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만 보던 바이든 ‘아이·쿠’…‘美앞마당’ 아이티·쿠바 심상찮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05:00

아이티·쿠바 등 미국의 앞마당에 있는 중남미 국가들의 정세가 동시에 요동치면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 문제에 집중하고 있던 미국으로서도 점차 손을 놓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 CNN은 12일(현지시간) “중국 문제가 끓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쿠바라는 퍼즐까지 미국의 앞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기사를 통해 이 같은 난제를 지적했다.

공산주의 국가 쿠바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건 주말인 지난 11일. 오랜 무역 봉쇄로 약체가 된 쿠바 경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생필품마저 구하기 어려워진 시민들은 199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도 아바나 뿐 아니라 전역에 걸쳐 “독재 타도” “자유” 구호를 외치며 이를 단속하려는 정부와 충돌하고 있다.

바이든 움직인 플로리다 쿠바계 유권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쿠바의 권위주의 체제는 수십년 간 억압과 경제적 고통을 불러왔다”며 “미국은 쿠바 정권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후 취재진들을 만나선 “솔직히 최근 집회는 이전과는 다르다”며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려는 쿠바 정권에 대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도 트위터에 “미국은 표현의 자유와 쿠바 전역의 집회를 지지한다”며 “보편적 권리를 행사하는 평화로운 시위대를 향한 어떤 폭력도 강하게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범 6개월이 지났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쿠바 기조는 아직 분명한 가닥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이 많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때는 오바마 정부 시절의 쿠바 유화 정책을 되살리고,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부과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적 있다. 그럼에도 집권 초기 바이든 정부는 중국ㆍ러시아ㆍ이란 문제 등에 상대적으로 집중해 왔고, 쿠바에 대해선 ‘현상유지’ 경향이 강했다. 올 초 백악관 측이 “쿠바 정책을 변환하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런 바이든 정부의 관심을 돌린 건 미 플로리다 지역의 쿠바계 유권자들이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2일 평가했다. “바이든은 지난 주말 수백 명의 쿠바계 미국인이 쿠바 시민들에게 연대를 표명하기 위해 마이애미의 거리로 나섰을 때야 이를 국내문제로 인식하기 시작됐다”고 풀이하면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일어난 쿠바 정부 비판 시위. [AFP=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일어난 쿠바 정부 비판 시위. [AFP=연합뉴스]

지난 대선 최대 스윙보트 가운데 하나였던 플로리다주(선거인단 29명)엔 쿠바계 이민자들이 많다. 마이애미에 ‘리틀 아바나’라는 지역도 있다. 대선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쿠바계 여배우를 앞세워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을 사회주의자들과 친밀한 것처럼 묘사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폈다. 미국 내 라틴계는 주로 민주당 성향이지만, 플로리다주의 표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에게로 향했다. 쿠바계 이민자들이 사회주의 국가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공화당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됐다.

폴리티코는 “정부가 이번 시위를 기점으로 쿠바인들의 고통을 덜어줄 방안이 무엇인지 검토하게 됐다”며 “백악관이 마침내 쿠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갑작스럽게 촉발된 내부 봉기로 ‘카스트로 이후’ 쿠바 정권이 무너지면 미국 내 대쿠바 정책을 둘러싼 논쟁도 보다 격렬해질 수 있다.

아이티 파병엔 “배제 않는다” 달라진 기조

쿠바의 남동쪽에 위치한 아이티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아이티는 지난 7일(현지시간) 발생한 초유의 현직 대통령 암살사건에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인력 외에 미군 병력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검토가 진행 중(under review)”이라고 답변했다. ‘파병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처음 “파병 계획은 없다”고 한 것보다 개입 가능성에 한 발 더 다가간 답변이다.

아이티는 현재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비롯한 주요 요인들이 유고 상태에 있다. 조세프 클로드 임시 총리를 비롯해 갱단 두목까지 나서서 “현 상황의 책임자”라고 주장하는 등 정국이 혼란에 휩싸여 있다.

이처럼 ‘미국의 안뜰(backyard)’이 동시다발로 혼란스러워지기 직전까지 미국의 관심사는 중국 문제에 집중 돼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쿠바에서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11일에도 앤서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남중국해 관련 비판 성명을 냈다.

남중국해선 긴장감 고조…美“필리핀 건들면 방위조약 발동”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국제중재재판소 판결 5주년을 맞아 “해양법 협약에 따라 구성된 중재재판소는 중국이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의 일부로 결정한 지역에 대한 법적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의 군함이나 함정, 항공기가 무력 공격을 받는다면, 미국은 1951년 미ㆍ필리핀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른 상호 방위 약속을 발동할 것”이라고도 했다. 군사 행동까지 경고한 셈이다.

미국은 지난달 15일부터 파라셀 군도 인근 지역에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등 파견해 항해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12일에는 미 해군의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USS벤폴드가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지난해 남중국해에서 전개된 미 항모인 레이건호와 니미츠호 등의 합동훈련. [미 해군 트위터 캡처]

지난해 남중국해에서 전개된 미 항모인 레이건호와 니미츠호 등의 합동훈련. [미 해군 트위터 캡처]

이에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의 역사적ㆍ객관적 사실을 무시하고 고의적으로 분쟁을 유발하고 있다”며 맞받아쳤다.

자오 대변인은 “편파적인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은 정치적인 희극에 불과하다”며 “누가 남중국해에서 강요와 협박에 가담하고 항행의 자유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지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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