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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민 "아나운서시절 기사나면 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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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민은 우리 연예계에서 참으로 독특한 존재다. 1991년 이병헌 노현희 등과 KBS 공채 탤런트 시험에 합격했으나 집안의 반대로 그만두고, 94년 다시 KBS 아나운서로 방송사에 입성했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뉴스 앵커로, 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 자리잡던 그녀는 어느날 한 PD의 부름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MC를 맡게 됐고, 숨겨졌던 끼를 발휘해 아나운서의 연예인화라는 이슈를 나은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7년만에 자신의 꿈인 배우가 되기 위해 모두들 선망하는 직업인 아나운서를 박차고 나왔다.

최근 모바일 화보를 발표하며 다시 한번 이슈의 중심이 된 임성민이 자신을 둘러싼 오해를 해명하고, 배우로서의 꿈과 그 꿈을 향한 과정에서 일어난 고충을 아주 진솔하고 정연하게 털어놨다.

- 아나운서의 연예인화라는 논쟁을 나은 주인공이다.

▶당시는 인터넷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이슈가 터지면 지금처럼 일파만파가 되지는 않았다. 97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예능국 PD가 나의 끼를 알아봤다면서 코미디 프로그램인 '쇼! 행운을 잡아라'에 투입시켰다. 당시 코미디언 고 김형곤씨와 함께 '일요연예와이드'라는 풍자 뉴스를 진행하면서, 소위 '까는' 멘트도 하고, 그 상황을 직접 흉내내 보여주기도 했다.

그 PD가 어떻게 보면 오늘날의 지명도를 안겨준 은인이기도 하지만, 아나운서로 조용히 살아갈 수 있었던 길을 틀어놨다고도 할 수 있다.(웃음) 그 뒤로 아나운서실에서 나더러 예능 프로그램만 하라고 하더라. 사람들은 내가 그때 튀고 싶어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돌출행동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어떤지 몰라고 아나운서실이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내가 뭘 하고 싶어요'라고 의사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위에서 시키면 그냥 해야한다. 나는 그 때 뭘 시켜도 웬만치 해냈기에 뉴스나 쇼 등에 다 투입됐다. 그런데 예능에서 그냥 열심히 하려다보니까 끼가 발휘된 것 뿐이다.

-기존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깨야겠다는 의도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나.

▶그런 건 아니다. 부모님의 반대로 탤런트가 되지 못했고, 당시에는 내 갈길이 그 길 밖에 없어서 정말 열심히 한 것 뿐이다. 수영복도 입고 나왔고, 씨름도 하고 많은 것들을 했다. 헤어스타일도 항상 부분가발을 쓰곤 했다. 당시 쇼 적인 면모를 보여준 아나운서는 이계진, 김병찬 선배 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어느정도 점잖게 나오셨다. 그런데 나는 아나운서가 아니면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라는 아쉬움 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무(노래, 춤)'에 능해 학교 다닐 때부터 튀었다. 춤 같은 것은 몇번 보면 그냥 따라할 정도로 재능이 있다. 나는 일종의 선구자였다고 생각한다. 콤롬버스가 미국 대륙을 발견한 것을 증명하려고 했던 기분이 이해가 갈 정도로, 안에서 말이 많아 힘들었다.

-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떨치고 나온 것에 그러한 압력이 반영됐나.

▶나는 정말 아나운서로서 열심히 살았다. 하루 2,3시간씩 자면서 회사에서 19,20시간씩 일했다. 그러다보니 입사 동기중 5년만에 4급에서 3급으로도 진급한 것이 전해 108명중 7명 뿐이었는데 거기에도 들었다. 휴가도 안가고 라디오 뉴스까지 다 하고, 남들 대타도 해달라면 다 해줬다. 일요일에도 '쇼! 행운을 잡아라' 때문에 쉬지 못했다. 건강도 많이 악화됐다.

그런데 아나운서실에서는 매일같이 나에 대한 간부회의가 열렸다. 과연 나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로. 신문에 내 기사만 나도 야단을 맞았다. 결국 '임성민 오락 프로그램 금지령'이 내려 99년 이후 '가족오락관' 같은 오락 프로그램에도 못나갔다.

때마침 IMF가 터져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여자 MC들을 모두 아나운서로 대체했다. 일은 점점 많아지니 그만 두기가 힘들었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지 못했다면 진작에 아나운서를 그만 뒀을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해소하던 것을 못하게 되니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내게 됐다.

- 이러한 아나운서 연예인화 논란이 언제쯤 끝나니라고 보나.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존재하는 한 이 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아나운서가 보도, 교양, 시사 분야를 진행하는 사람이고 오락 프로그램 출연은 외도라고 생각하는 한 논란은 계속 있을 것이다. 변호사, 의사 같은 전문직을 가진 사람이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서 코메디를 하면 화제가 되듯이 말이다.

- 배우로서 계속 도전을 하고 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지난 2001년 '한 여름 밤의 꿈'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했고, 2003년 '넌센스 잼보리'로 뮤지컬도 시작했다. 연기는 지난 2004년 MBC '사랑을 할꺼야'에서 잡지사 기자로 잠시 나온 후 하지 못했는데, 아나운서, 기자 역을 맡는 것이 연기 이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더라. 본래 하던 일이니까 그냥 제법 하려니들 한다. 게다가 그런 역할은 건조하게 일하는 모습만 보여지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일단 일반인들이 연예인이 되기는 힘들다. 연예계 문이 좁은데다가, 나로서는 전직이 있으니 선입견이 있어서 더 힘든 것 아닌가 싶다. 또 우리나라는 연기를 할 수 있는 폭이나 소재, 그리고 연령대로 다양한 편도 아니고, 스토리도 다양하지 않다.

- 모바일 화보를 찍게된 계기가 있나.

▶이런말 하면 웃을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계속 모바일 화보를 찍자는 제의가 있었다. 다른 보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설득으로, 나도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고 드라마틱한 화보를 찍고 싶어 응했다.

-몸매가 굉장히 좋다. 글래머러스한 가슴도 화제가 됐는데.

▶본래 내가 팔 다리가 긴 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몸이 부각될 일이 없었다. 그리고 화보 찍을 때 가슴을 가운데로 모으고 테이핑을 하면 다들 그렇게 나온다. 또 다른데는 햇볕에 탄데 비해서 그 부분은 그렇지 않으니까 더욱 눈에 띄었나보다. (웃음)

- 탤런트 공채에 합격했을 때 그냥 연기를 계속했으면 어땠을까.

▶내 또래 연기자들을 유심히 보면서 연기를 계속 했으면 저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항상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내가 연기했으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한다. 스무살 때부터 연기를 했으면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 이후에도 빨리 아나운서를 그만둬야했었지 않나 하는 후회가 있다. 탤런트로 잘되던 못되던 어떤 형태로든 연기를 계속 했을 것이다.

작은 역할이라도 잘 할 자신이 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게 될 것 같아서 저걸 포기하면, 이것도 막판에 성사가 안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안타깝다.

- 요즘 근황은 어떤가.

▶지난해 가을 KBS '스타골든벨'의 진행을 그만두고 연기에만 전념하려 하고 있다. 배우 조재현 이한위 배수빈씨 등과 '텅빈산악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북한산 등반도 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키우고 있고,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승마도 배우고 골프도 한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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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MC

196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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