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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4→24위…탈원전 4년 '개미지옥'된 한전, 해뜰 날 올까

중앙일보

입력

"33층(3만3000원대)에서 3년을 버티다 20% 손해 보고 정리했다. 절대 못 오르는 주식이다."
"이제 오를 일만 남았는데, 지금 팔면 바보다."

'폭염 효과'를 기대해도 될까. 정부가 전력 사용량 증가로 원전 3기를 재가동하기로 하자, 한국전력 주가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한전 주가를 짓눌렀던 탈원전 정책이 위협을 받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인터넷 주식 게시판에선 투자자들이 주가 향방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한전 주가가 바닥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지만, 당분간 급반등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빼곡히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빼곡히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탈원전·전기요금 동결 '겹악재'

사실 한전은 2016년까지 국민주로 불렸다. 1989년 민영화 때 청약을 통해 국민에게 주식을 나눠준 '국민주 2호'였던 데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2위를 유지하며 투자자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못난이주'가 됐다. 주가는 2017년 대선 직전(5월 8일) 4만5800원에서 21일 현재 2만5300원으로 44.8% 급락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반등장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같은 기간 한전의 시가총액은 29조4020억원에서 16조241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시총 순위도 4위에서 24위로 밀려났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탓이다. 발전단가가 원전보다 비싼 액화천연가스(LNG)가 그 자리를 메우면서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구입비가 급증했다.

투자자의 불만은 쌓여만 간다. 한전 주주인 이모(40)씨는 "탈원전 정책이 아니었다면, 주가가 이렇게 내리진 않았을 것"이라며 "개미지옥에 빠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전 소액주주는 지난 3월 말 기준 64만6559명이다. 그런데도 개인들은 한전 주가를 사들이고 있다. 올해 들어 21일까지 820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5619억원)과 외국인(-2847억원)이 '팔자'에 나선 것과 정반대다.

문 정부 출범 후 내리막 판 한국전력 주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문 정부 출범 후 내리막 판 한국전력 주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반등 어려워" "저가 매수 기회"

그러나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당장 올 3분기(7~9월)에 원전 3기가 돌아간다 해도 한전 주가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연료비는 가파르게 치솟는데 전기 요금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올 초 배럴당 50달러 아래에서 지금은 70달러를 넘나든다. 유연탄 등 석탄 가격도 상승세다.

그런데 정부는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이전과 같은 킬로와트시(㎾h)당 -3원으로 책정했다. 유가 상승 등 전기 요금 상승 요인이 생겼지만, 인상을 유보한 것이다. 한전 부담만 커지는 구조다.

실적 전망도 안 좋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389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이 올 2분기엔 9500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연간으로도 343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고,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부진한 실적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반기 중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일단 주가가 워낙 낮다. 한전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4배 정도다. 회사를 팔면 시가총액의 4배는 받을 수 있단 얘기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나올 만한 악재는 다 나온 데다, 4분기(10~12월)에 전기 요금이 오를 수 있다"며 "저가 매수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년 대선에서 야당이 승리하고,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면 한전 주가는 급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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