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면전에서 트럼프 때린 풋볼의 전설…대선 음모론 반박

중앙일보

입력 2021.07.21 16:16

업데이트 2021.07.21 16:18

미국프로풋볼(NFL) 톱 스타 톰 브래디가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USA TODAY=연합뉴스

미국프로풋볼(NFL) 톱 스타 톰 브래디가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USA TODAY=연합뉴스

미국의 국민 스포츠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미식 축구, 즉 풋볼의 전설은 톰 브래디(44) 선수다. 미국프로풋볼(NFL) 사상 최고의 쿼터백으로 불리는 그의 백악관 방문에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영미권 언론이 주목했다. 그의 백악관 방문이 16년 만이라는 점때문만은 아니다. 풋볼 중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쿼터백으로서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주목받는 그가, 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그러나 신랄하게 비판하는 발언을 해서다. 브래디는 한국에선 세계적 톱 모델 지젤 번천의 남편으로도 유명하다.

브래디의 백악관 나들이는 올해 NFL 챔피언인 탬파베이 버커니어스팀의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위한 축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행사 중 브래디는 조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를 겨냥해 미 대선 결과 불복 논란을 풍자했다. 그는 연설 중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사실 약 40%의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가 이겼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무슨 뜻인지, 이해하시죠, 대통령님?”이라고 반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다”고 답했다.

조 바이든(왼쪽 두 번째) 미 대통령이 탬파베이 버커니어스팀으로부터 등 번호 '46번'이 그려진 선수복을 선물 받았다. 톰 브래디(맨 오른쪽)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두 번째) 미 대통령이 탬파베이 버커니어스팀으로부터 등 번호 '46번'이 그려진 선수복을 선물 받았다. 톰 브래디(맨 오른쪽)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브래디의 발언은, 지난해 대선에서 자신이 실제로 승리했다고 믿는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의 근거 없는 주장을 꼬집은 것이라는 게 NYT의 분석이다. 영국 가디언도 “트럼프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공화당원들에게 바이든이 패배했다고 한 트럼프의 근거 없는 주장을 농담으로 승화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브래디는 자신이 시카고에서 경기 중 실수한 것을 언급하며 “사람들이 그때부터 ‘슬리피 톰’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이는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슬리피 조(잠꾸러기 조)’라는 별명을 붙인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당시 트럼프는 바이든이 유세 중 ‘대통령 후보’가 아닌 ‘상원의원 후보’로 출마한다고 말실수를 하자 이같이 조롱했다.

톰 브래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쌓았지만 관계에 부침이 있었다고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톰 브래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쌓았지만 관계에 부침이 있었다고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가디언에 따르면, 브래디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쌓았지만, 관계에 부침이 있었다고 한다. 2016년 대선 출마 당시만 해도 그는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듬해 NFL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국가를 부르는 동안 무릎을 꿇는 것을 비판한 것엔 반기를 들었다. 당시 트럼프는 “국가가 나올 땐 당당히 서 있어야 한다”며 “무릎을 꿇는 이들은 이 나라에 있지 말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NYT는 브래디가 리그 역사상 대통령의 초청을 가장 많이 거절한 선수라고 전했다. 실제로 그가  NFL 우승으로 백악관을 찾은 건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5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톰 브래디는 지난 2월 제55회 슈퍼볼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며 개인 통산 7번째 정상에 올랐다. 그는 이날 슈퍼볼 MVP로도 선정됐다. AP=연합뉴스

톰 브래디는 지난 2월 제55회 슈퍼볼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며 개인 통산 7번째 정상에 올랐다. 그는 이날 슈퍼볼 MVP로도 선정됐다. AP=연합뉴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미국프로풋볼의 전설로 불리는 브래디는 올해 열린 제55회 슈퍼보울(NFL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팀 탬파베이의 우승을 이끌었다. 약 20년 동안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소속됐던 그는 팀으로부터 사실상 외면당하고 최약체로 꼽히던 탬파베이로 옮긴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화려한 플레이로 탬파베이를 18년 만에 정상에 올렸다. 당시 NYT는 “그가 왜 ‘역대 최고(GOAT·Greatest Of All Time)’라고 불리는지 보여준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이 경기는 브래디에게도 새로운 기록이 됐다. 개인 통산 7번째 슈퍼보울 정상에 올라 전 구단을 통틀어 최다 우승횟수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슈퍼보울 MVP 기록도 통산 5회로 역대 가장 많다. 이제는 미식축구를 뛰어 넘어 농구의 마이클 조던이나 야구의 베이브 루스 등과 함께 미 스포츠 역사의 전설로 언급된다.

톰 브래디의 부인이자 세계적인 톱 모델인 지젤 번천(왼쪽)이 브래디에게 키스를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톰 브래디의 부인이자 세계적인 톱 모델인 지젤 번천(왼쪽)이 브래디에게 키스를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 마테오에서 태어난 브래디는 고교 시절 미식축구와 야구를 모두 좋아했다. 미시건대에 진학하면서 미식축구를 선택했지만, 초반엔 크게 활약하지 못했다. 선배들에 밀려 2년 동안 예비 선수만 했던 그는 이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98년 처음으로 팀 주전으로 나선 경기에서 활약하며 점차 이름을 알렸고, 2000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팀에 지명되면서 프로선수의 길을 걸었다.

브래디와 번천은 2009년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 슬하에 아들 딸 한 명씩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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