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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6개월에 심장 멎었던 산모 출산 성공 “국내 최초”

중앙일보

입력

 임신 6개월 차 심정지 극복, 지난달 출산 성공

심정지를 극복하고 출산한 아이를 안고 있는 산모 강모(왼쪽)씨와 이번 수술을 집도한 제주대병원 산부인과 김리나 교수. 사진 제주대학교병원

심정지를 극복하고 출산한 아이를 안고 있는 산모 강모(왼쪽)씨와 이번 수술을 집도한 제주대병원 산부인과 김리나 교수. 사진 제주대학교병원

임신 6개월 차에 심장이 멎었던 산모가 심폐소생술을 통해 되살아나 만삭 출산에 성공했다. 임신 중 심정지는 사례가 드물고,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출산에 성공하는 일이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심정지가 왔던 산모가 출산에 성공한 것은 국내 첫 사례라고 한다.

 제주대학교병원은 14일 “임신 6개월 때 심정지가 왔던 산모 강모(43)씨가 지난 6월 16일 산부인과 김리나 교수의 집도 하에 만삭 출산에 성공해 2.55kg의 건강한 남아를 출산했다”고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임신 6개월 차 산모 강씨가 갑자기 심정지를 일으켜 쓰러지면서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이 이뤄졌다. 응급실 도착 전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해, 자발순환회복(ROSC)이 됐지만 심장 기능은 정상 기준의 절반 이하였다. 또 당시 부정맥이 계속 관찰되는 등 산모와 태아의 생존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구급대원·의료진 제 역할, 산모 의지 강해” 

 하지만 산모 강씨의 출산 의지가 강했다. 체외 수정을 통해 귀한 생명을 얻은 지 6개월 차에 벌어진 일이었던 만큼 아이를 꼭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했다. 산모는 제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심장내과 두 곳의 지속적인 검사와 치료를 병행하며 만삭 출산을 계획했다. 중간 위기도 잘 이겨냈다. 산모와 아이 상태가 좋아지다가도, 때때로 자궁조기수축이 생기고 조기분만 위기 등이 찾아왔지만 입·퇴원을 이어가며 이를 극복했다. 산모의 의지와 병원의 체계적 관리 덕분에 아기 역시 후유증 없이 건강한 상태다.

 이번 수술을 집도한 김리나 교수는 “임신 중 심정지는 매우 드물고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발생 시 산모와 태아의 생명에 직결되는 중요한 위험인자가 된다”며 “급박한 순간 구급대원 및 의료진들이 한마음으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한 덕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국내에서 임신 중 심정지 환자에 대해 보고된 사례는 단 2건으로 이마저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각각 임신 8개월과 9개월의 산모였으며 심폐소생술과 동시에 제왕절개술이 시행됐지만 두 산모와 8개월에 태어난 아기는 사망했다. 9개월에 태어난 아기는 저산소 허혈 뇌병증을 진단받았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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