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깬' 잠룡 김동연 부동산 해법 내놨다···김종인은 극찬

중앙일보

입력 2021.07.16 18:09

업데이트 2021.07.16 20:04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야권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19일 정식 출간되는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토지 공개념’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지 공개념은 토지의 소유 및 처분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전 법무장관 등 여권 대선주자들은 입법을 통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16일 일부 서점에서 판매가 시작된 저서에서 김 전 부총리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부동산 불로소득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결국 토지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제안한 바 있는 ‘국토보유세’,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과잉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걷는 ‘지대세’(地代稅) 등을 언급했다. 이들 과세에 대해 그는 “소득이 전혀 없는 토지보유자나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면서도 “부동산 불로소득을 효과적으로 차단·환수하고 모든 국민에게 토지에 대한 권리를 평등하게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고 적었다.

“소주성, 네이밍부터 잘못돼”

김 전 부총리는 대선 최대 화두로 떠오른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일의 미래, 재정상황, 국민적 수용성을 감안해 장기적으로 신중히 검토할 문제”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모두에게 똑같이 배분하는 기본소득으로 소득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소비 진작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이유다.

여당이 ‘전국민’ 지급으로 당론을 정한 재난지원금 관련해서도 김 전 부총리는 “수요가 있는 사람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한편, 피해와 손실의 정도에 따라 지원에 차이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보편 지급’ 주장이 쏟아지는 것을 겨냥해 “경계할 것은 정치 일정을 앞두고 흔히 나오는 포퓰리즘이다. 길게 봐야 하는 재정과 경제가, 짧게 볼 수밖에 없는 정치에 휘둘리지 않게 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 재임하던 시절 느낀 아쉬움도 책에 담았다. 그는 특히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네이밍(naming)부터 잘못됐다”며 “‘소득’만이 ‘주도’해서는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 ‘공급’ 측면에서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최저임금을 16.4% 올렸던 때에 대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정책실과 크게 부딪쳤다”며 “대통령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고하려고 준비했지만 기회는 번번이 저지당했다”고 적었다.

“분권형 대통령제 해야…의원 내각제도 검토 가능”

권력구조 개편 관련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국회에서 추천·선출한 국무총리에게 실질적 권한행사를 보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했다. 그는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이 분산되고 정당 간 상호견제와 협력도 이뤄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의원내각제로의 개헌도 검토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대통령 임기를 현행 5년에서 4년으로 줄이되 한 차례 연임 가능하도록 바꾸고,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도록 선거 사이클을 바꾸자는 구상도 내놨다. 구체적인 개헌 시점으로는 다음 대통령이 “임기 초에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2024년 4월로 예정된 차기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기 위해선 차기 대통령이 임기 5년 중 절반 이상을 줄여야 하는데, 김 전 부총리는 이를 염두에 둔 듯, “차기 대통령은 임기의 절반을 줄여도 좋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선거제 개편에 대해서도 “승자독식을 가져오는 단순다수 소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봉사로 정치를 하도록 제도를 바꾸자”며 국회의원 권한과 혜택을 줄이는 방법들도 열거했다. ▶국회의원 보수에 대해 ‘중위소득 기준 1.5~2배’ 등 상한을 정할 것 ▶다선(多選) 제한 ▶한층 엄격한 겸직 금지 등이다. 또 “입법부 권력과 직무수행에 대한 시민통제와 견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의원이 법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현저히 침해할 경우 국민이 파면할 수 있는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도 제안했다.

김종인, “김동연, 현실 인식 잘 돼있어”

이밖에도 김 전 부총리는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해선 “입법부·사법부·행정부를 대표하는 기관들은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자. 우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이전하자”고 주장했다. 또 공공부문 개편을 위한 방법으로는 “공공기관 일몰제를 제도화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한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의 저서에 대해 “미리 받아 읽어봤다”며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인식은 아주 잘 돼 있더라”고 호평했다. 이어 “그게(그 책이) 나오면 아마 김 전 부총리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국민 삶이 피폐해지기 시작하면 ‘경제 대통령’이란 말이 나오게 돼 있다”며 김 전 부총리가 대선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두 사람(김종인·김동연)은 서울 한 식당에서 조찬 회동도 가졌다. 1시간 20분의 만남 후 먼저 나온 김 전 부총리는 취재진에 “정권 재창출·교체보다 정치세력의 교체, 그리고 우리 사회 의사결정 세력의 교체가 먼저”라며 대선 출마 의지를 보였다. 김 전 부총리의 정치 행보에 대해선 “제3지대에서 대선 둥지를 틀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어 나온 김 전 위원장은 “김 전 부총리가 대한민국이 당면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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