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매입임대 주택 공급 중단을 요구했다. 매입임대는 기존 다세대, 다가구 빌라 등을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받아 매입해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것이다.
경실련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SH공사가 싸고 질 좋은 공공주택을 늘리는 대신 기존 주택을 무분별하게 매입하는 방식으로 숫자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H공사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SH 매입임대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경실련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 19년(2002~2020년)간 1730채, 2만 세대의 주택을 4조801억원에 취득했다. 1채당 23억원, 가구당 1억 9000만원에 사들인 셈이다. 유형별로는 다가구가 66%를 차지했으며 도시형 생활주택 26%, 사회주택 1% 등이 뒤를 이었다.
역대 시장별로는 세대수 기준으로 이명박 6%(1164세대), 오세훈 11%(2300세대), 박원순 84%(1만 7533세대)로 나타났다. 가구당 취득가는 이명박 6000만원, 오세훈 1억 5000만원, 박원순 2억 1000만원 상승했다. 반면 가구당 토지 면적은 이명박 8.3평, 오세훈 9평, 박원순 7.6평으로 더 줄어들었다는 게 경실련 주장이다.
경실련은 “면적은 줄어들고 매입가는 상승했지만, 서울시와 SH공사가 무분별하게 기존주택을 사들이며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같은 예산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것보다 공공택지를 개발하면 2배 더 많은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며 “자산가치도 아파트가 기존 다가구 주택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SH공사가 개발한 내곡·수서·위례 등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 원가는 평당 평균 930만원이지만, 매입임대주택 취득가(문재인 정부 이후 기준)는 평당 1640만원으로 약 1.8배라는 분석이 나왔다. 가장 비싸게 매입한 경우는 강동구 암사동의 다가구로 매입가가 평당 2960만원이었다. 금천구 시흥동의 다가구 주택은 400억원에 매입해 건물 1채당 취득가가 가장 높았다.
경실련은 또 특정 지역에 매입이 편중돼 공실률이 24%에 달한다고 봤다. 자치구별로 보면 매입임대 공급이 가장 많은 구는 강동구로 2256세대가 공급돼 전체의 11%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용산구 31세대, 중구 39세대 등 하위 5개 구의 총 매입임대 공급 수는 492세대였다.
경실련은 “수요나 기존 매입실적 등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 지역에 편중된 매입은 과다한 공실률로 이어졌다”며 “SH공사 내 매입심의위원회가 가격과 수요공급의 적절성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또 “집값 폭등으로 잔뜩 오른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와 부패를 유발할 수 있다”며 “특혜성 매입임대로 양적 확대를 추구하는 정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매입임대주택은 작은 토지에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이라며 “장기간 소요되는 택지개발사업에 비해 직장·주거 근접성이 높은 수요자 맞춤형 주택으로 서울시 전역에 거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공가 해소 방안에 대해선 “대책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