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도 안되는데 가게 비우고 검사까지"…상인들 뿔났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19:03

“10시 이후로 문 닫아라, 저녁엔 두 명 이하로만 손님 받아라 하더니 이제는 선제검사 받느라 가게도 비우라니요.”

서울 강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35)씨는 최근 구청으로부터 코로나19 선제검사를 받으라는 통지를 받고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정씨 가게는 별도의 직원이 없는 ‘1인 업장’이다. 정씨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많이 떨어지고 주인 혼자 일하는 점포들이 늘어났다”며 “몇 시간씩 대기해야 하는 검사를 일괄적으로 모든 음식점주가 다 받으라는 건 자영업자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안받으면 과태료 200만, "협박이냐"

코로나 거리두기 이후 손님이 사라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의 모습. 뉴스1

코로나 거리두기 이후 손님이 사라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의 모습. 뉴스1

서울시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 대책으로 자영업자와 학원 종사자, 백화점 종사자 등에 대해 선제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PC방ㆍ노래연습장 영업주ㆍ종사자는 오는 28일까지, 음식점ㆍ카페 등 영업주ㆍ종사자는 다음달 21일까지 선제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를 받지 않으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고발조치하거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들은 ‘자영업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대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의 박지호 사무국장은 선제검사 행정명령에 대해 “선제검사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무시한 채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이라며 “구상권 청구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건 협박이나 다름없다, 최소한 검사를 강제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검사도 업무? 사장·종업원 갈등도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36)씨는 최근 아르바이트생에게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가 ‘코로나 검사도 업무의 일환이니 근무시간을 빼달라’ 말을 들었다. 윤씨는 “요즘 대기줄이 길어 퇴근하고 검사를 받기 어려운 상황인 점을 감안해 결국 근무시간에 다녀오라고 하긴 했지만 손해를 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희생은 자영업자들이 하고 방역 성과는 정부가 가져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종업원들은 개인 시간을 희생해 검사를 받아야 하는 고충을 호소한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박모(26)씨는 “코로나 검사를 개인 연차를 사용하거나 근무 외 시간을 사용해야 받으라고 하더라”며 “방역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노동자들이 피해는 보지 않도록 휴가 제공 등 기준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한 음식점 사장 박모(42)씨는 “선제검사에서 제외되는 마사지숍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코로나가 업종에 따라 피해가는 게 아닌데 선제검사 의무에 차별을 둔 건 시대착오적인 탁상행정”이라며 “수십만 되는 자영업자들이 응집력이 없다보니 이런 식의 막 나가는 정책이 가능한 건가 싶다”고 했다.

학원 검사율 5%대…"근거 없는 차별" 거부

선제검사 행정명령을 거부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수도권 학원장 단체인 ‘함께하는사교육연합’은 결혼식장, 장례식장, 공연장 등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행정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날 시는 서울시내 학원ㆍ교습소 종사자들의 코로나 선제검사율이 5.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학원 종사자의 경우 원장과 강사뿐 아니라 운전기사, 행정 직원까지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해 특히 반발이 크다.

이에 한 서울시 관계자는 “음식점, 카페, 노래방 등은 마스크를 벗고 장기간 대화가 이어지는 행위 등이 있어 다른 업종보다 조금 엄격하게 방역 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절반 이상이 휴ㆍ폐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긴급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소상공인의 57.3%는 매출 급감에 따른 휴ㆍ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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