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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멧돼지 온실가스…'자동차 110만대분' 뿜어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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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환경부]

멧돼지 [환경부]

전 세계에서 서식하는 야생 멧돼지들이 새로운 곳으로 서식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매년 방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자동차 110만대 분량에 맞먹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연구팀 국제저널 논문 발표 #연간 토양 훼손 3만~12만㎢ 수준 #토양 탄소 대기로 배출하는 역할 #근본 원인은 멧돼지가 아닌 사람

호주 퀸즐랜드대 지구·환경과학부 크리스토퍼 브라이언 교수와 뉴질랜드·미국 등 국제 연구팀은 19일 기존 서식지를 벗어난 야생 멧돼지가 토양 탄소를 얼마나 방출하는지를 분석한 논문을 '지구 변화 생물학(Global Change  Biology)'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야생 멧돼지들이 토양을 파헤치고, 땅속의 식물 뿌리는 물론 곰팡이와 무척추동물까지 파먹는데, 이 과정에서 토양 탄소가 이산화탄소로 대기 중으로 방출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서식지에서도 멧돼지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 일어나지만, 연구팀은 남극을 제외한 5개 대륙에 퍼져있는 야생 멧돼지가 새로운 서식지로 침입하는 경우만 분석했다.

멧돼지. 중앙포토

멧돼지. 중앙포토

연구팀은 멧돼지가 토착종이라는 이유로 한국·중국·인도 등 아시아와 유럽 대부분 지역에 대해서는 멧돼지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없는 것으로 제외했다.

이에 따라 멧돼지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은 주로 북미와 남미, 호주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침입종'인 멧돼지가 훼손하는 토지 면적이 연간 1만4208~63만4238㎢(95% 신뢰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추정 범위가 이처럼 넓다는 얘기는 이번 연구가 아직은 불확실성을 크게 안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 추정 범위에서 중간값은 3만6214㎢로 대만 면적과 비슷한데, 이 정도 면적이 멧돼지에 의해 훼손됐을 때는 연간 49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것으로 연구팀은 계산했다.
이는 자동차 110만대가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것이고, 사람들이 산림 훼손을 통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0.4%에 해당한다.

또, 훼손 면적 추정치의 평균값은 12만3517㎢로 북한 면적(12만3138㎢)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경우는 연간 1697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것이어서 자동차 370만대의 배출량과 맞먹고, 산림 훼손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3%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계산을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멧돼지 밀도를 모델링 했고, 이를 바탕으로 침입종인 멧돼지로 인해 교란된 토양 면적을 추산했다.

연구팀은 또 저지대 초원에서 아고산대 삼림 지대에 이르는 다양한 식생 유형과 기후·고도 등을 고려해 1만개 지점을 대상으로 멧돼지에 의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시뮬레이션했다.

멧돼지. 국립생물자원관

멧돼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팀은 "토양은 대기의 3배에 해당하는 탄소를 함유하고 있다"며 "멧돼지가 토양 탄소가 풍부한 지역으로 서식지를 넓히도록 허용하면 미래에 온실가스 배출 위험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애당초 온실가스 배출을 우려하게 하는 기후변화 문제를 초래한 것이 인류이고, 멧돼지가 새로운 지역으로 서식 범위를 넓혀 침입종이 되도록 근본 원인을 제공한 것도 인류인 만큼 멧돼지를 비난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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