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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도 폭염에 최악 가뭄까지…"목 마르다" 이란 유혈시위 확산 [영상]

중앙일보

입력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州)에서 주민들이 타이어를 태우며 단수 사태에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SNS, 유튜브 갈무리]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州)에서 주민들이 타이어를 태우며 단수 사태에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SNS, 유튜브 갈무리]

"기온은 50도에, 습도도 높은데, 물은 없다"

50년 만에 기록적인 가뭄이 찾아온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州)에서 상수도 단수에 항의하는 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이란 보안군이 심각한 물 부족으로 시위하는 후제스탄 주민들을 향해 발포하고 있다"며 현장 상황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 지역은 지난주 기온이 50도까지 치솟은 가운데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상수도가 끊겼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2주째 이어지던 중 23일까지 시위대와 시민 최소 8명(10대 소년 포함)이 진압으로 사망했다고 국제엠네스티가 밝혔다. 엠네스티에 따르면 보안군과 정보군이 수십명의 시위대와 활동가를 대거 체포했고 산탄총, 최루탄 등으로 시민 수십명이 다쳤지만 체포가 두려워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현지 보안 당국은 지난 21일 마샤르시에서 경찰관 2명이 시위대가 쏜 총에 맞았고 이 중 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州) 주민들이 가두 행진을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SNS, 유튜브 갈무리]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州) 주민들이 가두 행진을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SNS, 유튜브 갈무리]

주민들은 특히 후제스탄에 큰 댐이 있는데도 정부가 수자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후제스탄주 여러 마을에서는 "오랜 세월 차별을 받았다"며 항의하는 시위도 열렸다. 후제스탄은 수니파 무슬림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시아파가 주류인 이란에서 소외된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라크와 국경을 접한 이 지역 주민들은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황폐해졌음에도 정부가 재건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여긴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2019년 반정부 시위의 진원지이기도 한 후제스탄주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2일 "단수 사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처음 언급했다. 앞서 엠네스티가 이란을 향해 유혈 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 뒤 유엔(UN) 인권이사회에 군의 유혈 진압 증거 수집을 촉구한 데 대해서는 "이란의 적들이 물 부족 상황을 이용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레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EPA=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레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EPA=연합뉴스]

인근 국가들도 폭염과 가뭄, 에너지 고갈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기온 급상승과 함께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에서는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겨 장기간 정전 중이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한 전문가는 시리아가 이란과 함께 '물 파산' 상태라고 평가했다. 유니세프는 앞으로 4~6주 사이 레바논에서도 전국적으로 물 공급이 중단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중동연구소 소속 학자 제시카 오베이드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중동에서도) 기후 변화와 그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문제의 뿌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부실한 계획, 약한 정치적 환경, 전력 부문에 대한 적은 투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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