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점령한 토끼 400마리 공포…法 급기야 "토끼가 떠나라"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05:00

뉴질랜드 북단 오클랜드의 한 교외 지역에 토끼 400마리를 기르는 여성과 주민들이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토끼 이주령'이 내려졌다. [트위터 캡처]

뉴질랜드 북단 오클랜드의 한 교외 지역에 토끼 400마리를 기르는 여성과 주민들이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토끼 이주령'이 내려졌다. [트위터 캡처]

뉴질랜드 북부 오클랜드의 한 부유한 교외 마을에서 애완용 토끼 400마리를 키우는 여성이 이웃들과 ‘토끼 전쟁’을 벌인 끝에 법정 다툼까지 갔다. 법원의 판단은 “토끼가 마을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첫 4마리서 기하급수 증가
방치 땐 주민 수보다 늘어
주민들 항의에 '토끼 전쟁'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오클랜드 교외의 마운트 이던의 한 별장에서 토끼 수백마리를 기르는 일레인 코울린의 사연을 전했다. 2014년 8월 코울린은 지역 애완동물 가게에서 토끼 네 마리를 구입했다. 딜런 루이스는 토끼 전용 돌보미로 코울린과 함께 살게 됐다.

중성화를 하지 않은 토끼들은 기하급수적으로 개체를 불려갔다. 통상 포식자가 없는 상황에서 토끼들은 매년 3.5배씩 개체수가 늘어난다고 한다. 400마리의 토끼들을 3년 이상 방치할 경우, 마운트 이던의 전체 주민(약 1만 4700명)을 넘어설 수도 있었다. 코울린과 루이스는 “처음 4,5년은 숫자를 셌는데, 그 이후로는 몇 마리인지 알 수 없게 됐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에 급격히 늘어난 토끼들의 배설물, 사체, 토끼구멍 등에 화가 난 주민들은 오클랜드 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 뉴질랜드에선 야생 토끼를 농작물을 해치는 해로운 동물로 간주하고 있다고 한다. 고양이가 토끼를 죽이는 경우도 나오자, 토끼를 돌보던 루이스가 이를 이웃의 소행으로 의심해 극심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가 보도한 일레인 코울러의 토끼들. 집 마당에 400마리로 추정되는 토끼를 길렀다. [홈페이지 캡처]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가 보도한 일레인 코울러의 토끼들. 집 마당에 400마리로 추정되는 토끼를 길렀다. [홈페이지 캡처]

토끼떼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도 주민들의 큰 불만 요소였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최근 저금리 등으로 주택 수요가 늘고 있고, 마운트 이던 같은 교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 7년간 집값이 70% 올랐다. 최근 1년은 18% 올라 평균 190만 뉴질랜드달러(약 15억 3000여만원)가 됐다. 급기야 주민들은 코울러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법원 “16마리만 남겨야”
이에 지난 달 뉴질랜드 환경법원은 코울린에게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토끼 개체수를 감소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16마리의 중성화한 토끼를 제외한 모든 토끼는 8월 2일까지 사라져야 한다”면서다. 또 울타리를 쳐서 이웃들의 집에 토끼가 침범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눈에 안보이는 토끼 많아”
코울린은 “지금까지 토끼 200마리를 안락사시켰고, 현재는 53마리만 남았다”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나머지는 동물보호소 등으로 이관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토끼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올해 82세의 코울린은 남편을 떠나보낸 이후 토끼를 들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또 남편과 함께 살았던 집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최근 오른 집값 때문에 사람들이 각박해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가디언은 취재를 하는 동안 코울린의 마당 옆 전선에 비둘기 100여마리가 몰려드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토끼에 이은 심상찮은 징조라면서다. 이에 루이스는 “맞다. 우리는 비둘기들에게도 먹이를 주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