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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총장데이…MZ세대 이해하는 중요한 시간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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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박형주 아주대 총장이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총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박형주 아주대 총장이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총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아주대 박형주(57) 총장은 매주 월요일 점심 12시 45분이면 학내 카페에 간다. 총장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학생은 월요일에 카페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 학생들은 “화장실에 비데를 달아달라”는 민원부터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고민까지 박 총장에게 털어놓는다.

박형주 아주대 총장 인터뷰 #매주 학내 카페서 학생들과 대화 #총장이 민원 창구 역할, 해결 빨라 #학생의 ‘좌절’ 줄이는 것이 과제 #창업 과목 수강생 국내 최대 수준 #AI로 분석, 학생마다 수준별 학습

지난 2018년 2월 취임한 박 총장은 ‘학생을 위하는 대학’을 모토로 삼았다. 학생회관 앞 공터를 광장으로 만들어 학생 교류 공간으로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맞춤형 학습 지원 시스템도 도입했다. 모두 학생을 위한 고민에서 시작된 일이다. “학생의 좌절감을 줄여주는 게 교육 기관의 중요한 과제다”고 말하는 박 총장을 만나 대학 교육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월요일에 총장과 만난 학생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나.
“처음엔 "어떤 구역에 담배 냄새가 많이 나요” 같은 민원이 많았다. 학생이 어디에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는 것들인데, 총장이 직접 민원 창구가 되면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취직할지 대학원을 갈지 고민된다” 같은 인생 상담도 한다.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동아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문 선배를 소개해준 적도 있었다. 성 소수자 학생들이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며 찾아왔을 땐 ‘나를 상당히 믿어주는구나’고 느꼈다.”
학생들을 자주 만나려는 이유는 뭔가.
“학생들과 대화는 총장 직무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이다. 학생들이 ‘월요일에는 언제나 총장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가능하면 월요일에는 외부 약속이나 출장을 잡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소위 말하는 ‘MZ세대’의 키워드를 이해하고, 소통할 때 유념해야 하는 점들을 알게 되는 시간이다. 어떤 미팅보다도 많은 걸 배운다.”
취임 이후 학과 벽을 넘는 ‘거대연구 집단’을 강조했다.
“미지의 영역을 돌파하는 힘은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각 학문 분야의 남은 난제는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해결된 것일 수도 있다. 난제가 다른 분야 사람들의 아이디어로 해결되는 경우가 실제로 굉장히 많다. 그래서 분야 간 연결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우리 대학에서도 해보자는 것이다. 우선 ‘자율주행 및 스마트모빌리티’와 ‘AI 빅데이터’ 그룹을 만들었고,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도 거뒀다. 앞으로는 연구자들이 스스로 집단을 만들어 제안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진행하려 한다.”
창업에 강한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창업 교과목을 수강하는 학생 비율이 국내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69개의 창업 관련 과목이 있었고 연간 2000명 이상의 학생이 수강한다. 창업 동아리도 13개로 많은데 이 중 3개가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최대 1억원을 지원받는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에 선정됐다. 우리 학교엔 학생 스스로 과제를 설계해 제안하면 학교가 심사해 학점을 주는 ‘파란학기제’가 있다. 한 학기 동안 파란학기로 창업을 해서 학점도 따고 비용도 지원받는다. 국내 웹드라마 시장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제작사 ‘밤부네트워크’도 국문과, 문화콘텐츠학과 학생 둘이 파란학기제를 통해 창업한 경우다.”
코로나19로 달라진 환경에서 어떤 수업을 지향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교육의 미래는 ‘블렌디드 러닝(온·오프라인 혼합 수업)’이라고 생각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동영상 강의를 보유한 곳은 스위스의 로잔연방공과대학이다. 온라인 수업은 녹화된 영상으로 교수가 ‘거저먹는 것’이 아니다. 영상은 교과서인 셈이고, 수업은 별도다. 영상으로 수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미리 본 뒤 대면 수업에선 살아있는 토론을 하는 ‘생각하는 수업(Thinking Class)’이 돼야 한다. 기업에서는 문제 해결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는데, 대학에서 이를 구현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지난해 ‘맞춤형 학습 지원 시스템’을 도입했다.
“문·이과 통합 교육으로 대학 신입생의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이다. 수업시간이 따분한 고성취 학생도 있겠지만, 좌절감에 빠지는 저성취 학생도 늘어난다. 학생이 좌절감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데 인공지능이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생에게 퀴즈를 풀게 한 뒤, AI가 답안을 분석해 이 학생이 뭘 알고 뭘 모르는지 파악한다. 부족한 부분은 공부하도록 하고 다시 퀴즈를 푼다. 안 되면 여러 번 반복한다. 우선 1학년이 듣는 일반화학·회계학·확률통계 수업부터 적용해보니 F학점을 받는 학생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올해는 더 많은 과목에 확대할 계획이다.”
학생 수준별 학습이 가능해지는 건가.
“그렇다. 수준별 학습, 선행학습이 안 된 학생을 좌절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학생들이 예전에 공부하지 못하고 놓친 부분을 언제라도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수 강의를 주제별로 분류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20분 정도 영상 강의를 키워드 중심으로 해서 원하는 것만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3학년이라도 1,2학년 강의가 필요하면 다시 볼 수 있다. 지금은 ‘아주 OSE(Open Source Education)’란 이름으로 25개 분야 300여개 영상을 시범 오픈했는데 앞으로 더 늘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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