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600년간 잠들어있던 180㎝ 장신, 신라의 장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5세기 때 만들어진 경주의 신라 무덤에서 180㎝의 인골이 발견됐다. 한국문화재재단은 경주 탑동 유적의 신라 고분에 대한 발굴 조사를 벌이던 중 목곽묘(木槨墓·덧널무덤) 2호로 명명한 무덤에서 키 180㎝ 정도의 남성 인골을 찾아냈다고 15일 밝혔다. 지금까지 확인된 삼국시대 인골 중 최장신이다.

경주서 삼국시대 최장신 인골 발굴 #무덤내 금·무기 없고 괭이날 나와 #척추도 변형, 농민·노동계층인 듯

경주 탑동유적 목곽묘 2호에서 출토된 180㎝ 인골의 3D스캐닝 사진.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경주 탑동유적 목곽묘 2호에서 출토된 180㎝ 인골의 3D스캐닝 사진.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삼국사기』는 석탈해의 키가 9척(184㎝)이었다고 전하는데 이는 당시 남성의 평균 신장을 크게 웃돈다. 이번 발굴에서도 무덤 24기 중 12기에서 인골이 발견됐는데, 목곽묘 2호를 제외하고는 160㎝대였다.

그렇다면 목곽묘 2호의 남성도 지도급 인사였을까. 한국문화재재단 측은 “무덤 안에서 무기나 금 세공품 등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높은 신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외국인이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무덤 양식도 전형적인 5~6세기의 신라 무덤이고, 무덤 안에 외국에서 온 흔적을 보여주는 아무런 유물이 없기 때문에 신라인이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장품은 대부분 토기였고, 머리 쪽에서 농기구인 괭이의 날로 짐작되는 쇠붙이가 발견됐다. 농민이거나 노동 계층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추정이다. 5~6세기는 신라가 국력을 확장해나가는 시기였던 만큼 피지배층의 노동 강도는 이전보다 높았을 가능성이 있다.

목곽묘 2호 인골의 특징 중 하나는 척추 변형 흔적이다. 디스크 환자처럼 척추가 변형돼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문화재재단 관계자는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다 척추가 변형된 것인지, 아니면 무덤 안에 시신을 욱여넣는 과정에서 굽은 것인지는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장이 크지만, 귀족이 아니다 보니 기존 관에 무리하게 넣어 매장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