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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나무로 만든 실 오밀조밀 엮으면 나만의 생활 소품이 뚝딱

중앙일보

입력

이수정(왼쪽) 학생기자와 유지민 학생모델이 서울시 노원구에 있는 라탄 공예 전문 공방 가람 작업실을 찾아 라탄 환심을 활용해 다양한 생활 소품을 만들어봤다.

이수정(왼쪽) 학생기자와 유지민 학생모델이 서울시 노원구에 있는 라탄 공예 전문 공방 가람 작업실을 찾아 라탄 환심을 활용해 다양한 생활 소품을 만들어봤다.

동남아시아에 관심 있거나 여행한 적 있는 소중 친구들이라면 갈대로 만든 것처럼 생긴 가구나 가방·액세서리 등을 본 기억이 있을 거예요. 이 갈대처럼 생긴 것의 정체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열대우림에서 자생하는 라탄(Rattan)이란 식물이에요. 잘 휘어지고 가벼워서 오래전부터 다양한 소품 재료로 사랑받았죠. 이수정 학생기자와 유지민 학생모델이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라탄 공예 전문 공방 가람 작업실을 찾아 라탄 공예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문가람 선생님이 이들을 맞이했죠.

라탄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열대우림에서 자생하는 덩굴성 식물이다. 질기고 잘 휘어지는 특성을 가져 다양한 생활 소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라탄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열대우림에서 자생하는 덩굴성 식물이다. 질기고 잘 휘어지는 특성을 가져 다양한 생활 소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라탄으로 만든 목마 모양의 의자. 라탄 환심은 지름 약 2mm부터 약 6cm까지 다양한 굵기가 있기 때문에 용도에 따라 구분해 쓸 수 있다.

라탄으로 만든 목마 모양의 의자. 라탄 환심은 지름 약 2mm부터 약 6cm까지 다양한 굵기가 있기 때문에 용도에 따라 구분해 쓸 수 있다.

 라탄 환심을 엮어 만든 핸드백과 가방, 주전자 케이스 등 여러 종류의 생활 소품들.

라탄 환심을 엮어 만든 핸드백과 가방, 주전자 케이스 등 여러 종류의 생활 소품들.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건 라탄으로 만든 여러 형태의 생활 소품이었어요. 망아지 모양 흔들의자부터 핸드백, 모자 등 패션 아이템은 물론 바구니와 빗자루까지 다양했죠. "라탄으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공방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수정 학생기자의 눈이 초롱초롱해졌어요. "그런데 라탄이란 뭔가요?" 지민 학생모델이 물었어요. "많은 사람이 등나무나 종려나무를 가공해서 심의 형태로 만들었다고 알고 있어요. 사실 라탄은 야자과의 덩굴성 식물의 한 종류랍니다. 약 200여 가지가 있어요." 문 선생이 굵은 실처럼 보이는 환심을 보여줬습니다. 라탄에서 껍질을 제거해 가공한 환심을 다양한 방법으로 엮어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것을 라탄 공예라고 해요. "라탄 환심은 나무이기 때문에 그냥 만지면 딱딱하고 거칠어요. 부러지기도 쉽죠. 하지만 물을 묻히면 유연성이 생겨서 원하는 대로 비틀거나 구부릴 수 있죠. 손에 익으면 원하는 형태는 무엇이든 라탄으로 뚝딱 만들 수 있어요. 나무줄기로 하는 뜨개질이라고 이해하면 돼요."(문)

 가람작업실 문가람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의 라탄 공예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가람작업실 문가람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의 라탄 공예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라탄 공예를 해 보기 앞서 몇 가지 용어를 알아야 해요. 라탄 공예는 환심을 이리저리 엮어 면을 만드는 작업의 반복인데, 대부분 물건의 바닥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바닥은 기둥 역할을 하는 날대와 그 기둥을 감싸서 형태를 잡아주는 사릿대로 이뤄져 있어요. 날대라는 뼈대에 사릿대가 위아래로 번갈아 지나가면서 면이 되는 거랍니다. 또 면적이 넓거나 크기가 큰 작품은 덧날대를 추가하기도 해요. 바닥을 짜는 기법은 열 십자(十)형, 우물 정(井)형, 쌀 미(米)형, 타원(O)형으로 구분됩니다. 바닥이 완성되면 옆면도 만들어야겠죠. 날대 개수가 홀수일 때 사용하는 막엮기, 날대 개수가 짝수일 때 사용하는 따라엮기 등으로 옆면을 만들 수 있어요.

 이수정 학생기자가 라탄 환심으로 파우치의 바닥 역할을 하는 바구니를 만들었다.

이수정 학생기자가 라탄 환심으로 파우치의 바닥 역할을 하는 바구니를 만들었다.

그럼 직접 라탄으로 생활 소품을 만들어볼까요. 수정 학생기자는 라탄 파우치용 바구니와 손거울 케이스 세트를, 지민 학생모델은 티코스터(컵 받침)와 컵 홀더 세트를 각각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들 앞에 환심 한 단과 물이 담긴 대야, 분무기가 놓였어요. 라탄 공예는 처음에는 생소하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초보자는 부피와 면적이 작은 것부터 도전해 기본 원리를 체득하는 게 좋아요. 오늘 만들 소품들은 바닥을 구성하는 기법과 여기에 사용되는 환심의 숫자가 모두 다르므로 완성본을 참고하면서 작업해야 해요.

 라탄 환심으로 손거울 케이스를 만드는 과정. 라탄 공예는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 소품부터 도전해 원리를 체득하는 게 좋다.

라탄 환심으로 손거울 케이스를 만드는 과정. 라탄 공예는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 소품부터 도전해 원리를 체득하는 게 좋다.

수정 학생기자는 손거울 케이스를 먼저 만들기 시작했어요. 참고용으로 옆에 놓인 완성본의 뒷면을 살펴보니 환심을 3개·3개·3개·2개씩 나눠 쌀 미자 모양으로 겹친 형태라는 걸 알 수 있었죠. 날대에서 줄을 감을 지점을 정하고 사릿대를 반시계방향으로 두 바퀴, 시계 방향으로 두 바퀴 돌려요. 이를 매끼돌리기라 해요. 그리고 사릿대 한 줄을 이용해 날대 위아래를 반복해 엮는 막엮기 기법으로 날대를 2줄 1조로 나눠 총 11개를 만들어줍니다. 이후 계속 막엮기를 해 면을 만들어 나가며 약 7cm 지름의 원이 되면 거울 유리를 중앙에 놓고 날대의 남은 부분을 활용해 거울의 가장자리를 감싸줍니다. 2줄 1조인 날대를 잡아 바로 옆에 있는 날대 방향으로 눕혀서 빼주면서 모양을 잡죠. 테두리가 완성되면 삐져나온 환심을 잘라 정리해주세요. "가끔 어른들도 헷갈릴 때가 있는데 정말 잘 따라오네요. 놀라워요." 수정 학생기자의 완성된 손거울 케이스를 살펴보던 문 선생님이 말했어요.

 라탄 환심으로 티코스터를 만드는 유지민 학생모델. 티코스터는 가장자리에 덧날대를 추가해 무늬를 넣는 ‘엮어 마무르기’ 기법으로 마무리한다.

라탄 환심으로 티코스터를 만드는 유지민 학생모델. 티코스터는 가장자리에 덧날대를 추가해 무늬를 넣는 ‘엮어 마무르기’ 기법으로 마무리한다.

지민 학생모델은 약 11cm 지름의 티코스터부터 만들었죠. 먼저 세로 날대 5줄, 가로 날대 6줄을 열 십자 모양으로 겹쳐줍니다. 그리고 사릿대 한 줄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날대 위-아래로 돌려 두 바퀴 엮어주세요. 그리고 다시 시계 방향으로 두 바퀴를 돌려줍니다(매끼돌리기). 그리고 날대를 2줄을 1조로 나누면서 막엮기 해 줍니다. 그러면 2줄 1조인 날대 11개가 십자 모양 바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펼쳐지는 형태가 됩니다. 거울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날대 갯수가 홀수이기 때문에 막엮기로 지름 9cm의 원이 될 때까지 둥글게 만들어줘요. 티코스터 바닥의 형태가 어느 정도 잡히면 마무리할 거예요.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덧날대죠. 각 날대 사이에 송곳을 집어넣어 공간을 만든 뒤, 덧날대를 1줄씩 추가해 날대가 3줄 1조가 되도록 합니다. 이 날대를 오른쪽 방향으로 접어서 옆에 있는 다른 날대들의 아래-위-아래로 통과시키는 작업을 반복하면 원형 티코스터의 가장자리를 둘러싼 형태가 탄생해요. 이 기법을 '엮어 마무르기'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몸체를 뒤집어 튀어나온 날대와 사릿대를 다듬어 주면 어느새 꽃을 닮은 티코스터가 나오죠.

라탄 공예의 기초를 체험한 두 사람은 좀 더 어려운 소품에 도전했습니다. 수정 학생기자는 파우치의 바닥 역할을 하는 원형 바구니를, 지민 학생모델은 중간에 엑스(X)자 모양 무늬가 있는 컵 홀더를 만들 겁니다.

라탄 파우치용 바구니는 밑지름이 10cm, 윗지름이 14cm로, 위로 갈수록 지름이 점점 넓어지는 형태예요. 일단 바닥부터 시작해야겠죠. 세로 날대 6줄, 가로 날대 7줄을 겹쳐서 십자 모양을 만들고 사릿대 한 줄로 십자가의 위-아래를 사방으로 감아서 고정합니다. 이러면 2줄 1조의 날대 13개가 십자 바닥을 중심으로 펼쳐진 형태가 되죠. 날대들을 한 방향으로 돌린다는 느낌으로 위-아래로 엮으면서 지름 10cm 원 형태를 막엮기로 만들어 주세요. 바닥에 이어 바구니의 옆면을 만들기 위해 날대에 물을 뿌려 탄성이 생기게 만든 뒤, 위로 꺾어서 방향을 바꿔줍니다. 그리고 사릿대를 활용해 바구니 윗지름이 14cm가 될 때까지 날대를 서서히 벌려가며 막엮기를 이어갑니다. 바구니의 옆면 높이가 5cm 정도가 되면 사릿대를 잘라 정리하고, 날대들을 한쪽 방향으로 넘긴다는 느낌으로 엮어 정리해 테두리를 완성합니다. "이제 주머니를 낚싯줄이나 실로 바구니와 단단히 엮어주면 되는데요. 바늘을 다루는 건 위험하니 이 부분은 제가 할게요."(문) 마지막으로 주머니 입구 부분을 줄을 당겨 조이면 근사한 라탄 파우치가 완성됐어요.

 라탄 환심으로 만든 컵 홀더. 실제 컵 사이즈보다 바닥의 면적을 조금 더 넓게 만들어야 컵이 잘 들어간다.

라탄 환심으로 만든 컵 홀더. 실제 컵 사이즈보다 바닥의 면적을 조금 더 넓게 만들어야 컵이 잘 들어간다.

지민 학생모델은 티코스터와 한 쌍을 이룰 컵 홀더 만들기에 돌입했어요. 컵 홀더의 바닥은 우물정 형태로 구성할 거예요. 환심 3개와 3개, 3개와 4개를 각각 한 조로 십자가 두 개를 만든 뒤 겹쳐 줍니다. 그리고 사릿대 한 줄을 시계 방향으로 날대 위-아래로 바느질하듯 돌려서 한 바퀴 엮어줘요. 같은 방향으로 네 바퀴를 엮으면 2줄 1조의 날대 13개가 우물정 형태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은 형태가 될 겁니다. 날대가 홀수이므로 사릿대로 컵의 바닥과 크기가 비슷해질 때까지 시계 방향으로 막엮기를 해 컵 홀더 바닥을 만들어주세요. 바닥의 면적은 컵 사이즈보다 약 한 줄 정도 여유 있게 엮는 게 좋아요. 이제 컵 홀더의 옆면을 만들어야죠. 바닥을 뒤집어 날대를 한 번씩 접었다 편 후, 위쪽으로 날대를 올려 5cm 정도 높이까지 막엮기로 옆면을 만드세요. "환심이 건조한 상태에서 갑자기 구부리면 부러질 수 있어요. 이럴 때 분무기로 수분을 더하면 말랑말랑해져서 원하는 모양을 잡을 수 있어요."(문)

 소중 학생기자단의 라탄 공예 체험을 지도한 가람 작업실 문가람 대표는 “실용적이고 다양한 소품을 만들 수 있는 라탄 공예의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소중 학생기자단의 라탄 공예 체험을 지도한 가람 작업실 문가람 대표는 “실용적이고 다양한 소품을 만들 수 있는 라탄 공예의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제 컵 홀더 중간에 엑스자(X) 무늬를 넣을 거예요. 먼저 컵 홀더를 여러 번 감을 수 있는 길이로 자른 환심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컵 홀더 옆면을 지지하는 날대 2개를 엑스자로 교차한 뒤, 아까 준비한 환심을 반으로 접어 엑스자 형태의 날대에 걸어서 바느질하듯 엮어주세요. 이 과정을 13개의 날대를 돌아가며 한 바퀴 반복합니다. 이러면 반으로 접어 두 줄이 된 환심이 엑스자 무늬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면서 컵 홀더 윗면의 기초가 돼요. 이후 다시 약 5cm 높이의 옆면을 막엮기로 만듭니다. 그럼 엑스자 무늬를 중심으로 위아래가 분리된 형태가 되죠. "오늘 홀더에 넣을 유리컵은 바닥보다 윗면이 조금 넓은 형태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컵을 홀더에 넣어서 가늠해보세요." 라탄 환심 엮기에 집중하는 지민 학생모델을 바라보던 문 선생님이 말했어요.

 이수정 학생기자가 만든 손거울 케이스와 파우치.

이수정 학생기자가 만든 손거울 케이스와 파우치.

 유지민 학생모델이 만든 티코스터와 컵 홀더.

유지민 학생모델이 만든 티코스터와 컵 홀더.

컵 홀더의 끝부분의 경우 첫 번째 날대를 오른쪽 날대의 안쪽으로, 그다음 날대의 바깥쪽으로, 그다음 날대의 안쪽으로 엮으며 모양을 잡아줍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하늘을 향해 솟아있던 날대들이 옆으로 누운 형태로 정리가 되죠. 유리컵을 집어넣어 보니 쏙 들어가네요. 이렇게 여름에 잘 어울리는 시원하고 가벼운 소품들을 라탄으로 만들어봤어요. 소중 친구들도 라탄 공예에 한 번 도전해보세요. 무더운 날씨에 방 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환심을 엮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예요.

학생기자 취재 후기

처음에는 라탄 공예가 어렵진 않을까 했지만, 직접 만들어 보니 생각보다 쉬웠어요. 침대처럼 하중을 견뎌야 하는 큰 가구들도 라탄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새로 알게 됐죠. 공방에 있던 라탄 목마를 타 봤는데 무척 튼튼해 신기했어요. 라탄 공예는 재료도 간단하고, 만들기도 쉬워서 '집콕' 취미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라탄 공예를 꾸준히 해서 나중에는 캠핑용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수정(경기도 소하초 5) 학생기자

평상시에 친숙하지 않은 라탄 공예를 취재하며 처음 알게 됐어요. 물을 묻혔더니 환심이 부드러워지는 것이 신기하고 인상 깊었습니다. 완성된 라탄 공예 작품을 보니 따뜻하고 자연 친화적인 느낌이어서 평소에도 라탄으로 만든 가구를 많이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기회에는 라탄 테이블과 의자 만들기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유지민(서울 구룡초 4)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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