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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별'로 뜬 박세은 "프랑스 춤 바닥부터 배워 인정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프랑스오페라발레의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발레리나 박세은. [연합뉴스]

지난달 프랑스오페라발레의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발레리나 박세은. [연합뉴스]

“처음 파리에 갔을 때 평이 둘로 나뉘었어요. 감정 표현이 없고 기술만 뛰어나다는 평, 그리고 프랑스인들을 제치고 큰 무용수가 될 거라는 평.”

파리오페라발레의 수석무용수 승급 후 첫 기자간담회

발레리나 박세은(32)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파리오페라발레의 에투알(Etoile,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발레단 입단 10년 만이었다. 이달 19일 오후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박세은은 “10년동안 조금씩 바뀌고 성장한 제 춤을 관객들이 하나 둘 좋아해주고 결국에는 사랑하게 돼서 이 자리에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떠났던 박세은은 “한국에서 러시아의 바가노바 기법을 기본으로 배웠다가 프랑스 춤을 바닥에서부터 새로 배웠다”며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이 동시에 흠이 될 수 있는 나라가 프랑스라는 점을 알았다”고 했다. 현재 박세은을 포함한 여성 에투알 10명 중 8명은 파리 출신이다. 그는 “발과 다리의 움직임 등 프랑스 춤을 연구하고 배우려고 노력한 점을 특히 인정해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 발레단은 9월 24일 에투알이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갈라 행진으로 2021-22 시즌을 시작한다. 발레 아카데미의 초등학생 어린이부터 시작하는 이 행진에서 에투알은 가장 큰 왕관을 쓰고 행진하는 간판 스타다. “이때 드디어 실감이 날 것 같다”는 박세은은 “10년동안 좋은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투알의 바로 아래인 프리미에 당쇠르(제1무용수)로 2016년 승급하고도 공연이 자꾸 취소됐을 때도 힘들었다고 했다. “언젠가 에투알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프랑스 국민 파업,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기회가 자꾸 없어졌다.” 그는 “춤 추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대면 공연이 간신히 다시 시작된 첫 무대가 지난달 ‘로미오와 줄리엣’이었고 박세은은 첫 공연을 마친 후 에투알로 승급했다.

박세은은 에투알이 되기 전부터 주목 받았다. 특히 프리미에 시절에도 에투알만큼 비중있는 역할로 자주 캐스팅 됐고, 2018년엔 프리미에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기록을 남겼다. 클래식 발레계의 가장 명망있는 상이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프리미에가 되기 전부터 주역 기회를 얻었지만 내 춤에 만족하지 못했다. 왜 준비도 안된 나에게 기회가 자꾸 오는지 궁금하기만 했다”고 했다. 스스로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은 건 프리미에 승급 이후다. “스스로 만족을 못했었는데 프리미에라는 타이틀이 자신감을 줬다. 그때부터 표현하고자 하는 춤을 마음껏 추기 시작하니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해줬다.”

에투알 승급은 박세은의 여러 희망 중 하나였다. 가장 끝에 있었던 꿈은 ‘무대에서 숨만 쉬어도 아름다운 무용수’였다. “10년 전 파리의 객석에서 프랑스 무용수들을 봤을 때 너무 아름다웠다. 에투알 승급 이후 발레단 감독이 ‘네 무대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가만히 앉아 무릎을 꿇고 잠드는 약을 받아드는 장면’이라고 했다. ‘성공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세은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아름다움과 감정을 전했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여름쯤 한국에서 공연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박세은의 한국 소속사인 에투알클래식 측은 “파리 발레단 스타일의 갈라를 제작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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