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2050년, 무한 에너지의 시대를 꿈꾼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11:00

업데이트 2021.07.23 11:37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서 진행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장치의 조립 현장. 저온용기 아래쪽에 설치된 한 개의 원형초전도자석과 18개의 지지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하반기부터 진공용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 ITER]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서 진행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장치의 조립 현장. 저온용기 아래쪽에 설치된 한 개의 원형초전도자석과 18개의 지지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하반기부터 진공용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 ITER]

‘불가마 폭염’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예상보다 빨리 끝난 장마에 최근 서울의 여름 한낮 기온이 섭씨 36도까지 치솟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일부 내륙지역의 경우 낮 최고 40도에 달하는 극한 폭염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서부는 아예 폭염을 넘은 ‘불바다’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서부지역 전체에 최고 40~50도에 이르는 열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리건주에서 대형산불이 발생, 서울의 2.6배에 달하는 면적을 불태우고 있다. 북반구 여름을 휩쓸고 있는 이상폭염의 주범은 다름 아닌‘탄소’다. 석유 등 화석연료가 뿜어낸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도를 올리고, 기후 위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얘기다. 이제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는 더이상 미래에 대한 우려가 아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준호 과학·미래전문기자의 촉:[첨단의 끝을 찾아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윤시우 KSTAR 연구본부장
수소 핵융합발전으로 클린 에너지 생산
우주 75% 차지하는 수소로 발전
끝없이 타오르는 태양 원리 구현

해결책은 결국, 에너지원의 변화다. 인류가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땅 속에서 더는 탄소를 끄집어 내지 않아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이 대표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문제가 있다. 해가 없는 밤이나, 바람이 불지 않는 때에는 무소용이다. 당장은 원자력(핵분열) 발전이 이 자리를 메워줄 수 있다. 하지만 폭발위험과 핵폐기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원자력 발전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대량의 전력을 끊임없이 만들어줄 에너지원은 없을까.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지난해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20초 유지에 성공했으며,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30초 유지와 5000~6000만도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모드(H-모드) 100초 이상 유지 달성 계획을 세웠다. 올 1월 대전 유성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지난해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20초 유지에 성공했으며,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30초 유지와 5000~6000만도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모드(H-모드) 100초 이상 유지 달성 계획을 세웠다. 올 1월 대전 유성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과학자들이 찾고 있는 그 답이 ‘핵융합발전’이다. 수십억년 태양이 타오르는 원리를 본뜬 핵융합발전은 수소(중수소+삼중수소)를 연료로 쓰기 때문에 자원고갈이나 온실가스 문제가 없다. 삼중수소가 방사성 물질이긴 하지만 반감기가 12.3년에 불과해 핵폐기물 염려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연료공급을 중단하면 그 즉시 핵융합이 중단되기 때문에 안전성도 뛰어나다. 문제는 지구상에 어떻게 섭씨 1억 도의‘인공태양’을 계속 불타오르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세계 핵융합 과학기술자들은 2050년을 목표로 핵융합발전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프랑스에서 공사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다. 국내에서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KSTAR를 이용해 같은 연구를 해오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을 찾아 윤시우 KSTAR 연구본부장에게 핵융합발전 연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물었다.

윤시우 KSTAR 본부장

윤시우 KSTAR 본부장

핵융합발전의 원리부터 설명해달라.  
핵융합이란 두 개의 가벼운 원자핵이 하나의 무거운 원자핵으로 결합하면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핵반응이다. 핵융합발전은 이 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게 태양이 불타오르는 원리와 같은 수소핵융합이다.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 원자를 고온에서 반응시켜 핵융합을 통해 헬륨으로 변화시키면 이때 높은 에너지가 발생한다. 핵연료의 단위질량당 발생하는 에너지는 핵융합은 핵분열에 비해 단위질량당 발생에너지가 10배 정도 더 높다.
태양의 표면온도는 섭씨 5000도, 중심온도도 1500만도 정도다. 인공태양이라는 핵융합발전에 왜 1억도의 온도가 필요한가.
지구 질량의 33만 배에 달하는 태양은 높은 중력 때문에 1500만 도에서도 핵융합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지만, 지구에서 인공태양을 불태우려면 1억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   
1억도의 온도를 어떻게 만들 수 있나.
중력이 약한 지구상에서는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스마를 효과적으로 가두고 외부에서 고에너지 중성입자빔이나 전자기유도를 이용해서 플라스마를 가열하는 방법으로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을 유지할 수 있다. 
태양의 에너지 생산 원리인 핵융합을 이용해 지상에 안전하고 깨끗한 미래에너지원인 '인공태양'을 만드는 국제공동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핵융합 반응장치 내부 구조도.[사진 ITER]

태양의 에너지 생산 원리인 핵융합을 이용해 지상에 안전하고 깨끗한 미래에너지원인 '인공태양'을 만드는 국제공동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핵융합 반응장치 내부 구조도.[사진 ITER]

ITER 건설은 지금 어떤 단계인가.
지난달 기준 공정률이 75% 정도다. 조립동 공사는 지난해 4월 마무리했고, 이후로 핵융합실험로 장치 조립을 하고 있는 단계다. 현재 핵심부품이라 할 수 있는 진공용기를 조립 중이다. 모든 공정이 3년 뒤인 2024년 말이면 끝난다. 2025년에 첫 플라즈마 방전을 시작한다. 2035년 'Q10' 달성이 목표다. Q는 에너지증폭률, 즉 플라즈마를 발생하기 위해서 쓰는 가열 파워 대비 핵융합으로 발생하는 열출력의 배수를 말한다.
왜 Q10인가
수소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면 중성자와 헬륨이 생긴다. 이때 전체 핵융합 에너지의 5분의4는 중성자의 운동 에너지로 변한다. 이걸 열에너지로 바꿔서 증기터빈을 돌리고 전기를 생산한다. 핵융합에너지의 나머지 5분의1은 헬륨이 가지고 나온다. 이 헬륨 에너지가 플라스마를 재가열하는데, 입력 에너지보다 헬륨 에너지가 커야 핵융합반응이 유지된다. 즉 ‘Q=5’이면, 입ㆍ출력이 같은 상태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핵융합 연소 반응을 유지하려면 이것의 2배, 즉 Q10은 돼야 한다. 나중에 경제성까지 확보하려면 Q30에 도달해야 한다.   
우리 KSTAR는 어느 정도 와 있나.  
오늘도 1억도 30초 목표로, 하루 30회 플라스마 방전 실험을 하고 있다. KSTAR는 2008년에 시작해서 12년 넘게 운전하고 있다. 목표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고성능 플라스마를 300초 운전하는 거다. 2025년이 목표인데, 아직 전세계 어느 나라도 달성하지 못했다. 우리는 2018년부터 1억도 조건을 맞추기 시작했고, 2019년 8초, 2020년 11월 20초에 도달했다. 올해 목표는 30초다. 이걸 300초 이상 장시간 유지하려면 핵융합실험로 내부 타일을 현재의 카본에서 텅스텐으로 바꿔줘야 한다. 애초엔 카본으로 될 것이라 판단했는데, 초고온 반응 속에서 카본 타일이 기화하면서 발생하는 탄화수소가 장치에 유입되어 장시간 운전에 문제가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기존 카본 타일을 텅스텐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ITER도 원래 카본 타일을 쓰려고 하다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텅스텐으로 계획을 바꿨다. 이후 진도는 300초까지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일정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일정

왜 300초인가. 핵융합발전소라면 24시간, 365일 운전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당연히 최종 목표는 365일 돌아가는 거다. 하지만 이것을 검증하는 게 365일 운전은 아니다. 핵융합발전의 요체는 1억도 초고온 플라스마에 대한 자기유체학적 불안전성을 잡는 거다. 이걸 못 잡으면 1초도 유지할 수 없다. 우선 10초 이상 유지에 성공하면 플라스마 전류 분포가 변화하며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한 거다. 100초 단위는 플라스마에 불순물이 생겨서 식어버리는 것을 넘어서는 단계다. 플라스마 장애를 일으키는 물리현상을 극복하는 최소 시간이 100초라는 얘기다. 이 100초짜리 현상을 몇 배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KSTAR는 그걸 300초로 잡았고, KSTAR보다 30배 큰 ITER는 기본 목표를 400초로 잡았다.
핵융합 발전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보이는 분이 많다.
이해한다. 나는 2003년에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때 30년 정도 연구하면 핵융합발전이 완성될 거라고 들었다.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현재 목표는 2050년으로 밀려났다. 나의 지도교수 역시 당신이 공부할 때 30년이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농담이 아니고 가슴이 아프다. 돌아보면, 초고온 플라스마 연구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걸 발견한 거다. 나의 지도교수의 30년은 대형 토카막 계획을 했지만, 실행하지 못했고, 나의 30년은 ITER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공사가 애초 계획보다 미뤄지고 있는거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다. ITER가 거의 완공 단계에 와있으므로, 앞으로의 30년은 그 이전과 명확하게 다를 것이다.  
핵융합발전의 난제를 꼽자면.  
플라스마 문제는 이미 얘기했다. 그 외에 첫째가 재료다. 핵융합은 기존 핵분열 원자력보다 온도도 월씬 더 높고 중성자의 속도도 10배 빠르다. 이런 중성자에 잘 견디는 재료를 개발하기 쉽지 않다. 텅스텐이 물성이 뛰어나지만, 모든 재료를 텅스텐으로 할 수 없다. 용접도 어렵고 가격도 10배 이상이다. 지금은 여러 가지 스테인리스강 등을 써보고 있는데 연구를 계속 해야 하는 부분이다. 초고온 플라스마를 공중에 띄우는 초전도자석도 난제다. 핵융합반응을 빠르게 하려면 지금보다 자기장을 더 세게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어려움이 많다. 핵융합발전 원료인 삼중수소의 대량증식도 아직 규명이 안된 기술이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가야할 길이 멀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을 위해 우리나라가 공급하는 부품인 ITER 블랑켓 차폐블록과 진공용기 단면 이미지. [사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을 위해 우리나라가 공급하는 부품인 ITER 블랑켓 차폐블록과 진공용기 단면 이미지. [사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ITER 진도가 빨라지면서 중국 등 주요국에서는 실증로를 만든다고 하던데.
우리도 이미 실증로 기초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핵융합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실증로 가동목표도 2045년으로 잡고 있다. 현재 이를 위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 ITER가 Q10을 달성하는 목표 시점인 2035년에 한국은 실증로 건설을 시작해서 2045년에 가동할 계획이다. 실증로 건설에는 최소 20조원 정도 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핵융합발전 기술이 완성되면 인류가 에너지 문제에서 자유로워질까.  
원자력이 담당하고 있는 대형의 발전장치들을 모두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현재로는 핵융합이 원전보다 2~3배 비용이 들것으로 예상되지만, 효율은 계속 올라갈 것 전망한다. 더구나 보다 안정성이 확보된 발전 방식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원전과 단순 비교를 할 수 없다. 핵융합발전은 기존 원전처럼 많은 연료(우라늄)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대한 문제도 없다. 핵융합 발전 장치가 꺼져도 폭발이나 방사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없으므로 사고 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원료로 쓰는 리튬과 중수소는 극미량이면 된다. 탄소중립의 시대에 보다 안전하게, 대용량 에너지원을 개발할 수 있다. 결국 인류가 가야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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