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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째 1000명대, 역대급 위기에 '검사-추적-치료' 줄줄이 위태

중앙일보

입력 2021.07.16 05:00

낮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며 무더운 날씨를 보인 15일 오후 대전 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얼음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대전지역에서 6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다. 뉴스1

낮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며 무더운 날씨를 보인 15일 오후 대전 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얼음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대전지역에서 6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다. 뉴스1

15일 오후 2시경. 수화기 너머 김수연 인천 한림병원 감염내과 과장(전문의)의 목소리는 뭔가에 쫓기는 듯 했다. 김 과장은 14일 인천 생활치료센터(SK무의연수원)로 지원을 나왔다. 이제 막 문을 연 센터라 수시로 코로나19 환자 배정 연락을 받고 환자 받을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다고 했다. 김 과장은 “어제도 밤 11시까지 일했다. 어제 30명 들어왔고, 오늘도 30명 입소할 예정”이라며 “환자 126명을 받을 수 있는데, 내일쯤 병상이 다 차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파리공원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찾아가는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 얼굴에 땀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파리공원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찾아가는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 얼굴에 땀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비슷한 시각 서울 서초구의 한 임시선별진료소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의료진은 1시간 가량 대기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방호복을 입은 한 간호사는 마스크 아래로 땀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미처 닦을 새도 없이 분주했다. 서울 서대문구 보건소 임시선별소에는 20여명의 시민이 나무 의자에 앉아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50대 한 여성은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았다. 이날 오후 3시까지 690명이 다녀갔지만, 검사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온몸과 얼굴을 꽁꽁 싸맨 의료진 등 11명이 흰 천막의 진료소 이곳저곳을 바삐 오갔다. 천막 안에는 선풍기 2대가 돌고 있지만 뜨거운 바깥 공기와 섞여 더운 바람을 불어냈다.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확산세. 코로나 확진자 1000명이 열흘째 이어지는 와중에 K-방역의 핵심인 3T(Test-Trace-Treat)가 위태롭다. 하루 평균 7만건의 검사가 이뤄지는 수도권 선별진료소는 전쟁터가 됐다.

12일 오전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서울 강남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김상선 기자

12일 오전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서울 강남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김상선 기자

신규 환자 발생률로 상위 5곳에 드는 서울 중구 보건소에서는 14일 하루에만 1300여명이 검사받았다. 임시선별검사소까지 포함하면 검사자가 3000명에 달한다. 이 보건소 명수영 팀장(간호사)은 “검체 채취하는 의료진, 행정 인력 모두 너무 지쳐서 이 힘듦을 말로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그는 “검사받으러 오는 분들이 뙤약볕에 오래 기다리다보니 지쳐 안 좋은 말이 오고가는 경우가 있다”라며 “조금만 이해해주시고 같이 힘내서 이 위기를 잘 견뎌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발 감염 관련 비상이 걸렸던 강남구도 다르지 않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감염이 터졌을 당시 보건소와 임시선별검사소 5곳에서 9750건의 검사가 이뤄졌다. 지금은 조금 줄어 6000건 정도지만 여전히 이전(3000~4000명)보다 많다”라며 “인력과 장비가 뒤따라야 하니 그야말로 매일이 비상시국”이라고 말했다. 앞서 강남 보건소에선 검체 채취용 키트(면봉)이 동나 검사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폭염 속 의료진들은 탈진 직전이다. 낮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방호복을 입고 30분을 버티기도 힘들다. 서대문구 보건소 의료진 김모(44)씨는 “내의가 다 젖어 퇴근 때 지하철을 타면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15일 오후에는 서울 관악구청 소속 한 공무원이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지원 근무를 하다 탈진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도 있었다.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최연수 기자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최연수 기자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는 역학조사에도 과부하가 걸렸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구민뿐 아니라 다수가 다녀가는 곳이라 발생 장소가 많다. 몇 안 되는 인력이 하루 수십건씩 조사해야 하는데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서울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는 절반(46.7%)에 달한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4일 브리핑에서 “감염경로를 새로 조사해야 하는 케이스가 많아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나 간호사가 전문 교육을 거쳐야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할 수 있어 단기간에 인력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감염고리를 신속히 끊어내야 하는데 방역망이 좁을수록 숨은 감염자를 놓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보건소 모습. 사진=최연수 기자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보건소 모습. 사진=최연수 기자

20·30대 젊은층이 40%를 차지하다 보니 무증상·경증 환자를 받는 생활치료센터 가동률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국내 감염자의 70% 이상이 집중된 수도권의 생활치료센터 가동률은 14일 기준 66%다. 최근 몇 군데를 급하게 추가 개소하면서 70%대에서 이 정도로 떨어졌는데, 이 추세로 환자가 늘면 금방 포화 상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한 생활치료센터의 김서영 간호사(25·여)는 “파견 초기인 지난 6월 초에만 해도 하루에 10~20명을 받았는데, 요즘엔 많으면 50명 정도 들어온다”며 “인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다 받지 못하고 다른 센터로 배정을 요청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 생활치료센터의 김수영 과장은 “주로 경증 환자들이지만 혈압, 체온 등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증상이 있으면 약을 처방한다. 본인이 심하지 않다고 느껴도 산소포화도가 낮거나 X선 촬영에서 폐렴이 확인되는 환자가 있으면 병원으로 전원 요청을 해야 한다”며 “병상이 다 찰 걸 대비해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의료진이 바로 모이는 게 아니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진 수급이 쉽지 않으니 센터를 무작정 열 수도 없는 일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4일 상급종합병원 6곳에 SOS를 쳐 생활치료센터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9일 오전 대구 동구 신서동 중앙교육연수원에서 전문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재개소를 앞두고 시설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뉴스1

9일 오전 대구 동구 신서동 중앙교육연수원에서 전문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재개소를 앞두고 시설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뉴스1

그나마 중환자가 크게 늘지 않아 아직 의료체계는 안정적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1000명대로 환자가 계속 늘면 시차를 두고 중환자 또한 늘 수 있어 병상과 인력 등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시스템을 얼마나 갖춰놨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지난 유행 때도 환자를 감당 못할 때 돼서야 정부가 급하게 병원장 회의를 통해 강제로 병상을 배정하라고 했다. 민간과 국공립 의료기관, 정부간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수시로 병상과 인력 동원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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