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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 갤폴드3 유출한 그 남자 "직업 없다, 난 즐길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IT 팁스터 에반 블래스의 트위터 소개 사진. [사진 트위터]

IT 팁스터 에반 블래스의 트위터 소개 사진. [사진 트위터]

최근 유명 IT 팁스터(정보제공자)에 의해 삼성전자나 애플 등이 출시 예정인 ‘신상폰’의 사전 유출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유명 IT 팁스터 에반 블래스 인터뷰 #언팩 앞두고 갤Z폴드3 렌더링 공개 #“돈 때문에 신상폰 올린다고? 놉!” #LG 폰 철수 소식에 “아주 충격적”

이런 와중에도 에반 블래스(43)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달 공개 예정인 갤럭시Z폴드3, 갤럭시Z플립3 등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의 360도 렌더링(완성 예상도) 이미지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또 보급형 기종인 갤럭시S21FE와 갤럭시워치4(스마트워치), 갤럭시버즈2(무선이어폰)로 추정되는 제품의 이미지도 게재해 관심을 끌었다. 각국의 IT 매체들은 앞다퉈 이 이미지를 보도했다.

43만 IT 마니아 사로잡은 ‘@evleaks’ 

블래스는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과 관련 액세서리에 대한 렌더링을 제품 출시 전 공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렌더링은 실물은 아니지만 제품의 특징을 보여준다. 그의 트위터(@evleaks) 팔로워는 43만여 명에 달한다. 글로벌 IT 기업과 IT 전문매체도 블래스의 트윗에 주목한다.

왜 이렇게 ‘IT 기밀’을 유출하는 걸까. 지난 12일 그에게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했다. 블래스는 일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이틀 뒤 답을 보내왔다. 한국 매체와 첫 인터뷰다.

@evleaks는 누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vleaks는 누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번 제품 이미지 유출로 삼성에 경고를 받았나.
“자발적으로 트윗 몇 개를 지웠지만 이제까지 삼성한테 경고나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 애플 역시 마찬가지다.”
왜 출시 전 제품의 정보를 유출하나. 
“이런 이미지나 정보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고,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걸 즐겨서다. 정보 유출이 대단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아주 재미있는 일이다. 최신 유행을 알려줌으로써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구입 예산을 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정보 기다리는 사람 많다…나는 즐길 뿐”

유출이 돈과 관련 있나.
“아니다(Nope!). 다른 것을 하면서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언제부터 정보를 유출했나.
“2011년이다. IT 매체 포켓나우의 편집장으로 일하던 때였는데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팁스터들이 선택한 새로운 폰을 소개했다.”
에반 블래스가 트위터에 올린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3’의 360도 완성예상도(렌더링) 이미지. [사진 에반 블래스 트위터]

에반 블래스가 트위터에 올린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3’의 360도 완성예상도(렌더링) 이미지. [사진 에반 블래스 트위터]

그럼 직업이 IT 팁스터인가.
“직업은 없다. 최근에는 한 스타트업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다. 그곳에서 스마트폰 정보를 유출하거나 트래픽 늘리는 일을 했다. 내가 트위터에 정보를 노출하는 것은 내 팔로워들을 즐겁게 해주는 취미일 뿐이다.”

10년 동안 정보 유출 “직업 아닌 취미” 

그렇다면 당신은 누군가. 
“다발성 경화증(신경계 질환으로 근육 약화와 감각 장애를 일으킴)을 앓고 있는 중년의 정치광이다. 가전산업에 빠져든 것은 우연이었다. IT 매체인 엔가젯 기사가 계기였다. 지난 20년간 대부분의 IT 제품군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지만 스마트폰에 대한 열정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더 많은 정보를 생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13년 인도 영자신문인 타임스 오브 인디아가 블래스를 다룬 기사에 따르면 그는 당시 이미 정보의 정확성을 인정받은 유명인이었다. 이 매체는 블래스를 “모든 모바일 제조업체가 두려워하는 ‘미스터리 블로거’”라고 소개했다.

에반 블래스가 트위터에 올린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3’의 360도 완성예상도(렌더링) 이미지. [사진 에반 블래스 트위터]

에반 블래스가 트위터에 올린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3’의 360도 완성예상도(렌더링) 이미지. [사진 에반 블래스 트위터]

“나는 비평가(reviewer)가 아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블래스는 엔가젯 편집자(2005~2008년)와 포켓나우 편집장(2010~2012년)으로 일했다. 2014년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이후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2012년 처음 트위터를 시작하면서는 신분을 숨겼지만 이듬해 IT 매체 안드로이드폴리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드러냈다. 당시 그의 팔로워는 2만3000명이었지만 8년이 지난 지금은 20배로 늘었다. 삼성·LG·모토로라·노키아 등의 주요 모델의 사전 정보를 유출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블래스는 트위터에서 기밀을 쏟아내는 것과 다르게 제품 평가에는 신중한 모습이었다. 삼성전자의 제품 가운데 최고·최악의 제품을 꼽아 달라고 하자 “나는 비평가(reviewer)가 아니다”라며 “기술 전문 비평가가 많아 삼성 제품을 많이 써보지 못한 나의 평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내가 유출한 제품에 대한 내 의견을 믿을 정도로 자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삼성은) 훌륭한 스마트폰일 뿐 아니라 가장 좋아하는 폰 중 하나”라며 지난 6개월 동안 주요 폰으로 갤럭시Z폴드2를 사용했다고 했다. 그는 후기에서 “갤럭시Z폴드2에 마술 같은 기능이 숨겨져 있는데 폰을 열 때만 그것이 노출된다”고 적었다. 가장 기다려지는 제품으로도 갤럭시Z폴드3, 갤럭시Z플립3 같은 폴더블폰을 꼽았다.

삼성의 미래에 관해서는 “애플이 디자인, 샤오미가 빠른 성공, 화웨이가 가치를 인지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삼성은 매년 혁신적 기능과 견고한 내구성, 액세서리와 소프트웨어 같은 생태계가 잘 조합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 철수 소식에는 “큰 충격을 받았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스마트폰을 선보였다”며 아쉬워했다.

IT 팁스터 에반 블래스. [사진 위키피디아]

IT 팁스터 에반 블래스. [사진 위키피디아]

지난 6개월간 갤Z폴드2 사용해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제조업체의 협력사 등에서 미공개 정보가 샌다고 본다. 블래스는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에반 블래스에 대해 특별히 언급한 적이 없다. 다만 모바일 부문의 팁스터,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의 메시지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팁스터의 정보로 신제품이나 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내심 당혹스러움이 더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제품을 발표하기 전에 김을 빼놔 언팩의 효과가 반감시킬 수 있어서다. 일부에선 팁스터들의 지나친 유출에 ‘언팩 훼방꾼’이라며 불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래스에게 ‘IT 팁스터는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깔끔했다. “팁스터의 역할은 ‘정보의 공백을 메꿔주는 사람’이다. 조만간 제품을 살 계획이 있거나 혹은 그냥 특정한 제품군에 진심으로 열정이 있어, 다음에 어떤 제품이 나올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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