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증에도 "백신 강요 하면 안돼" 美 뉴스앵커들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11:30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로라 잉그레이엄(왼쪽) 등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들이 백신 접종에 대한 회의적인 주장을 펴고 있어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폭스뉴스 캡처]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로라 잉그레이엄(왼쪽) 등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들이 백신 접종에 대한 회의적인 주장을 펴고 있어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폭스뉴스 캡처]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약을 강요한다는 게 살아 생전 있던 일인가." (지난 6일, 터커 칼슨)

"(백신 접종을 권하려) 집집이 돌아다닌다고? 소름 끼치는 일이다." (지난 7일, 로라 잉그레이엄)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하고 있는 미국에서 백신 접종에 대해 부정적인 주장을 펴고 있는 일부 뉴스 앵커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폭스 칼슨·잉그레이엄 "접종 강요 반대"
"부작용 있는 백신 거부자 존중해야"
두 앵커가 백신 맞았는지는 안 알려져
보수 시청자 끌기 위한 전략이란 지적도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폭스뉴스 채널의 간판 앵커들이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백신 접종에 대한 보건 전문가들의 의견과 반대되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주 의료인과 자원봉사자들을 각 가정으로 보내 백신 접종을 장려키로 한 바이든 정부의 계획에 날을 세웠다.

현재 케이블 뉴스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칼슨은 이를 두고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라크 전쟁보다 더 한, 내 생에 가장 큰 스캔들"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치 평론가 브릿 흄은 "백신에는 부작용이 있다"며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 존스홉킨스대학 데이터 기준으로 최근 일주일간 미국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2만3346명을 기록했다. 전주보다 97% 증가한 수치다.

신규 확진자의 3분의 1 정도가 플로리다·루이지애나·아칸소·미주리·네바다주 등 5개 주에서 나오고 있는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들 모두 백신 접종률이 48% 미만인 곳이다.

이처럼 백신 접종을 미루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들 앵커의 주장은 더 솔깃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캐슬린 홀 제이미슨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커뮤니케이션)는 "접종에 의문을 제기하는 콘텐트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평소 품고 있던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생각을 더 고착화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장려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인 터커 칼슨은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폭스뉴스 캡처]

미국 정부가 장려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인 터커 칼슨은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폭스뉴스 캡처]

아직 이들 앵커는 자신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는지에 대해 밝히고 있지 않다.
지난달 NYT 칼럼니스트인 벤 스미스는 칼슨에게 "백신을 맞았느냐"고 문자를 보냈다가 '당신의 성생활에 대해 알려주면 나도 알려주겠다'는 취지의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백신 접종 여부를 묻는 것은 사생활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NYT는 두 앵커의 '백신 회의론'이 결국 시청률 경쟁과 맞닿아 있다고도 봤다. 최근 몇 년 동안 케이블 뉴스 채널 중 부동의 시청률 1위였던 폭스뉴스는 지난 미국 대선 당시 CNN에 그 자리를 넘겨줬다. 최근 다시 1위를 회복했는데, 백신 접종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던 이들 프로그램 덕이 컸다는 것이다.

폭스뉴스의 고위 간부였던 프레스턴 패든은 최근 칼럼을 통해 "(이런 뉴스가) 생명을 살리는 코로나19 백신의 효능과 안정성에 대해 의심을 부추겼다"면서 "피할 수 있었던 많은 미국인의 죽음에 실질적이고 직접적으로 한몫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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