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넘었다, 황선우 금메달만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00:03

지면보기

경제 06면

황선우가 26일 도쿄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역영하고 있다. 8명이 오르는 결승에 6위로 진출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황선우가 26일 도쿄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역영하고 있다. 8명이 오르는 결승에 6위로 진출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올림픽 경영 자유형 200m에 나서는 황선우(18·서울체고)가 아시아기록을 넘보고 있다. 이미 박태환(32)을 넘어 한국신기록을 세운 그는 쑨양(30·중국)의 아시아기록에도 근접했다.

9년 만에 자유형 200m 결승 진출
예선전서 1분44초62 한국신 수립
오른팔 힘주는 ‘엇박자 영법’ 효과
오늘 결승, 메달·아시아 기록 노려

황선우는 26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경영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1분 45초 53의 기록으로 전체 6위에 올라 결승에 진출했다. 올림픽 경영 종목 결승 진출은 2012년 런던 대회 박태환 이후 한국 선수로는 9년 만이다. 황선우는 전날 예선에선 1분 44초 62의 한국신기록 및 세계주니어신기록을 세웠다. 박태환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때 작성한 종전 한국기록(1분 44초 80)을 11년 만에 0.18초 줄였다.

황선우는 쑨양이 2017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아시아신기록(1분 44초 39)도 깰 수 있어 보인다.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은 “지난해부터 기록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 올림픽에서 쑨양 기록보다 빠른 1분 43초대도 가능하다”며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선우가 긴장할까 걱정이었다. 그런데 선수촌 식당에서 음식도 잘 먹고 잠도 잘 잔다고 한다. 평소처럼 무덤덤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황선우, 쑨양 아시아 기록 넘는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황선우, 쑨양 아시아 기록 넘는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수영 동호회 출신인 부모를 따라 다섯 살에 수영을 시작한 황선우는 어린 시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또래 사이에선 잘하는 편이라서 서울체중에 왔지만, 그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한 명씩은 있었다. 황선우는 “난 힘이 부족하고, 운동 신경이 뛰어나지도 않다. 수영선수인데 폐활량도 좋지 않다”고 고백했다. 민석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박사도 “지난해 말 황선우 기록 연구를 위해 신체 능력에 대해 측정했는데, 다른 선수에 비해 폐활량 수치가 좋지 않아 놀랐다”고 전했다.

키 1m87㎝인 황선우는 박태환(1m83㎝)보다 크다. 지난 1년간 1㎝ 성장했고, 지금도 크고 있다. 양팔을 벌린 길이는 1m93㎝로 박태환(192㎝)보다 조금 길다. 민석기 박사는 “키가 자라고 있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아직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체질량 지수가 11%로 다부진 편”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황선우는 미완성 선수다. 근력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어떻게 아시아기록을 넘보는 괴물이 됐을까. 이 감독은 “코로나19 시대가 잠자고 있던 천재를 깨웠다”고 표현했다. 아직 체력이 달리는 황선우는 회복이 느린 편이다. 국내 대회에 전부 출전하고 빡빡한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몸이 무거웠다. 하루에 두 번 경기하면 기록이 떨어졌다. 황선우는 올림픽에서도 준결승 기록이 예선보다 나오지 못한 것에 대해 “전날 저녁에 예선을 치르고 다음 날 오전 준결승을 하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국내 대회가 거의 열리지 않았다. 수영장도 한동안 폐쇄됐다. 황선우는 부족한 체력에 맞게 휴식과 훈련을 분배할 수 있었다. 그러자 기록이 점점 빨라졌다. 2019년 10월 전국체전 자유형 200m에서 1분 47초 69를 기록했는데 1년 9개월 동안 3초 가까이 기록을 단축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황선우의 상승세는 무시무시하다.

수영 관계자들은 “황선우는 물감(感)을 타고났다”고 표현한다. 황선우는 수영을 시작할 때부터 한쪽 스트로크에 힘을 더 실어주는 로핑 영법(loping stroke)을 구사했다. 보통 선수들은 오른팔과 왼팔로 ‘땅, 땅’ 정박자 스트로크를 한다. 반면 황선우는 ‘따아, 땅’ 엇박자를 만든다. 오른팔을 길게 뻗어서 돌리고, 왼팔은 짧고 빠르게 돌린다. 체력 소모가 큰 영법이지만 순간적으로 힘이 붙어 빠르게 치고 나가기에 유리하다. 단거리 선수에게 적합한 영법이다.

김효식 한국체육대 체육학과 교수는 "로핑 영법을 하면 한쪽에 힘이 더 들어가 물속에서 몸이 기우뚱하는 게 보인다. 그런데 황선우는 오른쪽에 더 힘을 싣는 스트로크를 하는데도 양쪽 균형이 잘 맞는다. 자세히 봐야 엇박자 스트로크라는 게 보일 정도로 밸런스가 좋다”고 설명했다.

황선우는 27일 오전 10시 43분 자유형 200m 결승에 나선다. 그는 "결승에선 (메달보다) 기록 경신을 목표로 잡고 있다. 컨디션 관리 잘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던컨 스캇(영국·1분44초60)과 키어런 스미스(미국·1분45초07·이상 준결승 기록)가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황선우가 자신의 기록을 다시 깬다면, 아시아기록 달성은 물론 메달도 딸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