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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사람에게 쉬운 건 다 잘한다고? 백 텀블링 해도 빵에 잼은 못 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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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김상배 MIT 교수. [사진 네이버]

김상배 MIT 교수.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최근 수년간 로봇 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말 완공할 제2 사옥은 로봇 친화 빌딩이다. 자율주행 수하물 배달 로봇 어라운드D가 100대 이상 배치될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기업 네이버가 하드웨어 로봇에 열심인 이유는 네이버 서비스를 오프라인에 심겠다는 의지에서 나온다.

치타로봇 개발한 김상배 MIT 교수 #“사람처럼 말 알아듣는 로봇 없어 #인간의 손같은 프로그램 짜는 중”

김상배(46)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기계공학부 교수는 네이버의 ‘로봇 트랜스포메이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연구자다. 2012년부터 MIT 생체 모방 로봇(인간·곤충·동물의 특성을 딴 로봇) 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2018년 네이버랩스와 공동으로 4족 보행 로봇 ‘미니 치타’를 개발했고 이듬해 네이버랩스 테크 컨설턴트(고문)로 합류했다.

실생활 서비스형 로봇이 늘고 있다. 현재 기술 수준은.
“로봇의 기능은 크게 ‘이동’과 ‘일한다’로 나뉜다. 이동 기술은 성숙했다. 네이버의 ‘어라운드D’만 봐도 2차원 카메라 센서로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잘 간다. 하지만 일, 즉 사람이 손을 써야 하는 분야는 발달이 더디다.”
‘미니 치타’는 백 텀블링을 한다.
“사람들은 로봇을 ‘의인화’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잘 못 하는 어려운 일(동작)을 로봇이 해내니 사람이 쉽게 하는 일쯤은 당연히 다 잘하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니다. AI와 로봇은 딱 그것만 잘한다.”
4족 보행 로봇 미니 치타 . [사진 네이버]

4족 보행 로봇 미니 치타 . [사진 네이버]

무슨 의미인가.
“‘미니 치타’를 개발할 때 백 텀블링보다 더 어려웠던 건 로봇이 넘어지지 않고 잘 걷게 하기였다.”
사람에겐 쉬운데 로봇한텐 어려운 일이 또 뭐가 있나.
“사람 말을 사람처럼 알아듣는 로봇은 아직 없다. ‘빵에 잼을 바르다’라는 표현을 사람은 바로 알아듣는다. 그런데 로봇에겐 병에서 얼마만큼의 잼을 퍼서 빵에 어느 정도 두께로 바를지까지 정량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인간이 쓰는 동사의 90% 이상이 로봇에겐 어렵다.”
로봇이 잘하려면 뭘 연구해야 하나.
“요즘 우리 연구실에선 인간의 손을 주목하고 있다. ‘주머니에서 열쇠 꺼내세요’란 명령을 로봇이 실행하려면 한두 페이지 이상 코드를 써야 한다. 주머니를 찾아서 적당하게 벌리고, 거기에 손을 넣어 열쇠를 찾고, 그걸 집은 후 주머니 밖으로 꺼내기까지 쪼개진 단계마다 로봇이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게 프로그램 구조를 짜고 있다.”
로봇의 발전이 사실은 소프트웨어에 달렸단 얘긴가.
“그렇다. 우리 연구소 역량의 95%를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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