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한발 물러서나…국내 최대 원자력연구소 들어선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6 06:00

업데이트 2021.07.16 06:31

경주 감포읍 해변 일대에 세워질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A구역 첨단연구행정시설 조감도.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경주 감포읍 해변 일대에 세워질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A구역 첨단연구행정시설 조감도.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최대 규모 원자력 연구단지

탈(脫) 원전 정부의 정책변화일까. 경북 경주에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과 핵추진 선박용 초소형원전 등을 개발하기 위한 국내 최대 규모의 ‘제2 원자력연구소’가 들어선다.

경북 경주 감포 문무대왕릉 인근
2025년 목표로 오는 21일 기공식
소형모듈원전·선박용원전 등
연구단계 넘어 실증·산업화까지
삼성 등 조선3사 기획에 참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1일 오후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서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착공식을 연다. 이날 행사에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참석한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산하 분원 형식이며, 그간 본원에서 기초연구 차원에서 해오던 혁신형 미래원전 연구개발의 상당 부분을 떠맡게 된다. 특히 이들 과제는 기초연구를 넘어 실증과 산업화 단계까지 전(全) 주기 연구ㆍ개발(R&D)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원자력 관련 연구와 궤를 달리한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경주 감포읍 나정리와 대본리 일대 총 220만㎡(약 67만평) 부지에 오는 2025년을 목표로 들어설 예정이다. 경주 앞바다 문무대왕릉에서 약 5㎞ 떨어진 곳이다. 총 사업비는 국비 2700억원, 지방비 1420억원(부지 매입비), 민자 2420억원 등 총 650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단일 면적으로 대전 원자력연구원 본원(142만㎡·약 43만평)보다 크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애초 계획 당시 이름은 ‘혁신원자력연구단지’였으나, 최근  경주지역 시민 공모를 통해서 이름이 바뀌었다.

오는 21일 기공식에 들어가는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감도. 경북 경주 감포읍 해변, 문무대왕릉에 가까운 쪽에 자리할 이 연구소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분원 형태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전과 선박 추진용 원전 등을 실증단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오는 21일 기공식에 들어가는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감도. 경북 경주 감포읍 해변, 문무대왕릉에 가까운 쪽에 자리할 이 연구소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분원 형태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전과 선박 추진용 원전 등을 실증단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조선 3사가 참여하는 핵추진 선박 

과기정통부와 원자력연구원은 올해 초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하반기 안으로 SMR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4000억원 규모의 연구과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에 따르면 R&D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오는 2030년에는 SMR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SMR은 전기출력 300MW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며 공장 제작, 현장 조립이 가능한 소형 원자로를 말한다. 단일 원전 부지 내에 소형원자로를 여러 개 설치할 수 있어 모듈이라 부르기도 한다. 기존 대형 원전은 발전용량이 1GW 안팎이다. SMR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2050년을 목표로 한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풍력ㆍ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 이 때문에 비상시 다른 발전원으로 이를 메워줘야 하는데,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는 SMR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소형원전은 선박용뿐 아니라 극지 등 오지, 우주 등 다목적용이다. 2019년부터 국가 R&D 과제(3+2년) 차원에서 기초연구를 해오고 있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에서는 초소형원전 개발의 2단계 응용개발 과제 형태로 선박의 주엔진으로 쓰일 원전의 실증모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달 9일 삼성중공업과‘해양 용융염원자로(MSRㆍMolten Salt Reactor) 개발 및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임채영 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은 “선박용 원자로는 삼성중공업뿐 아니라 한국조선해양ㆍ현대중공업 등 조선 3사와 같이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뉴스케일 사의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건물 내부 모습. 소형 원자로 5기가 한 수조에 나눠서 설치돼 있다. [사진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이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뉴스케일 사의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건물 내부 모습. 소형 원자로 5기가 한 수조에 나눠서 설치돼 있다. [사진 두산중공업]

"세계 최고 한국형원자로 수출한 나라"

과학기술계와 정계에서는 최근 여당과 정부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 4월 열린 혁신형 SMR 국회포럼 출범식에서는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특히나 영화 ‘판도라’를 생각하면 정말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킨 것 같다. 그로 인해 생겼던 신한울 3, 4호기, 신고리 5, 6호기 등 많은 사회적 갈등이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 현재 인류 사회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APR-1400라는 세계 최고의 한국형원자로를 수출까지 한 나라다. SMR을 다시 출범시켜 대한민국 산업을 다시 선도하고, 인류의 가장 큰 고민인 기후변화를 제어할 수 있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으면 한다.”

혁신형 SMR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정동욱 중앙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탈원전을 주장하는 것은 의미 없다” 며 “탈원전으로 시작한 정부지만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 혁신 원자력기술의 필요성에 공감한 결과가 문무대왕연구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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