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픽사가 최고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것' 덕분

중앙일보

입력 2021.07.17 15:3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정답이 없는 시대에는 일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예전에는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면 이제는 위와 아래가 쌍방향으로 대화하며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목표를 향해 달린다. 이를 위해 조직에서 수평적 대화가 필요한데 여기에 우선되는 조건이 있다. 구성원들이 높은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종화 코치의 '요즘 팀장은 이렇게 일합니다']
수평적 대화를 위한 '브레인 트러스트'가 성공 키워드
'심리적 안전감'이 올바른 피드백과 발전 가능성 열어

구성원들의 마음이 불안하다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겉도는 이야기를 하거나 아예 침묵하게 된다. 피드백을 받아들일 때도 마찬가지다. 있는 그대로 받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피드백을 왜곡해서 이해하는 것이다. 결국 행동은 바꾸지도 못하고, 감정의 골만 깊어지기 쉽다.

그렇다면 애니메이션 영화의 명가로 평가받는 픽사에는 어떤 조직문화가 있을까? 픽사의 CEO이자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사장이었던 에드윈 캣멀은 동료의 재능을 더 조화롭게 할 방법으로 두 가지 행동을 했다.

먼저 에드윈 캣멀은 “내가 한 실수는…”이라는 말을 달고 다니며 자신의 실패를 구성원에게 솔직히 밝혔다. 이런 행동은 ‘CEO도 실수하는데,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구성원들이 갖는 것으로 이어졌다. ‘완벽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벗어나게 할 심리적 안전감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피드백 회의 ‘브레인 트러스트’

또 하나는 수평적 대화를 위한 구조 설계였다. 그렇게 탄생한 게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다. ‘스토리 트러스트(Story trust)’라고도 하는데, 제작 중인 작품의 진행 사항을 공유하고,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아이디어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었다. 이들이 진행하는 회의의 원칙은 간단했다.

첫째, 지시 대신 아이디어다. 브레인 트러스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회의의 리더가 없다는 점이다. 서로에게 어떤 지시도 하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자신의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데 집중했다. 이때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모두의 의견을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었다. 참석자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했고, 결정은 감독의 몫으로 남겼다.

자연스럽게 감독은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에 집중했다. 보통의 조직은 아이디어를 내면 그 아이디어가 옳은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픽사는 달랐다. 선택권은 감독에게 있으니 어떤 아이디어라도 두려워 않고 편하게 낼 수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낸 의견이 채택되었다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져도 책임은 그 의견을 선택한 감독에게 있는 것이다.

둘째, 모두의 목표는 오로지 ‘작품 성공’이다. 브레인 트러스트는 결국 현재 닥친 이슈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떻게 더 좋은 작품을 만들지 고민하는 자리였다. 작품의 성공이 조직과 서로가 성공하는 길이었고, 동료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구조였다.

여기서 피드백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피드백은 불편한 마주침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동료의 성장을 위해 피드백을 해야 한다. 동료가 성장하면 팀이 성장하고, 회사와 내가 성장한다는 믿음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솔직함이 전부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이디어나 생각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제안을 받는 게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안 좋은 소리를 피하기 위해 진행 상황을 대충 얼버무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픽사는 브레인 트러스트에서의 피드백을 제작팀과는 ‘다른 생각, 다른 의견’을 듣는 시간으로 정의했다. 반대가 아닌 다양한 관점이라는 인식을 심은 것이다.

참석자들은 이 회의를 통해 더 좋은 과정,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는 명확한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이 전제가 깔리자 이 회의에서 나오는 피드백은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닌 작품에 기여하는 과정이 되었고, 감독과 작품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각자의 고민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 여기에 신뢰까지 쌓이면서 각자의 생각에 대해 더 솔직해질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넷째, ‘더하기’ 화법을 사용한다. 브레인 트러스트의 대화 방식은 ‘Yes, and’이다. 즉 ‘의견 좋아요. 그리고 이런 건 어떤가요?’라는 화법인 것이다. 동료의 아이디어를 ‘그거 아닌 거 같은데? 난 이게 더 좋은데?’와 같은 부정적 피드백이 아닌 긍정적인 말에 새 의견을 추가하는 화법을 써야 한다.

팀장이 ‘심리적 안전감’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모든 조직이 브레인 트러스트 방식으로 회의를 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먼저 실패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의사결정권이 리더에게 있을 때와 다른 이의 의견에 부정적인 평가를 던질 때다. 과정에서의 잘못을 평가하는 조직문화와 리더십이 있다면 누군가 생각을 숨길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상품을 만드는 기획자, 마케터, 콘텐트 제작자 그리고 전체 총괄이 브레인 트러스트 회의를 한다면 누구에게 의사결정권이 있어야 할까? 이날 상품 방향을 소개한 기획자에게 있어야 한다. 마케터와 콘텐트 제작자는 의견은 제안하되 결정권을 갖고 있진 않다.
팀장도 마찬가지다. 브레인 트러스트 회의를 실패하는 조직에서는 담당자가 아닌, 팀장이 브레인 트러스트를 빙자한 컨설팅을 한다.

“해봤어? 근거가 뭐야? 레퍼런스가 있나?”

어차피 답을 리더가 갖고 있는 경우라면, 누가 새롭고 다양한 의견을 내려 할까? 회의의 결말은 리더가 원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끝나게 되고, 이는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픽사가 브레인 트러스트를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던 배경을 다시 생각해보자. 이들은 의견을 내놓을 때 거절되거나 비판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조직이 심리적 안전감을 갖춰야 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구성원이 업무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마련돼야 개선점을 피드백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필자는 사람들과 회사를 성장시키는 리더십 코치. 16년간 이랜드 그룹에서 근무하며 신입 사원부터 경영자 후보, 경영자를 양성하는 교육을 진행하는 인사교육팀장, 5개의 법인을 책임지는 인사책임자, 부회장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성장하는 스타트업 블랭크코퍼레이션에서 MZ 세대의 리더와 구성원들의 성장을 이끄는 코치를 거쳐 현재 그로플(Growple)의 CEO다. 팀장 리더십을 위한 [요즘 팀장은 이렇게 일합니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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