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도시 '청약파티' 소외됐다…대기업 흙수저와 4050세대 분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예정된 3기신도시 3만 가구 사전청약의 첫 접수가 28일 시작된다. 경기도 성남시 성남 복정1지구의 모습. 뉴스1

올해 예정된 3기신도시 3만 가구 사전청약의 첫 접수가 28일 시작된다. 경기도 성남시 성남 복정1지구의 모습. 뉴스1

오는 28일부터 시작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앞두고 청약 자격과 당첨 조건 등이 알려지면서 '청약 파티'에 끼지 못하는 세대와 계층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전 청약으로 나오는 아파트 중 상당수는 월급 모으는 것으로는 꿈꾸기도 어려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청약 파티'란 말까지 나오는데, '억울하게' 그런 파티에 초대받지 못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전 청약 물량은 인천 계양·남양주 진접2·성남 복정1·의왕 청계2·위례신도시 등에 지을 아파트 4333가구인데, 이 중 신혼부부 배정분이 2658가구로 전체의 61.3%를 차지한다. 결혼했거나 자녀가 있는 가구 중 단 한 번도 집을 소유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상이어서 젊은층에게 유리한 생애최초 특별공급 595가구까지 포함하면 모두 3253가구로 전체의 75%가 젊은층 수요자 몫이다. 이런 비율은 올해 사전청약을 하는 3만 가구 모두 마찬가지다.

 이달 28일 사전청약을 받는 3기 신도시 5곳의 위치도. 국토교통부

이달 28일 사전청약을 받는 3기 신도시 5곳의 위치도. 국토교통부

청약저축통장 납입금액 순으로 당첨자를 뽑아 청약저축 가입 기간이 긴 40~50세대들에 유리한 일반 분양분은 378가구로 전체의 8.7%뿐이다. 이번 청약지 5곳 중 선호도가 높은 위례신도시와 의왕 청계는 신혼희망타운으로만 분양되기 때문에 일반 분양분 자체가 없다.

이렇게 일반 분양분이 적다 보니 3시 신도시 청약을 기다려온 4050세대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일산신도시 강촌마을 전셋집에 살고 있다는 주부 김모씨(45)씨는 "1~2년 전부터 집값 오르는 게 심상치 않아 남편에게 집을 사자고 했는데, 남편은 3기 신도시 청약을 하자며 나를 말렸다"며 "그 사이 집값은 배가량 올랐고, 12년 부은 청약저축 통장으로는 3기 신도시 청약에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사전청약으로 분양되는 3기 신도시 위치와 청약 추진 일정. 국토교통부

올해 사전청약으로 분양되는 3기 신도시 위치와 청약 추진 일정. 국토교통부

실제 전문가들은 이번 3기 신도시 일반 분양분 당첨 커트라인(청약저축납입액 기준)이 2400만원 이상일 것으로 본다. 20년간 무주택자격을 유지하며 매달 10만원씩 부어야 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위례 공공분양에선 커트라인이 3130만원까지 올라갔다.

젊은층 수요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이어진다. 현대차그룹 소속 연구원인 신모(37)씨는 "나 같은 '대기업 흙수저'에게 3기 신도시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씨가 이렇게 얘기한 이유는 '소득 기준' 때문이다. 신혼부부특공과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맞벌이 가구 기준으로 세전소득이 844만원 이하여야 청약할 수 있다. 웬만한 대기업 맞벌이 부부는 이런 소득 기준을 맞출 수 없다.

삼성화재 직원 권모(38)씨는 "열심히 공부해 취직했고, 부부가 치열하게 일하고 아끼면서 애 둘 키우고 있는데 정말 모은 돈이 얼마 없다"며 "직업 없이 부모 도움으로 살면서 신혼부부특공 받아 수억원의 평가이익을 보고 있는 금수저 친구를 보면 참 생각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런 분노는 '서민 주거 안정'을 내세운 이 정부가 특정 계층 및 세대에 혜택을 몰아주는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이번 분양물량의 절반가량인 신혼희망타운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신혼부부 특화형 주택이다. 또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지난해 7·10부동산 대책 때 나온 것이다.

공급 물량이 한정된 신도시에서 이런 '특별공급'이 늘어나면 당연히 일반 공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생애최초 특별공급 발표 당시 40~50세대들은 "젊은 시절 신혼·생애 최초 같은 특별 공급을 구경도 못 해 본 중장년층에게 이제 와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말아달라. 오랫동안 무주택으로 살아온 중장년층에게 신도시 당첨 기회를 돌려달라"는 청원들이 청와대에 접수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