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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뜨거운 BTS와 루이비통이 만났다...“관습과 편견에 도전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그룹 BTS(방탄소년단)가 출연한 루이비통 패션쇼 영상이 화제다. 올봄 파리에서 공개된 루이비통 2021년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을 서울에서 다시 선보인 것이다.

경기도 부천의 아트벙커 B39에서 촬영된 이번 컬렉션 영상은 영화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과 단편영화 ‘캐쉬백’의 박세영 감독이 함께 연출했다. 20m 높이의 구조물에서 BTS 멤버들이 루이비통 옷을 입고 모델들과 함께 등장해 공간을 거닐면서 서로 시선을 맞추는 감각적 영상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것 같다는 호평을 받았다. 14일 기준, 해당 영상은 루이비통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540만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서울에서 열린 루이비통 남성복 2021 가을겨울 컬렉션 스핀오프 쇼. 그룹 BTS가 출연했다. 사진 루이비통

서울에서 열린 루이비통 남성복 2021 가을겨울 컬렉션 스핀오프 쇼. 그룹 BTS가 출연했다. 사진 루이비통

성별·인종·배경에 따른 편견 뛰어넘는다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디자이너는 단연 버질 아블로다. 지난 2018년부터 루이비통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아티스틱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루이비통 최초의 흑인 디자이너이자 유명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의 수장이기도 한 그는 늘 패션을 통해 인종·성별·문화적 배경 따른 편견과 선입견에 의문을 던져왔다.

루이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버질 아블로. 사진 루이비통

루이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버질 아블로. 사진 루이비통

이번 루이비통 컬렉션에서도 직업이나 캐릭터에 따른 틀에 박힌 옷 입기 방식을 조명하고 탐구했다.

쇼에서는 커피나 신문, 캔버스 액자 등을 들고나오는 BTS 멤버들과 모델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예술가·건축가·회사원 등 사회 여러 구성원을 형상화한 스타일링이다. 입은 옷을 보고 그 사람의 성별이나, 문화적 배경, 성적 성향 등을 추측하는 태도를 꼬집은 것이다.
버질 아블로는 “사회의 보편적 캐릭터에 따른 전형적 드레스 코드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조명하고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번 컬렉션에선 사회 보편적 캐릭터들의 전형적 드레스코드에 대해 탐구한다. 사진 루이비통

이번 컬렉션에선 사회 보편적 캐릭터들의 전형적 드레스코드에 대해 탐구한다. 사진 루이비통

그림을 그리는 이젤을 들고 있는 아티스트지만 포멀한 수트를 차려입고 있는 모습. 사진 루이비통

그림을 그리는 이젤을 들고 있는 아티스트지만 포멀한 수트를 차려입고 있는 모습. 사진 루이비통

아블로와 BTS의 닮은 점

버질 아블로는 패션을 통해 인종, 성별, 문화적 배경, 성적 지향에 따른 편견을 깬다. 사진 루이비통

버질 아블로는 패션을 통해 인종, 성별, 문화적 배경, 성적 지향에 따른 편견을 깬다. 사진 루이비통

언뜻 보면 스코틀랜드 전통 문양인 ‘타탄체크(격자무늬)’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아프리카 가나의 전통 직물인 켄테(Kente)를 활용한 옷도 있다. 청바지(데님)처럼 보이지만 손으로 만져보면 가죽인 옷도 있다. 관습에 따라 고정된 시선을 비틀고, 전형성을 탈피하는 시도다.

겉으로 보기엔 데님같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가죽 소재인 옷으로 전형성을 탈피한다. 사진 루이비통

겉으로 보기엔 데님같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가죽 소재인 옷으로 전형성을 탈피한다. 사진 루이비통

버질 아블로의 루이비통 패션쇼에 BTS가 등장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팝 아이콘이 출연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존 음악 시장에서 편견과 오해, 한계를 극복해온 BTS와 K-팝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관습에 도전하는 버질 아블로의 철학과도 맞닿아있다.

기존 음악 시장에서 편견과 한계를 극복해 온 BTS의 행보는 버질 아블로가 추구하는 철학과 닮아있다. 사진 루이비통

기존 음악 시장에서 편견과 한계를 극복해 온 BTS의 행보는 버질 아블로가 추구하는 철학과 닮아있다. 사진 루이비통

컬렉션 주요 아이템으로는 비행기 모양 버튼이 들어간 건축적 디자인의 코트, 타탄체크 코트와 로고 패치가 돋보이는 야구 재킷, 화려한 패턴 수트, 미러 모노그램 트렁크 등이 있다. ‘여행용 트렁크’에서 시작한 루이비통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여행’ 관련 테마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

버질 아블로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여행가(tourist) vs. 순수주의자(purist)'의 개념을 표현하고자 했다. 사진 루이비통

버질 아블로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여행가(tourist) vs. 순수주의자(purist)'의 개념을 표현하고자 했다. 사진 루이비통

또한 아블로는 이번 컬렉션에서 여행가와 순수주의자를 대비하는 모티프를 반복해 사용했다. 아블로에게 ‘여행가’는 예술이나 패션, 건축 등 지식의 영역을 바라보고 동경하는 ‘외부자’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현재 지식의 영역을 점령하고 있는 ‘순수주의자(내부자)’가 있다. 과거와 달리 정보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디지털 시대는  지식의 영역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다.

럭셔리 패션계에서도 기존에 정보를 선점한 내부자들과 이 세계에 다가가기를 열망하는 외부자가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생겨났다. 버질 아블로는 “컬렉션을 통해 여행가와 순수주의자 각각을 인정함과 동시에 그 둘의 통합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루이비통 남성복 2021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루이비통

루이비통 남성복 2021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루이비통

재활용 트렁크…성수 전시장서 주목

순환하는 LV로고를 통해 선보인 업사이클링 제품들. 사진 루이비통

순환하는 LV로고를 통해 선보인 업사이클링 제품들. 사진 루이비통

지난 시즌부터 선보인 ‘업사이클링’ 제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페트병 재활용 표시처럼 순환하는 ‘LV’ 로고가 들어간 제품들로, 양모를 재활용해 만든 자카드나 재활용 폴리에스터 등 친환경적인 원자재로 만들어진 가방과 스니커즈 등을 선보인다.

성수동에 자리한 루이비통 템포러리 레지던시 매장 전경. 사진 루이비통

성수동에 자리한 루이비통 템포러리 레지던시 매장 전경. 사진 루이비통

이번 남성복 컬렉션은 기존 백화점 매장 외에도 특별히 서울 성수동 ‘템포러리 레지던시(임시)’ 매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두 개 층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녹색 조형물이 시선을 끄는 매장에선 신발과 가방, 액세서리, 의류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성수동 매장은 7월 31일까지 운영되며 16일부터는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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