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금지’에 못가는 가족여행…숙소 취소 수수료만 31만원?

중앙일보

입력 2021.07.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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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18일 제주 함덕해수욕장에 많은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이 찾아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18일 제주 함덕해수욕장에 많은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이 찾아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방역 당국의 사적 모임 제한 확대로 ‘환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과 제주도 등의 인원 제한으로 숙소 예약을 취소하면서 전액 환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다음달 초 제주도 가족여행을 계획했다는 A씨(32)는 “거리두기 강화 때문에 취소하게 됐으니 위약금도 좀 깎아줄 줄 알았는데, 숙소 자체 환불 규정을 따라야 한다며 30일 미만 취소 건이라는 기준을 적용해 50%를 (환불 수수료로) 떼어가서 31만원을 날렸다”고 말했다.

계약금 환불은 ‘권고 사항’일 뿐

휴가철 국내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하게 된 이들은 “자의도 아닌데 수수료를 떠안게 됐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숙박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816건, 2019년 904건에서 2020년 1353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높은 증가율(49.8%)은 수수료 분쟁이 큰 이유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숙소 환불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위약금 없이 계약금을 환불하는 내용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권고 사항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소비자들의 목소리다.

1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이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여행객들이 제주도를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주도는 19일 0시부터 거리두기를 현재 2단계에서 3단계로 올린다. 뉴스1

1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이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여행객들이 제주도를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주도는 19일 0시부터 거리두기를 현재 2단계에서 3단계로 올린다. 뉴스1

100% 환불? 업자마다 기준 제각각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투숙 전날까지 취소 혹은 일정 변경을 해주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제주도 여행 관련 온라인 카페의 한 회원은 “순순히 전체 환불해주는 곳도 있지만, 1년 기한을 줄 테니 다음에 오라거나 제한 인원 4명에 맞춰오라는 곳도 봤다”면서 “환불 기준은 주인 마음대로 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B씨는 “읍사무소에서 숙소 환불에 따른 분쟁은 알아서 해결하라고 알려왔다”며 “고객 요청대로 원래대로 예약을 받았다가 적발되면 벌금을 더 많이 물게 되니 그냥 환불해 드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숙소를 예약했다가 환불을 요청하면 플랫폼 업체와 숙박업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공정위 피해구제 신청 내용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숙박 계약이 1933건으로 전체의 57.2%다. 신청 이유로는 계약해제ㆍ해지 거부 및 과도한 위약금 요구 등의 ‘계약’ 관련이 85.3%(2881건)로 가장 많았다.

공정위의 권고가 잘 지켜지는 곳은 국립으로 운영되는 휴양림 정도다. 국립 아세안자연휴양림 관계자는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으로 취소할 수밖에 없는 분들에게는 위약금 없이 100% 환불을 해주고 있다”면서 “민간 업체라면 도의적인 문제지, 법적인 문제는 아니라 환불을 100% 해주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정부, 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박인철 서울시관광협회 관광호텔업 위원장은 “애초에 ‘호텔 취소시 위약금을 안 내도 된다’는 공정위 권고를 TV를 통해 처음 접했다”라며 “방역 당국에서 사전에 숙박업 종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세세한 지침을 정한 후에 거리두기 방침을 밝혔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호텔이 취소 위약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못 받게 되더라도,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주거나 하지 않는다. 호텔은 재난지원 업종도 아니다”라며 “4단계 지역에서 오는 고객들에 대해서만 환불을 해주라든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경우에 환불해야 할지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명섭 서울시관광협회 국내여행업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갈팡질팡 정책을 계속 내기 때문에 관광업, 여행업계는 이제 포기 상태다. 코로나가 2년 가까이 되도록 탁상공론만 하고 있으면 되냐”라며 “손실을 보는 부분에 대해 업계가 감당을 못하면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게 정부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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