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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만에 다시 마스크 쓰는 美, 백신 접종도 의무화 시동

중앙일보

입력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백신 접종소에서 열을 재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백신 접종소에서 열을 재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다시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권고한 지 2개월여 만에 일부 지역에서 마스크가 부활했다.

미 CDC '백신 접종자 마스크 벗어도 돼' #코로나19 환자 몰린 도시는 "마스크 써라" #캘리포니아·뉴욕은 공무원 접종 의무화 #백악관, 정책 후퇴로 비치는 행동 피하려

백악관과 CDC 등 연방 정부는 여전히 백신을 맞은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지만, 델타 변이가 폭증하는 지역에서 스스로 CDC 권고보다 더 강한 방역 대책을 선택한 셈이다.

돌파 감염이 속출하고, 누가 미접종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증상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백신 접종 의무화도 곳곳에서 논쟁이 되고 있다.

미 중부 미주리주의 세인트루이스시는 26일(현지시간) 실내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명령을 부활시켰다. 5세 이상 모든 주민은 실내와 공공장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써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도 예외가 아니다.

백신 완전 접종률이 35.4%에 그치는 세인트루이스시는 최근 델타 변이가 퍼지면서 확진과 입원이 대폭 증가했다고 CNN이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와 매사추세츠주의 프로빈소타운, 조지아주의 사바나 등 지방 정부들도 CDC 권고와 반대로 백신 접종자를 포함해 모든 주민에게 마스크를 의무화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 정부 차원에서 마스크 부활에 소극적인 가운데 당장 델타 변이 확산으로 사정이 급한 곳들은 독자적으로 코로나19 방역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연방 정부 부처와 주 정부, 의료단체 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를 발표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시는 공무원과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는 모든 공무원과 보건의료인 약 25만 명, 뉴욕시는 공무원과 보건의료인, 교사, 경찰, 소방관 등 34만 명이 대상이다.

이들은 8월 또는 늦어도 9월 13일까지 백신을 맞았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마스크를 써야 하며, 매주 코로나19 진담 검사를 해 음성을 받아야 한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델타 변이와 싸우면서 모두의 회복력을 지속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직장인들이 사무실로 복귀하고, 학교는 대면 수업을 재개하고, 뉴요커들이 여름 휴가에서 돌아오는 9월께가 코로나19 재확산 여부의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시는 미국에서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곳 중 한 곳이지만 접종자는 500만 명, 미 접종자는 200만 명으로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미 보훈부도 이날 소속 의료인 11만 5000명 전원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접종을 거부할 경우 캘리포니아나 뉴욕과 같이 '마스크 쓰기'와 '매주 코로나19 검사 음성' 같은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앞으로 8주 안에 전원 백신을 맞아야 한다.

CDC는 지난 5월 백신을 맞은 사람은 실내에서도, 미 접종자를 만날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다. 6피트(약 1.8m)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해제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기점으로 미국이 바이러스로부터 독립했다고 선언하자 사실상 모든 코로나19 방역 조치들이 해제됐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시기에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가 확산했고,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확진과 입원, 사망이 늘었다.

백악관이 마스크 착용 지침을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전문가인 CDC 의견을 존중할 것이고, CDC는 과학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데, 현재로써는 두 달 전과 달라진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서 '후퇴'로 비칠 수 있는 조치를 피하기 때문에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미국 의사협회 등 58개 보건의료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소속 의료 종사자의 백신 접종 의무화를 요구했다. 미 소아과의사협회는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CDC 지침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권고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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