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코미디의 정수다" 개그맨 출신 배우 정성화의 재발견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11:57

업데이트 2021.07.23 17:15

뮤지컬 '비틀쥬스' 무대의 정성화 배우. "애드리브 같아도 다 의도된 대사"라고 했다. [사진 CJ ENM]

뮤지컬 '비틀쥬스' 무대의 정성화 배우. "애드리브 같아도 다 의도된 대사"라고 했다. [사진 CJ ENM]

“약속과 장치로 웃기는 작품이 이상적인 코미디라 생각한다. 그동안은 배우 한 사람의 개인기로 울리고 웃기는 작품이 많았는데, 진보된 코미디는 합, 장치, 약속을 존중하며 웃긴다.”

블랙 코미디 뮤지컬 '비틀쥬스' 출연 중
"개그맨 출신이라 코미디를 사랑해왔다"

뉴욕 브로드웨이 산(産) 블랙 코미디 ‘비틀쥬스’에 출연 중인 배우 정성화의 코미디론이다. 정성화는 이달 6일부터 이 작품에서 주연 ‘비틀쥬스’역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98억년 된 유령 비틀쥬스는 산 사람과 유령 사이를 오가며 장난을 치고, 기괴한 행동을 한다.

21일 화상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성화는 “이 작품이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올라갔다고 하길래 유튜브 등으로 봤는데 대단했다”고 했다. “이렇게 투자가 많이 된 코미디가 한국에 들어온다 했을 때 너무 기뻐 읍소를 해서라도 출연해야겠다 생각했다.” ‘비틀쥬스’의 가장 큰 특징은 무대다. 유령이 출몰하는 집에서 신기한 장면이 연이어 나오고, 지옥과 현세가 연결되며, 커다란 뱀과 같은 세트가 등장한다. 정성화는 “현대 무대 기술의 집약체로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사람 아닌 컴퓨터로 조종한다”고 소개했다.

자동으로 운용되는 무대 장치에 따라 배우도 약속을 정밀히 지켜야 한다. 정성화는 “대사 하나를 이 부분까지는 여기서 치고, 그 다음 부분은 여기서 치고 이런 식으로 전부 다 약속이다”라며 “배우의 모든 움직임도 무대 장치의 일환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했다. 모든 요소가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에서 그가 생각했던 코미디의 정수를 담은 작품이라고 했다.

뮤지컬 배우 정성화. [사진 CJ ENM]

뮤지컬 배우 정성화. [사진 CJ ENM]

정성화는 1994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2004년 ‘아이 러브 유’로 뮤지컬에 데뷔했고 안정적 가청력으로 ‘맨 오브 라만차’ ‘영웅’ ‘레 미제라블’ 등의 주인공을 맡으며 성공한 뮤지컬 배우가 됐다. 그는 “아무래도 개그맨 출신이라 코미디를 사랑해왔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비틀쥬스’처럼 약속이 있는 코미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즉흥적으로 보이는 애드리브도 장치라고 생각하고 수행해내야 한다. 인물에서 벗어나 정성화 개인이 나오는 건 선호하지 않고, 캐릭터를 충실하게 소화해내면 관객이 따라서 웃을 수 있는 연기가 코미디의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또 “언뜻 보면 애드리브 같아 보이는 것도 다 의도된 대사다. 계산된 것처럼 안 보이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극중 비틀쥬스는 위악적인 장난을 계속하며 삶과 죽음을 관조한다. 산만하고 짓궂으며 종래에는 애처롭다. “죽음이라는 어두운 상황을 즐겁고 유쾌하게 풀어내야 하는 역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악동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영화 배트맨의 조커가 그에게 영감을 줬다. “조커의 몸놀림을 나름대로 활용했다. 앞으로 숙이기보다는 뒤로 젖히는 경우가 많더라. 기괴하지만 악동 같고, 그러면서도 즐겁고 유쾌한 캐릭터다.”

'비틀쥬스'의 정성화 배우. [사진 CJ ENM]

'비틀쥬스'의 정성화 배우. [사진 CJ ENM]

뮤지컬 ‘비틀쥬스’는 다음 달 8일까지 공연한다. 팀 버튼의 1988년 영화 ‘비틀쥬스’가 원작이며, 브로드웨이를 떠난 첫 해외 공연지가 서울이다. 지난달 18일 개막 예정이었지만 무대 장치의 준비를 위해 개막을 두 차례 늦췄다. 정성화는 “실컷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이번 공연이 끝나면 한국 창작 뮤지컬 중에 좋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 많이 들여다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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