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신부도 백신 접종 검토한다…확진자 올해 323명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05:00

업데이트 2021.07.23 10:44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가운데 올해 들어 국내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임신부가 3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처럼 임신부 접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관련 학회와 논의를 거쳐 접종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감염내과·산부인과 전문가들 "접종 검토해야"
당국, 23일 산부인과학회와 논의

수도권서 228명, 70% 이상 “증상 있다” 

2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관련 집계를 시작한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국내 임신부 코로나19 확진자는 323명으로 집계됐다.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이달 이후로만 46명의 임신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대본은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에 등록된 기초역학조사서 상에서 임신부로 표기된 현황”이라며 “추후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계되지 않은 지난해 확진자까지 합치면 실제 누적 환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로 보면 30대(30~39세)가 224명으로 10명 중 7명꼴(69.3%)이고, 20대(20~29세)가 70명(21.7%)이다. 특성상 20·30대가 91%로 다수를 차지한다. 40대(40~45세) 27명, 10대가 2명이다.

신고된 지역을 보면 서울 108명, 경기 107명, 인천 13명 등으로 확진자의 70.6%(228명)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주수별로는 12주 이하 86명, 13~27주 140명, 28~40주 94명 등이다. 37주 이상 만삭 임신부도 17명 있다. 코로나19 증상 유무로 나눠보면 환자의 72.8%(235명)가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중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임신부 확진 사례는 그간 산발적으로 알려졌지만, 방역당국이 공식적으로 집계한 수치가 공개된 건 처음이다. 당국은 앞서 임신부에서 태아로 수직감염됐다는 보고는 없다고 밝힌 적 있다.

임신부 이미지. 중앙포토

임신부 이미지. 중앙포토

임신부 접종 제외…“코로나 감염시 위험, 접종 검토해야”

국내에선 안전성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임신부를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뿐 아니라 화이자·모더나 등 어떤 백신도 임상시험 대상에 임신부를 포함하지 않았고, 위험을 판단할 근거 자료가 없어 접종 초기 보수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해외에서의 연구 자료가 쌓이고 있고, 델타·람다 등 각종 변이 출현에 따른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고위험군인 임신부 접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에서 임신부 접종자 3만여명을 분석한 논문을 보면 주사 부위 통증이 조금 증가하는 것 이외의 특별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사산이나 유산, 기형아 발생 등 임신 예후에서도 일반적인 발생률과 큰 차이 없는 거로 나왔다”며 “일률적인 접종 권고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임신부를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진 않도록 다시 논의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라고 말했다.

특히 임신부가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으로 악화할 확률이 높은 만큼 접종이 권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최 교수는 “임신부는 복부 압력이 높아져 있어 폐렴이 오면 중증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다. 인플루엔자(독감) 접종을 권고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손인숙 한국모자보건학회 회장(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코로나19는 임신 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에서 전세계 논문을 검토해 메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걸린 임신부는 일반 임신부보다 임신성 고혈압 1.33배, 조산 4.29배, 임신성 당뇨병 1.99배, 저체중아 분만 1.89배 등으로 위험이 높다. 임신 중 백신을 맞아야 할 당위성이 생기는 것”이라며 “노출 위험이 높은 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임신부 등의 우선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감안해 당사자에 선택권을 주는 게 맞다고 본다.

아기를 안은 한 산모가 서울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에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아기를 안은 한 산모가 서울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에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미국과 영국에서는 산부인과학회에서 임신부가 코로나 백신을 맞도록 권고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신부가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조산할 위험 등이 크다며 접종 받도록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접종의 이점이 잠재적 위험성보다 클 경우 접종을 권고한다고 밝히고 있다. 백신이 태아를 보호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 연구진은 임신 중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여성이 낳은 40명의 신생아를 검사한 결과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엄마가 아이에게 면역을 물려준다는 중대한 발견이다. 임신부 접종의 중요성과 이익을 말해준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하버드대와 메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도 비슷한 결과를 냈다.

국내 임신부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임신부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산부인과학회 “권고 수정시 지침 마련”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처럼 환자가 늘면 임신부 확진 확률도 높아지게 돼 있다”며 “임신부의 코로나19 발생률과 중증 여부 등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중심의 접종 위험과 이득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23일 정부와의 회의에서 임신부 접종을 권고해야 한다는 학회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외국에서 보고된 사례와 지침 등을 근거로 임산부가 담당 의사와 상의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정부도 접종을 권고하는 쪽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 정부가 권고안을 수정하면 상담 지침을 마련하는 등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애 의원은 “임산부 확진자가 상당한 상황에서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며 “임산부 접종을 시행하는 미국, 영국 등의 사례를 적극 검토하고 전문가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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