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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잎 하나면 오늘 대기 오염도 확인?…측정 기술 개발됐다

중앙일보

입력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소나무. 연합뉴스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소나무. 연합뉴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솔잎으로 대기가 얼마나 오염됐는지 알 수 있다? 곧 이런 일이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뭇잎이 호흡하는 과정에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납(Pb) 등을 흡수하는 걸 이용한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기오염 측정소가 없었던 전국 각지의 대기 오염 수치 측정도 쉬워지게 됐다.

국립과학환경원은 21일 솔잎과 홍합, 괭이갈매기 알 등 9종의 생물로 담수·해안·대기 오염물질을 측정하는 기술의 표준화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표준화 작업은 이르면 내년 완료되고 상용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솔잎이다. 솔잎은 2년 이상 소나무에 붙어 있고 계절과 상관없이 채취할 수 있어 대기오염 측정에 용이하다. 오염도 측정은 해당 수치를 알고 싶은 지점 주변의 솔잎을 채취하는 거로 시작한다. 이 시료를 실험실로 옮겨 오염도를 분석하게 된다. 3m가 조금 넘는 1년생 소나무의 잎을 골고루 채취한 뒤, 초저온 상태에서 분쇄해서 오염 물질을 측정할 수 있다. 앞으로 솔잎뿐 아니라 느티나무잎, 신갈나무잎, 비둘기 알도 대기 오염 측정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국립대전현충원 연못에서 잉어가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립대전현충원 연못에서 잉어가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강가는 잉어, 바다는 홍합으로 측정

대기 오염뿐 아니라 수질 오염도 각종 생물로 측정할 수 있게 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수질 오염도를 확인하기 위해 잉어·말조개·홍합·괭이갈매기 알을 시료로 만드는 기술을 표준화하고 있다. 강가에 서식하는 잉어와 말조개로는 담수 오염도를 측정한다. 해안가에서 얻을 수 있는 홍합과 괭이갈매기 알로는 바닷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챙겨볼 수 있다.

특히 괭이갈매기 알은 바닷속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측정하는 기술에도 활용된다. 환경과학원은 10년 전부터 전국 해안가에서 백령도 괭이갈매기 알을 채집하고 있다. 산란 후 며칠 내로 알을 분석하면 어미가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 등 유해 화학물질의 농도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게 된다.

생물 9종을 이용한 오염 측정 기술 관련 논문은 지난해 발표된 상태다. 현재는 기술 표준화를 서두르는 단계다. 서진원 국립환경과학원 자연환경연구과장은 "솔잎을 이용한 대기오염 측정 기술 논문은 최근 해외에 투고했다. 잉어 등 다른 생물을 통한 오염 측정 기술은 올해 자료를 만드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 과장은 "이들 기술은 이르면 내년에 표준화되고, 실제 현장에서도 조만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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