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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매각 미궁 속으로…인수 후보 美 HAAH홀딩스 "파산 신청"

중앙일보

입력

쌍용차 평택공장. 뉴스1

쌍용차 평택공장. 뉴스1

지난해부터 쌍용차의 인수를 추진해온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스 홀딩스(이하 HAAH)가 조만간 파산 절차를 밟을 것로 보인다. HAAH는 그동안 쌍용차의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돼 왔지만 파산 직전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쌍용차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 자동차 전문 온라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19일(현지 시각) "듀크 헤일 HAAH 회장이 인터뷰에서 'HAAH가 조만간 딜러들과 회의를 가진 뒤 파산신청을 할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HAAH는 수년 전부터 중국 완성차업체 체리 차를 수입해 미국 시장에 유통하는 방식의 사업 모델을 계획했다. 이는 HAAH가 쌍용차 인수해 펼치겠다는 사업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체리 차 수입·유통을 위해선 2억 달러(약 22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했지만, 투자자 유치에 실패했다. 헤일헤장은 "최근 긴장된 미·중 관계로 인해 투자자들이 움츠러들었다"고 말했다. 투자자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월가의 사모펀드"라고 덧붙였다.

헤일 회장의 "파산 신청" 인터뷰로 HAAH의 내부 사정이 완전히 드러나면서, 쌍용차 인수·합병 참여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HAAH는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가진 유일한 해외 업체였다.

쌍용차는 다음 달 말까지 인수의향서를 받고 이후 9월께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력 인수자로 거론된 HAAH가 후보군에서 사실상 사라지면서 인수 가격 등 M&A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HAAH 파산' 보도와 관련해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나머지 인수 의지를 보인 업체는 전기차 스타트업 에디슨모터스와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애초 HAAH는 미국의 자동차 딜러라는 점에서 완성차업체를 인수할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나머지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국내 업체도 마찬가지다. 시간만 끌다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인수자가 우선 부담해야 할 인수자금은 약 3000억원가량이다.

앞서 실사를 맡은 EY한영회계법인은 쌍용차의 청산 가치는 9800억원, 계속 가치는 6200억원으로 평가했다. 경제 논리로만 따지자면 지금 청산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쌍용차는 최근 평택공장 이전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겠다고 발표했다. 1979년 지어진 쌍용차 평택공장(약 85만㎡)은 최근 자산 재평가 과정에서 부지 가치가 약 9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를 팔아 새 공장을 짓고, 이전 부지를 개발해 차익을 남기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전과 새 공장 건립에 따른 행정 절차와 환경평가 등 난제가 많아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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