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을 비빔밥 당근 취급 말라"…尹 친구들, 이준석 흔든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11:16

업데이트 2021.07.23 14:15

“우리의 목표는 대선 승리가 돼야 하고 그 목표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함께해주시고 저를 지도해주시고, 무엇보다 믿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식 임기를 시작한 첫날인 지난달 14일,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한 발언이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판에서는 오해할 만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며 “새로 출범한 지도부에 신뢰를 주시면 다른 당과 협상할 때도, 당 밖 다른 주자를 이야기할 때도 중심을 잡고 협상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진석·권성동 "윤석열 보호하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앞두고 권성동, 정진석, 이종배, 유상범, 김성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건물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앞두고 권성동, 정진석, 이종배, 유상범, 김성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건물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믿어달라”던 이 대표의 부탁에 최근 역풍이 불고 있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2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율 30%의 윤석열 전 총장을 그저 비빔밥의 당근으로 폄하한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이 답보 또는 하락한다고 정치 미숙에, 정치적 위기네 하면서 마치 평론가들처럼 말하기 바쁘다”며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정 의원의 글은 전날 이 대표의 발언에 의한 반박의 성격이 짙다. 이 대표는 2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추이와 관련해 “위험하다”며 “윤 전 총장이 안철수 대표가 과거 정치에 미숙했을 때 했던 판단과 비슷한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결국 국민의 안전과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게 정치 아니겠나. 여의도 정치가 따로 있고 국민의 정치가 따로 있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은 “4.7보궐선거에서 국힘이 승리한 요인 뭐냐”며 “단 하나를 꼽으라면, 그건 윤석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윤석열은 우리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워온 당 밖 전우다. 윤석열을 우리 당이 보호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우리를 위해 싸워 줄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과 동갑내기 친구인 권성동 의원도 거들었다. 권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당 대표는 후보들에 대한 평론가가 아니다”며 “부디 영민한 당 대표가 감정적으로 나서지 않고, 보다 냉정하게 정권 교체를 위한 국민의 열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부탁하고 또 희망한다”고 적었다.

이준석 "중진들 '정중동' 하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 전 총장과 가까운 당내 중진 의원들의 공세에 이 대표는 “도대체 일희일비하며 간극을 벌리려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원과 국민이 오세훈 중심으로 똘똘 뭉쳐 이뤄낸 승리를 윤 전 총장에 의해 이뤄낸 승리라 말씀하나. 너무 선을 넘었다 생각한다”며 “당내 중진의원께서 정중동 자세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다소 제 표현 셀 수 있지만 이 부분은 당원의 명예도 걸린 부분이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공정 경선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엔 “저 이준석, 당외 주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야 한다느니 모셔와야 한다느니 꽃가마를 태워야 한다느니 하는 주장에 선명하게 반대하고, 공정한 경선만을 이야기하면서 전당대회에서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았다”며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적었다. 이 대표의 반박 뒤 정 의원과 권 의원은 각각 이 대표를 찾아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야권에선 윤 전 총장과 이 대표의 공개 회동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6일 한차례 비공개 회동을 갖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갈등과 오해가 커지는 것은 서로 간에 도움이 안 된다. 결국 만나서 풀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두 사람의 만남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