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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700그릇 불티난다…‘맛국수’된 들기름막국수

중앙일보

입력 2021.07.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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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요즘은 물막국수, 비빔막국수뿐 아니라 고소한 향이 일품인 들기름막국수도 많이 먹는다. 경기도 용인 고기리막국수가 들기름막국수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다. 들기름막국수는 3분의 1쯤 남았을 때 육수를 부어 먹으면 더 맛있다. 김성룡 기자

요즘은 물막국수, 비빔막국수뿐 아니라 고소한 향이 일품인 들기름막국수도 많이 먹는다. 경기도 용인 고기리막국수가 들기름막국수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다. 들기름막국수는 3분의 1쯤 남았을 때 육수를 부어 먹으면 더 맛있다. 김성룡 기자

시원한 국수가 간절한 계절이다. 평양냉면도, 콩국수도 좋지만 요즘은 막국수가 대세다. 강원도 여행 인구가 급증하면서 막국수 맛집 탐방이 일종의 유행이 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간편식 시장까지 막국수 유행이 번진 데는 경기도 용인시 고기리 유원지에 자리한 한 식당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고기리막국수’ 이야기다.

경기도 용인 고기리막국수 비결
주말이면 3시간 줄 서는 맛집
손님 70% 들기름막국수 주문
사리 추가하면 1인분 더 내줘
간편식 출시 후 아류 쏟아져

메뉴판에 없는 대표 메뉴

삶은 면발을 그릇에 담는 유수창 대표.

삶은 면발을 그릇에 담는 유수창 대표.

고기리막국수에서 국수 한 그릇 먹으려면 주말 기준 2~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식당 좌석은 80석. 가장 붐빌 때는 대기자가 400명에 이른다. 식당은 2012년 개업했다. 2019년 확장 이전하면서 상호를 ‘고기리 장원막국수’에서 ‘고기리막국수’로 바꿨다. 강원도 홍천 장원막국수에서 기술을 전수했는데 뭐가 그리 특별해서 지금 같은 명성을 얻게 됐을까.

고기리막국수의 대표 메뉴는 메뉴판에 없는 들기름막국수다. 식당을 운영하는 유수창(49)·김윤정(46)씨 부부가 메밀 고유의 향을 살리면서 맛도 있는 막국수를 고민하다 개발한 음식이다. 유 대표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저희끼리만 먹다가 일부 단골에게 맛보기용으로 드렸죠. 금세 입소문이 나면서 메뉴판에 없는데도 찾는 손님이 급증했습니다. 지금은 하루 1000그릇 중 700그릇 정도 들기름막국수가 나갑니다.”

고기리막국수는 2019년 확장 이전했다.

고기리막국수는 2019년 확장 이전했다.

들기름막국수는 단순한 생김새다. 하나 맛은 비범하다. 100% 순메밀로 만든 국수를 들기름과 양조간장에 비비고 김 가루와 참깨를 얹어서 먹는다. 향긋한 메밀 면과 들기름이 만나 고소함이 폭발하고, 김과 참깨가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풍미를 더 한다.

김윤정 대표가 들기름막국수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귀띔했다. 비비지 말고 젓가락으로 떠먹는다. 그래야 김 가루가 눅눅해지지 않는다. 국수가 3분의 1쯤 남으면 주전자에 내주는 육수를 부어 먹는다. 육향 진한 국물이 들기름 향과 묘하게 어우러지고 면발의 탄력도 더해진다.

평양냉면 뺨치는 물막국수

들기름막국수는 고소한 메밀 향을 느끼기 좋은 국수다.

들기름막국수는 고소한 메밀 향을 느끼기 좋은 국수다.

고기리막국수의 들기름막국수는 숱한 아류를 낳고 있다. 막국수·냉면 전문점에서 고기리 스타일을 그대로 베끼거나 버섯·나물 등을 얹어내는 식으로 응용한다. 지난 3월 고기리는 오뚜기와 손잡고 들기름 막국수 간편식을 출시했다. 이즈음 CJ·풀무원을 비롯한 여러 식품 업체가 비슷한 레시피의 막국수를 선보였다. 유 대표는 “들기름 막국수의 저변이 넓어지는 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손님 70%가 들기름막국수를 찾지만, 비빔막국수나 물막국수 맛이 뒤처지는 건 아니다. 비빔막국수는 정갈하다. 양념이 국수 맛을 지배하지 않아 뒷맛이 깔끔하다. 물막국수는 동치미 대신 100% 소뼈를 우린 육수를 쓴다. 서울에서 1만3000~1만4000원 하는 평양냉면 맛에 가깝다. 여기서는 국수 세 종류 모두 8000원이다. 참고로 사리(4000원)를 주문하면 1인분과 동일한 양을 내준다. 처음 주문한 국수와 다른 맛으로 사리를 주문해도 된다.

김윤정 대표가 2020년 12월 출간한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를 보면 고기리의 성공 비결이 국수 맛 때문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책에 나온 대로 호텔 뺨치게 깔끔한 화장실, 김치를 추가 주문해도 새 그릇에 내주는 세심함, 대기 손님을 번호가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주는 친근함 등은 여느 막국숫집에서 경험하기 힘든 것이었다.

“막국수라고 해서 막 만들지 않습니다.” 부부가 자주 하는 말이다. 20분이면 먹을 음식을 위해 2~3시간씩 기다리는 이유가 저 한 문장에 있을지 모르겠다.

강원도 막국수 성지순례, 서태지·정용진 맛집 가볼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단골집인 춘천시골막국수.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는다. 백종현 기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단골집인 춘천시골막국수.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는다. 백종현 기자

막국수의 본고장은 강원도다. 예부터 강원도에서는 척박한 산지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집에서 메밀을 대충 막 갈아 반죽을 만들었다. 그래서 막국수다. 올여름 강원도를 간다면 들러볼 만한 막국숫집 여섯 곳을 소개한다.

강원도 막국수 투어에서 빠질 수 없는 도시가 춘천이다. 막국수 상호를 내건 식당만 117개에 달하고 막국수 체험 박물관도 있다. 신북읍에 자리한 ‘시골막국수’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단골 맛집이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 맛이 도드라진다. 47년 역사의 ‘명가막국수’는 춘천 사람이 즐겨 찾는 곳이다. 양념장에 다진 배추김치를 넣는다.

인제에도 준수한 막국숫집이 많다. 4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옛날원대막국수’는 메밀을 직접 제분한다. 기호에 따라 설탕·식초·겨자·참기름을 직접 넣어 먹는다. 요즘 방탄소년단 팬들이 ‘BTS 투어’를 다니듯이 20년 전에는 서태지 팬들이 서태지 발길을 따라 ‘성지순례’를 다녔다. 인제 기린면에 자리한 ‘숲속의 빈터 방동막국수’가 서태지 팬들의 성지다. 국수도 국수지만, 곰취 장아찌 곁들여 먹는 수육이 맛있다.

영동 지방에도 막국숫집이 많다. 틈날 때마다 강원도로 막국수 투어를 떠나는 고기리막국수 유수창·김윤정씨 부부의 단골 식당을 참고하자. 고성군 토성면에 자리한 ‘동루골막국수’는 직접 재배한 채소를 식재료로 쓴다. 향이 진한 들기름을 막국수에 넣어 먹으면 별미다. 양양에서는 ‘범부메밀국수’를 추천했다. 해변이 아니라 내륙에 자리해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지만, 단골이 많다. 100% 순메밀면을 쓰고 해바라기씨와 호박씨를 고명으로 내는 점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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