켰지만,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안팎의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전쟁 개시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 했을 뿐더러, 미군을 비롯한 무고한 인명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있었다. 미군 주둔 규모가 가장 컸던 때는 2007년으로, 알카에다 격파를 위해 17만 명의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했다.

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개인적으로도 장남 보 바이든(2015년 사망)이 이라크 복무 과정에서 군 폐기물 독소에 노출, 뇌종양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2011년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 전쟁 종식과 함께 철수를 검토했지만, IS의 득세로 미군은 작은 규모의 대테러 임무를 계속 해왔다.

중동에서 아시아로 무게 추를 과감히 옮겨 가려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대해 미 공화당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은 바이든 정부 기조가 “알카에다와 IS의 부활을 부추기는 재앙을 만들어가는 행위”라고 비판해왔다.

실제 미군이 철수를 진행하고 있는 아프간에선 탈레반이 주요 도시를 장악하는 등 집권 세력으로 득세하고 있다. 올 상반기 아프간의 민간인 사망자가 지난해보다 47% 늘었다는 유엔의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시아파 맹주 이란의 이라크 내 세력 확장도 변수다. 이라크 현 정부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지만, 미국의 군사적 공백을 노린 이란이 이라크 내 영향력 확대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란의 지원을 받은 민병대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중심부를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 주둔 미군에 로켓과 드론 공격을 시도해왔다. [AP=연합뉴스]

이란의 지원을 받은 민병대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중심부를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 주둔 미군에 로켓과 드론 공격을 시도해왔다. [AP=연합뉴스]

이와 관련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미국의 전투 임무 종료 선언은 미국이 9ㆍ11 테러 이전의 개발ㆍ외교를 통한 전통적인 중동 관여 정책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라며 “이는 대범한 전략 전환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이란에는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대신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의 도발을 자제하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일 수 있다”고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