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팔아 현금으로…MMF로 보름 만에 26조 몰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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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30억원어치 금융자산을 보유한 60대 사업가 A씨는 지난달 국내외 주식과 펀드 일부를 정리했다. 20~30% 차익실현을 한 뒤 손에 쥔 10억원은 곧바로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었다. A씨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 속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 공포로 증시 변동성까지 커지니 불안하다”며 “8월까지는 공모주 청약을 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플레·델타변이로 증시 불안”
IPO 빅3 공모주 대거 청약 예고
일부는 달러자산으로 이동할 듯

최근 국내외 증시를 둘러싼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자 자산가들이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 실제 대기성 자금 성격의 MMF로 돈이 밀려들고 있다.

이달 MMF에 몰리는 자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달 MMF에 몰리는 자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MMF 설정액은 20일 기준 168조817억원으로 170조원에 육박한다. 이달 들어 보름(거래일 기준) 만에 25조9993억원이 몰렸다. 상반기(1월 4일~6월 30일) MMF 유입액(16조1834억원)의 1.6배 규모다.

MMF는 만기 1년 이내 국공채와 기업어음, 양도성예금증서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데다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자산가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전까지 자금을 보관하는 금고로 MMF를 선호하는 이유다.

1년간 개인의 달러예금 잔액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년간 개인의 달러예금 잔액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산가들의 자금을 굴리는 금융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요즘 부자들의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급격히 위축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서윤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 부장은 “고액 자산가는 이미 3월부터 (주식) 차익실현으로 현금화에 나섰다”며 “세계 각국의 유동성 회수 움직임 속에 델타 변이까지 퍼지자 더 적극적으로 실탄(자금)을 쌓아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금으로 확보한 실탄을 자산가들이 곳간(MMF)에만 쌓아두고 있는 건 아니다. PB들은 이달 말부터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잇달아 예정된 만큼 단기간 대규모 자금 이동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윤정아 신한은행 PWM 강남센터 PB팀장은 “(고객) 상당수가 MMF 등 단기금융상품에 넣어뒀던 자금으로 공모주 청약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대기 자금 일부는 안전 자산인 달러 자산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서윤 부장은 “특히 보수적인 시각의 자산가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이어져 달러 강세를 예상하고 있다”며 “원화가치가 달러당 1130원 선을 깨고 오를 때마다(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꾸준히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의 달러 예금 잔액은 179억4000만 달러(약 20조6310억원)로 지난해 말(177억8000만 달러)보다 1억6000만 달러(0.9%)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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