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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접종 아내, 혼수상태 심장이식···이것도 기적이라데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왼쪽)과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준비 모습.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왼쪽)과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준비 모습. 연합뉴스

"심장이식을 받는 것만해도 기적이라하데예…. 병원에서 50%확률도 없다고 하는 상황이었고, 가족들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거든요."

경남 함안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와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한 뒤 혼수상태에 빠진 40대 후반 여성 A씨가 23일 밤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A씨의 남편 안모(49)씨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은 잘 됐다고 한다"며 "면역 이상 반응이 있을 수 있어 수술 뒤 3~4일까지가 최대 고비라고 한다"고 밝혔다.

A씨는 심장이식 수술 다음 날 한 차례 더 응급수술을 받았다. 안씨는 "아내의 폐 상태가 좋지 않다. 왼쪽 폐를 반 정도 절제했다고 한다"며 "보통은 환자가 일주일 버티기도 쉽지 않다고 하는데, 아내는 십여일간 버텼다. 그것도 기적이라 하는데, 병원에서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경남 함안에서 AZ와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한 뒤 혼수상태에 빠진 40대 후반 여성(왼쪽)과 남편 안모(49)씨. 남편 안씨는 기자에게 빛바랜 사진을 찍어 보내며 ″이런 이쁜 아내가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너무 불행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사진 안씨 제공]

경남 함안에서 AZ와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한 뒤 혼수상태에 빠진 40대 후반 여성(왼쪽)과 남편 안모(49)씨. 남편 안씨는 기자에게 빛바랜 사진을 찍어 보내며 ″이런 이쁜 아내가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너무 불행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사진 안씨 제공]

교차 접종 전 신체검사 '이상 없다' 소견 

A씨의 가족들은 그가 기저질환도 없고, 백신을 접종하기 전 건강했기에 '교차 접종' 뒤 이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A씨가 지난달 18일 양로원 입사를 위해 함안군보건소에서 받았던 신체검사에서도 보건소 측은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냈다고 한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던 A씨는 지난 4월 20일 1차 접종으로 AZ 백신을, 12주가량 지난 5일 2차 접종으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그 뒤 구토와 설사를 비롯해 흉부압박·몸살 증세 등이 나타났다.

접종 뒤 2~3일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방역 당국의 권고에 따라 안정되길 기다렸지만, 몸 상태는 더 안 좋아졌다. 결국 2차 접종 5일째인 지난 10일 지역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다. 이날은 A씨의 생일이었다. 당시 안씨는 "케이크를 사와서 생일파티를 하려 했는데, 하필 그날 병원에 가게 됐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안씨는 아내의 안타까운 사연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안씨는 아내의 안타까운 사연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아내 생일날 병원행…심장이식 대기자 돼"

하루 뒤 상태가 더 악화해 창원의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이곳에서 관상동맥 경화 긴급처치를 받고 중환자실에서 에크모(환자의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장치) 치료를 받는 상태였다. 심장이식 수술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대기순위가 높지 않았지만, 다행히 A에게 차례가 와 심장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

안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형편이 좋지 않아 맞벌이하는데, 아내가 중환자실에 있어 나도 일을 못 하고 있다. 생활고도 걱정"이라며 "몇천만원에서 몇억원이 나올지 모르는 병원비도, 환자 측이 먼저 다 납부해야 하고 정부는 차후 백신과의 인과성이 밝혀져야만 정산해준다고 한다"고 호소했다.

대형트레일러 운전기사로 일하는 안씨는 부인 간호를 위해 생업을 제쳐둔 상황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까지 입원병원비만 1800만원, 심장이식수술비는 4000만원가량이다. 그는 "중환자실 하루 입원비가 100만원씩 들어가고, 피를 거르는 필터는 회당 500만원씩 들어가는데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와 약물도 많더라"며 답답한 마음을 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자가격리자에게도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하는데, 백신접종 후 문제가 생긴경우엔 인과성이 밝혀질때까지 기다리라고만 한다"며 "병원을 오가는 비용도 적지 않은데, 정부가 일단 최소경비라도 지급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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