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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행보에도 ‘산토끼’ 지지율 하락…尹 외연확장의 역설 왜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산토끼’(중립지대)를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보수층뿐 아니라 정권 교체를 바라는 중도층,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진보층까지 모두 끌어안는 이른바 ‘빅 플레이트(Big Plate·큰 접시)’ 구상이다.

“국민의힘과 정치 철학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입당을 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바꿔 말해 그는 국민의힘 지지층을 사실상 ‘집토끼’(지지기반)로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9일 정치 참여 선언 뒤 이어지고 있는 윤 전 총장 행보는 '외연 확장'에 방점이 찍혀있다.

실제 윤 전 총장을 향한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의 지지세는 굳건하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15일 발표한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전체 지지율은 27.8%로 3주 전 같은 조사의 32.3%에서 4.5%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층의 60.2%는 윤 전 총장을 지지했다. 3주 전 조사 때(58.6%)보다 오히려 1.6%포인트 상승했다. 보수층의 윤 전 총장 지지율은 50.2%에서 49.3% 하락했지만 하락폭은 0.9%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지지층 굳건하지만 중도층·호남에선 지지율 하락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이 아닌 계층에서는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많이 빠졌다. 중도층에서의 지지율은 35.3%에서 30.8%로 4.5%포인트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같은 기간 대구·경북 지지율이 36.9%에서 38.1%로 1.2%포인트 오른 반면 호남 지지율은 22.5%에서 11.8%로 10.7%포인트 내려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이념별, 정당별, 지역별 수치의 경우 오차 폭이 크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수 정당의 텃밭이 아닌 곳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세가 눈에 띄었다.

이런 흐름은 이번주에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비슷했다.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2일 공개한 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의 전체 지지율은 한 주 전에 비해 1.5%포인트 하락한 29.9%였지만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보면 오히려 2.5%포인트 오른 68.6%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문가, 산토끼에 통하는 행보 보여주지 못했다 분석  

윤 전 총장은 ‘외연 확장’ 깜빡이를 켜고 움직이고 있는데 정작 산토끼는 왜 떠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이 산토끼들에게 통할만한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출마 선언 이후 정책 메시지보다는 회동 정치가 주로 부각됐다”며 “배우자, 장모에 대한 잇따른 의혹 공세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인기나 지지세를 이어갈만한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적극 지지층은 이탈이 거의 없지만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의 회의적 시각이 강화된 흐름”이라고 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STI) 대표는 “압도적 정권 교체라는 목표를 세우고 (산토끼들에) 접근하는 건 맞다고 본다”면서도 “중도층이나 무당층에게는 뭔가 부족하다고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이준석 대표 예방을 마친 뒤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이준석 대표 예방을 마친 뒤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전격적인 국민의힘 입당으로 야권 1등 주자로서 윤 전 총장의 프리미엄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은 “국민의힘 입장에선 (입당을 안 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전략적으로 최 전 원장을 더 띄울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윤 전 총장 지지층에서 빠져나가는 부분이 일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호 대표도 “최재형 전 원장의 반박자 빠른 입당으로 경쟁 환경이 악화된 건 분명하다”고 했다. 자칫 산토끼뿐 아니라 집토끼를 상대로도 윤 전 총장이 고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재형 전격 입당으로 ‘야권 1등 프리미엄’ 위협 가능성 

하지만 윤 전 총장 측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고, 야권 후보들도 줄줄이 출마 선언을 하는 상황이어서 지지율이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예상을 했다”며 “(일시적인 지지율 흐름과 상관 없이) 원래 목표를 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도 전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지지율 정체와 관련해 “일희일비할 문제는 아니지만 국민들의 의견이 어떤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늘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세워놓은 방향에 대해 소신을 갖고 걸어 가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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