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미국에 평등 가르치겠다” 톈진 회담 앞둔 왕이 ‘말폭탄’

중앙일보

입력 2021.07.25 12:23

25~26일 미·중 외교 회담이 열릴 예정인 중국 톈진빈하이1호 호텔 전경. [바이두 캡처]

25~26일 미·중 외교 회담이 열릴 예정인 중국 톈진빈하이1호 호텔 전경. [바이두 캡처]

25일 미국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71) 부장관과 중국 외교부 수장 왕이(王毅·68)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톈진(天津)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만난다. 미·중 외교 수뇌부의 대면 회담은 지난 3월 18~19일 미국 앵커리지 회담 이후 4달여 만이다.

“미국은 한 수 위라고 여기는데 허풍”
3월 앵커리지 회담에 톈진서 보자 ‘보복’

이번 회담은 난산 속에 성사됐다. 중국은 외교부 서열 5위인 셰펑(謝鋒·57) 미주·정책 담당 부부장(차관) 참석을 고집했다. 미국은 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산을 선언했다. 막판 왕이 부장의 참석으로 회담에 최종 합의했지만, 중국이 23일 심야에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 등 7명을 ‘반(反)외국제재법’에 따라 제재하는 등 힘싸움은 계속 진행 중이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사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10723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사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10723

왕이 부장은 24일 쓰촨(四川) 청두(成都)에서 마크둠샤 마흐무드쿠레시 파키스탄 외교장관과 제3차 중국-파키스탄 외교장관 전략대화에서 미국을 겨냥했다. 그는 “미국은 자꾸 실력에 기반해 다른 나라를 압박하겠다며 자신이 한 수 위라고 여긴다”라며 “하지만 분명하게 미국에 말하면 세계에는 한 수 위인 나라는 존재하지 않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중국은 어떤 나라라도 자기가 한 수 위라는 허풍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미국이 오늘까지 어떻게 평등한 태도로 다른 나라를 대해야 하는지 배우지 않았다면, 우리가 책임지고 국제 사회와 함께 미국에 잘 가르쳐주겠다”라고 말했다. 왕 부장의 발언은 지난 3월 앵커리지에서 양제츠(楊潔篪·71)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미국은 실력 운운하며 중국을 상대하겠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며 취재진 앞에서 16분여 쏟아낸 말폭탄을 연상시킨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6일 “우리는 미국이 책임감을 갖기를, 공정한 입장을 취하기를, 긴장 완화에 있어 국제사회 대부분과 함께 안보리를 지지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신화통신=뉴시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6일 “우리는 미국이 책임감을 갖기를, 공정한 입장을 취하기를, 긴장 완화에 있어 국제사회 대부분과 함께 안보리를 지지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신화통신=뉴시스]

중국의 공세는 앞서 23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도 나왔다.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 역시 “미국이 ‘실력의 지위에서 출발해’ 중국과 대화하겠다고 큰소리친 것은 미국의 오만과 패도(覇道)를 반영했다”며 “앵커리지에서 당하지 않았듯 톈진에서는 더욱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인민방송국(CNR) 기자가 “셔먼 국무부 부장관의 카운터파트는 누군가”라는 질문에 자오 대변인은 “메인 담판자(主談)는 중국 외교부에서 미·중 관계를 주관하는 셰펑 부부장(차관)”이라며 “미국이 여러 차례 중국 지도자 예방을 희망해 중국이 관례에 따라 셰펑 부부장과 셔먼 회담 후에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톈진에서 셔먼을 회견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답변에 따르면 중국은 셔먼 부장관이 '중국 지도자 예방'을 희망해 결국 왕이 부장이 만나준다는 게 된다. 즉 셔먼 부장관을 왕이 부장이 상대한 건 미국 측에 격을 올려 만나는 게 아니라 격을 낮춰 '하대'하겠다는 취지다. 중국 직위로 보면 서열 25위권 바깥인 왕이 부장 접견으로 끝낸다는 과시가 담겨 있다.

회담장인 톈진도 철저한 계산 속에 결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중국 측이 방역을 고려하고 몽골에서 오는 셔먼 부장관 일행의 거리를 배려했다고 말하지만 3월 워싱턴이 아닌 앵커리지로 초청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 만찬이 없었던 앵커리지 회담과 달리 “근사한 만찬을 대접해 손님을 대접할 줄 아는 중국을 과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회담 직전 중국의 제재에 대해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비정부 기구]를 협박하고 괴롭히려는 베이징의 시도는 세계로부터의 추가 고립만 보여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미·중 회담은 톈진의 5성급 빈하이(濱海) 1호 호텔에서 열린다는 장소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회담 시간 등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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