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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저녁 6시 통금령’ 첫주…서울이 텅텅 비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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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예 없는 편이에요. 휴점에 들어간 가게들도 꽤 있어요.”

동교동 경의선숲길에서 수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A씨의 얘기다. 그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커피나 캔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더위를 고려해도 이렇게까지 없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12일 밤 10시쯤 A씨가 운영하는 카페 앞 공원 공터에는 단 한 사람도 앉아있지 않았다.

거리두기 4단계 지침이 시행된 12일 저녁, 주요 밀집 지역 중 하나인 서울시 마포구 경의선숲길 공원이 한산하다. 석경민 기자.

거리두기 4단계 지침이 시행된 12일 저녁, 주요 밀집 지역 중 하나인 서울시 마포구 경의선숲길 공원이 한산하다. 석경민 기자.

3인 이상 집합금지, 서울이 비었다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거리두기 4단계 방역 지침이 시행 이후 마포구 경의선숲길 공원과 한강 공원 등 서울 내 대표적인 밀집 지역엔 인파가 사라졌다. 15일 여의도 한강 공원 내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허민(25)씨는 “이번 주 들어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밤낮 구분 없이 확 줄었다”면서 “평소에는 편의점 입구 밖까지 줄이 서 있는 경우도 많았고, 이 시간(오후 1시)까지 50명에서 많게는 100명까지도 손님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허씨가 근무하는 편의점의 출입자 명부에는 10여명이 적혀 있었다.

15일 오전, 거리두기 4단계와 무더위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 공원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석경민 기자.

15일 오전, 거리두기 4단계와 무더위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 공원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석경민 기자.

12일 경의선숲길 공원 내 야간 음주 단속을 나온 서울시 관계자는 “인파가 평소 10분의 1 수준"이라며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오후 10시면 술집에서 사람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제 술집에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의선숲길 공원 내 음주 계도 건수가 20건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오늘은 한 자릿수”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6일과 7일 각각 서울숲, 경의선숲길, 보라매공원 등 25개 주요 공원과 한강 공원 등에 야간 음주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고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한숨만 나온다. 문 여는 게 더 손해” 

상황이 이러자 자영업자의 한숨도 늘었다. 서울 중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임영수(65)씨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저녁 장사를 하는데, 최근엔 하루 9 테이블씩 팔고 있다. 매출이 이번 주 들어 3분의 1로 줄었다”며 “3인 이상 집합 금지가 되니 사람들이 아예 돌아다니질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한강 공원 13군데에서 자전거 대여 사업을 하는 신광철(59)씨도 “문을 여는 게 더 손해다. 차라리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당장의 생계와 더불어 미래의 불안감까지 토로했다. 거리두기 4단계 지침이 12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예정돼 있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게 가장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PC방ㆍ카페ㆍ음식점 등 22개 자영업자 단체로 구성된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4일 11시 30분쯤 서울 여의도공원 기자회견을 열고, ‘1인 차량시위’를 했다. 김기홍 비대위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당장 자영업자들은 폐업하고 빚더미에 앉는데 정부는 아직도 어떻게 보상하겠다는 것인지 정확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집합 금지 인원 기준을 철폐하고 손실을 보상해달라”고 촉구했다. 비대위 측은 15일도 1인 차량 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12일 오후 10시, 서울시 마포구 경의선숲길 공원. 평소 캔맥주와 커피를 즐기는 시민으로 가득찬다는 벤치가 한산하다. 석경민 기자.

12일 오후 10시, 서울시 마포구 경의선숲길 공원. 평소 캔맥주와 커피를 즐기는 시민으로 가득찬다는 벤치가 한산하다. 석경민 기자.

사실상 야간통행금지령에 가까운 거리두기 방역 지침에 시민들의 반응은 갈린다. 안모(27)씨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오후 10시면 홍대 근처 공원은 클럽처럼 바글바글했다. 그 장면을 보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주 들어 사람이 거의 없다"며 "이게 맞는 방향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모(28)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건 체감하지만, 언제까지 거리 두기로 버텨야 하는지 모르겠다. 상생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는 게 필요할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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