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케메로보의 한 서커스장. 깜찍한 모자를 쓰고, 스카프를 두른 곰이 여성 조련사를 따라 뒤뚱뒤뚱 걷는다. 그러다 느닷없이 조련사에게 달려들더니 스타킹이 찢어질 때까지 다리를 할퀴고, 발목을 붙잡은 채 놓아주지 않는다.
어린이를 포함한 관객은 공포에 질린 표정이다. 다른 두 조련사가 곰을 떼어낸 뒤에야 조련사는 간신히 곰으로부터 벗어났다.
무대와 가까운 객석 안전 장치 없어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가 조사 착수
다행히 조련사는 큰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이 영상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당시 무대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객석에 울타리 같은 안전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중요 범죄를 수사하는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18일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사람처럼 꾸미고 공연하던 곰이 야수처럼 돌변한 위험천만했던 상황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곰은 공연 도중 여성 조련사를 총 세 차례 공격했다. 훌라후프 묘기를 유도하는 조련사에게 팔을 휘두르며 덤비기도 했다.
'할리퀸 유랑단'이란 이름의 이 서커스단은 곰을 훈련시켜 묘기 등을 선보인다. 관객이 촬영한 곰의 공격 영상이 공개된 이후에도 서커스단은 이 사실을 부인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서커스단 관계자는 "곰의 짝짓기 기간이라 좀 흥분했을 뿐, 어떤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서커스의 안전 수칙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특히 관객을 위한 안전 장치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러시아에선 동물을 이용한 서커스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비타(VITA)의 이리나 노보질로바는 "서커스를 위한 동물 훈련은 상상 이상으로 잔인하게 이뤄진다"면서 "동물 서커스를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