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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복귀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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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미국 내 많은 지역에서 백신 접종률이 70%에 근접하면서 지난 1년 넘도록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재택, 혹은 원격 근무를 허용해 왔던 기업들이 다시 직원들을 불러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는 8월 말이나 9월 초 즈음이면 많은 기업의 사무실이 직원들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직원들 중에는 사무실 복귀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버티는 사람이 제법 많다. 팬데믹이 시작할 무렵 많은 기업, 특히 테크기업들이 팬데믹이 끝나도 원격근무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똑같은 업무량을 소화하면서도 출퇴근 시간을 절약해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직원들이 예전 생활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최근 미국 기업들의 구인난과 맞물려 더 큰 힘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애플이다. 애플은 9월부터 일주일에 3일은 사무실에서 일하게 하는 ‘하이브리드 출근 스케줄’을 발표했지만 많은 직원이 그냥 재택근무를 계속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애플이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자 일부 직원들은 “그럼 회사를 나가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애플은 “직원들이 서로 우연히 만날 수 있는 환경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겨난다”는 스티브 잡스의 생각에 따라 물리적인 공간에서의 협업을 중시했다. 우리 돈으로 6조원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 세계 최고 수준의 업무 공간인 ‘애플 파크’를 건설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그렇게 다른 업무를 하는 직원들끼리 우연히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었는데, 애플의 직원들은 이를 마다하고 재택근무를 택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