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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독신세" 비혼·돌싱 3040, 지원금 '12% 제외' 폭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인당 25만원씩인 5차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의 지급 대상이 전 국민의 87.8%로 정해지면서 형평성 논란과 함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소득 하위 80% 지원금 지급에서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되자 기준을 일부 완화했지만 결국 12%의 불만은 그대로 남았다.

3040 싱글 "결혼했으면 받았을 텐데"

2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2차 추경 집행을 위해 주요 사업별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재난지원금 지급 준비에 나섰다. 특히 1인 가구 중에서도 경제활동을 시작한 지 오래된 30‧40대의 불만이 크다. 이들이 많이 찾는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사실상 독신세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변동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변동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싱글세’, ‘독신세’와 같은 지적이 나오는 건 결혼적령기를 지난 30‧40대 중에서는 받는 연봉이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서다.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차 추경안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은 연 소득 5000만원으로 정해졌다. 당초 3948만원으로 논의됐지만, 1인 가구는 은퇴 노인 가구 비율이 높아 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바뀌었다.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지급 기준이 높아지는 구조다.

경기 수원에 사는 강모(36)씨는 “결혼하기 싫어서 안 한 게 아니라 신혼집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미뤄왔던 건데 1인 가구에 해당해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주변에 가정을 꾸린 또래 친구들은 소득이 나와 비슷하거나 더 많아도 재난지원금을 받는다는데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연 소득이 5000만원을 조금 넘어 돈이 부족한 건 아니라지만 얼마 전에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으면서 월 이자로만 200만원씩 나가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월세 살고 집도 없는 1인 가구

혼자서 월세 45만원짜리 원룸에 사는 최모(38)씨도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씨는 “최근 사무실 보증금이 필요해서 전셋집을 빼고 돈을 마련하느라 원룸에 살고 있다”며 “고소득자인 건 인정하지만 8평 원룸에 살면서도 재난지원금 제외 대상이라니 허탈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독신주의도 비혼족도 아닌데 아직 결혼 못 한 게 서럽다. 최근 집값 상승으로 돈을 번 건 일찍 결혼하면서 신혼집을 마련한 친구들”이라고 덧붙였다.

24일 포털 '돌싱 커뮤니티'에 올라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관련 게시글에 달린 댓글. [커뮤니티 캡처]

24일 포털 '돌싱 커뮤니티'에 올라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관련 게시글에 달린 댓글.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돌싱’(돌아온 싱글‧이혼한 사람을 일컫는 말) 커뮤니티나 비혼이 많은 일부 여초 커뮤니티에서도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놓고 불만 섞인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24일 한 돌싱 커뮤니티에 올라온 재난지원금 관련 게시글엔 “혼자서 재난지원금 받기 힘들다”, “세금은 뜯어가면서 혜택은 늘 비껴간다”는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자산 논란도 여전…"갈등만 유발"

정부는 소득 하위 80% 기준엔 들더라도 보유 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지만, 불만을 잠재우긴 힘들다. 자산 컷오프 기준으로는 공시가격 15억원(시가로는 21억원)이 넘는 집이나 금융소득 2000만원 이상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공시가격이 15억원이 되지 않는다면 맞벌이로 연 8600만원을 버는 자가 주택 보유 부부는 지원금을 받고 연 소득 5001만원의 무주택 싱글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가구인원별 연소득 기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가구인원별 연소득 기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애초 지급 기준을 80% 이상으로 논의하면서 어정쩡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직‧간접적 피해를 본 소상공인이나 차상위계층 등에 집중적으로 지원했다면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 국민에 가까운 지급안이 나오면서 사회적 갈등만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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