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대출 막혀 현금부자만 입주 가능"...과천 새 아파트 날벼락

중앙일보

입력 2021.07.19 17:25

올해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과천 지식정보타운 4블록의 모습.  [사진 독자제공]

올해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과천 지식정보타운 4블록의 모습. [사진 독자제공]

올해 12월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지정타)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김 모(40) 씨는 잔금 대출을 위해 시중 은행을 방문했다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다. 입주 때 추정 시세가 15억원이 넘어 잔금 대출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김 씨가 분양받은 아파트는 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S4 블록) 전용 99㎡다.

12월 입주 앞둔 과천지식정보타운
분양가 9억 넘어 중도금 대출 막힌
중대형 평형 추정 시세 15억 넘어
잔금대출도 불가능할 것으로

지정타는 정부가 과천시 갈현동·문원동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조성한 대규모 공공택지지구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지난해 분양 당시 ‘로또 분양’으로 경쟁이 치열했다.

민간 분양단지인 4블록의 경우 458가구 모집하는데 19만여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만 416대 1에 달했다. 당시 분양가는 3.3㎡당 2376만원으로 과천 시내 아파트 시세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김 씨는 “온 가족이 평생 집 없이 살다, 내 집에 입주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출 규제에 막혀 입주를 못 하고 전세를 줘야 할 판”이라며 “공공택지 분양 아파트라 10년 전매제한이 있는데도 현재 시세를 평가해 대출 제한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10년 넘게 기다린 집, 대출 막혀 전세 줘야" 

김 씨 뿐 아니라 지정타의 중대형 평형을 분양받은 4·5·6블록 입주예정자들은 모두 같은 처지다. 지정타는 2011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지만 수년간 사업이 지연되다 착공 무렵에도 분양가를 놓고 시행자와 과천시가 줄다리기를 하는 통에 분양이 계속 지체됐다. 2018년께 예정됐던 입주자 모집 공고를 2년 뒤인 지난해부터 시작한 까닭이다.

하지만 정부가 2019년 12·16대책으로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탓에 잔금 대출의 길이 막혔다. 중도금 대출은 2017년 발표한 8·2대책으로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이 되면 이미 받을 수 없다.

2023년 르센토데시앙(S5블럭) 입주 예정인 주부 이 모(47·경기 과천시) 씨는 “10년 전매제한이 있는 공공택지지구조차 현금 부자만 분양받으란 이야기”라며 “정부가 규제로 때려잡으려는 게 투기꾼이 아니라 나 같은 실수요자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과천지식정보타운 블록별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과천지식정보타운 블록별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더욱이 올해 2월 19일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는 서울 및 수도권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는 전·월세를 놓을 수도 없다. 정부가 분양가격에 따라 최대 5년 이내의 거주 의무기간을 둔 탓이다.

사전청약을 앞둔 공공택지인 성남 복정1지구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2580만 원 선으로 지정타보다 더 비싸다. 중대형 단지의 경우 입주 무렵 시세 15억원을 넘어서서 잔금 대출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15억원 이상 대출금지 규제가 있는 것을 알고 분양받은 만큼 예외 규정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규제 위주의 정부 정책이 시장을 예측불가능하게 만들고 주거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정부·여당이 철회한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규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6·17 대책 때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를 발표했고, 이후 1년간 입법 여부를 둘러싸고 시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집주인은 재건축될 아파트에서 살기 위해 수천만 원의 리모델링 비를 들이거나, 세입자의 경우 집주인의 실거주로 더 살 수 있는 집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속출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정부가 시장 전체를 겨냥해 규제하는 통에 법으로 보호해야 할 실수요자와 주거 취약계층조차도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정책 발표로 입법 전에 선제적으로 움직인 분들이 피해 보는 상황은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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