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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손가락 잃은 김홍빈 대장, 히말라야 14좌 완등 뒤 실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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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디피크 등정을 앞두고 베이스캠프에서 포즈를 취한 김홍빈 대장. [사진 광주시산악연맹]

브로디피크 등정을 앞두고 베이스캠프에서 포즈를 취한 김홍빈 대장. [사진 광주시산악연맹]

김홍빈(57) 대장이 장애인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하산 도중 조난을 당해 실종됐다.

김홍빈 대장이 이끄는 2021 김홍빈 브로드피크 원정대는 18일 오후 8시 58분(한국시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카라코람산맥 제3 고봉인 브로드피크(8047m)를 등정했다. 유재강(등반대장), 정우연(장비·식량), 정득채(수송·포장) 등 6명의 대원이 김 대장과 함께 했다.

장애인이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건 김 대장이 최초다. 비장애인을 포함하면 세계에서 44번째다. 한국인으로는 엄홍길·고(故) 박영석·김재수·한왕용·김창호·김미곤에 이은 7번째다. 김 대장은 무선을 통해 "코로나 19로 지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장애인 김홍빈도 할 수 있으니 모두들 힘내십시오"란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김홍빈 대장은 19일 자정 무렵 하산 도중 크레바스(눈덩이 또는 빙하가 깨어져 내릴 때 생기는 틈)에 빠졌다. 오전 10시 경 김 대장은 위성전화로 구조를 요청했다.

오전 11시 캠프4에 대기 중이던 러시아 구조팀이 김대장을 발견했고, 당시엔 김 대장이 손을 흔드는 등 의식이 있었다고 전해졌다. 1명의 대원이 내려가 물을 제공하고, 15m 정도를 끌어올렸으나 줄이 헐거워지면서 등선 아래쪽으로 다시 추락했다. 광주시산악연맹은 "외교부를 통해 파키스탄 대사관에 구조헬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 대장은 1983년 송원대 산악부에서 처음 산을 만났다. 그는 27살이던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드날리(6194m·당시 명칭 매킨리)를 단독 등반하다 조난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동상을 입었고, 열 손가락을 절단했다. 앵커리지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3개월 동안 병원에 머물며 7번이나 이식 수술을 했지만 끝내 장애를 얻었다.

좌절에 빠졌던 김 대장은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장애를 얻기 전 고산 등반을 위한 훈련 삼아 배워둔 스키였다. 전국체전 노르딕 스키 종목(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에 출전해 입상(은메달)하기도 했던 그는, 장애를 입은 뒤 알파인스키로 전향했다. 1999년 처음 국가대표가 된 그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 패럴림픽에도 출전했다. 여름에는 사이클을 통해 하체 근력을 키웠다.

김 대장은 2006년 가셔브룸2봉에 올랐고, 2007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에 등정했다. 2009년엔 7대륙 최고봉 완등 기록까지 세웠다. 2015년에는 세계 4위 고봉 로체(8516m)에 오르다 네팔 대지진 참사로 등반을 포기했으나, 2년 뒤 재도전에 성공했다. 2019년 가셔브룸1봉에 오른 김 대장은 브로드피크를 마지막으로 15년 만에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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