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단독

돌연 사표 조해주, 위원들 "임기 채우라" 요구에 침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6개월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장관급)이 지난 19일 선관위 정례 회의에서 "정해진 임기를 채워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또 조해주 상임위원은 돌연 사의를 표명한 이유에 대해 "후임 상임위원이 업무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기 위해 미리 사표를 낸 것"이라고 선관위원들에게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조해주 상임위원은 지난 19일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7월 정례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다른 선관위원들로부터 "당신이 사표를 냈다는 보도가 있다"는 질문을 받자 "대통령 선거가 내년 3월에 치러지는데 내가 내년 1월 말로 정해진 임기를 다 마치고 물러나면 후임자가 임무에 숙달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보아 최근 (청와대에) 사표를 냈다. 10월쯤 물러나려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한 선관위원이 "상임위원이 임기 만료 전에 미리 사표를 내는 건 적절치 않다. 임기를 다 채워달라. 안 그러면 정치적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 선관위원은 또 "후임자가 누가 될지 어떻게 알고 미리 사표를 내느냐? 선거는 선관위 사무처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상임위원이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니 설혹 선거를 잘 모르는 사람이 상임위원으로 와도 선거 관리엔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도 지적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다른 선관위원 1~2명도 "임기를 채우는 게 맞지 않나"고 동조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조해주 상임위원은 답변을 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조해주 상임위원이 선관위 최고 기구인 중앙위원들조차 모르는 가운데 청와대에 사표를 낸 사실이 드러났다"며 "청와대와 물밑 조율 끝에 극비리에 사표를 낸 것으로 보여 사의를 거둬들이기 쉽지 않을 듯하다"고 했다. 그는 "후임자가 누가 올지 어떻게 알고 업무에 숙달할 시간을 주려한다고 설명한 것도 납득이 잘 안가 정치적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조 상임위원의 조기 사의 표명이 주목되는 건 상임위원이 선관위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요직이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는 12월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내년 1월 말 임기가 끝나는 조해주 상임위원이 12월 정기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선관위 주변의 설명이다. 따라서 12월 인사 전에 임기 3년짜리 새 상임위원을 임명해 그가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알박기’기획 차원에서 조 상임위원의 조기 사의 표명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만일 조 위원의 사표가 수리되면 문 대통령은 새 선관위원(비상임·임기 6년)을 지명할 수 있으며 상임위원(임기 3년) 자리도 관례에 따라 문 대통령이 새로 지명한 신임위원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조 위원은 2018년 지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백서에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이 오른 사실이 드러나 야당이 "문재인 정부가 선관위 요직에 친문 코드 인사를 앉히려 한다" 고 격렬히 반발한 바 있다.  강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