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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사령관 밀러 아프간 떠났다…“탈레반과 20년 전쟁 종지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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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스콧 밀러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 사령관이 12일 카불 본부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스콧 밀러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 사령관이 12일 카불 본부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오스틴 스콧 밀러(60)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군 사령관이 12일(현지시간) 약 3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 이를 두고 “미국과 탈레반이 20년간 이어온 전쟁에 상징적인 종지부를 찍었다“(워싱턴포스트ㆍWP)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철군 방침을 밝힌 지 3개월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8월 31일 철군을 완료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아프간서 손 떼는 미국

밀러 사령관은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의 본부에서 이임식을 갖고 “이제 우리의 임무는 (미국과 아프간, 동맹국의 희생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투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가족과 함께 누군가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앞으로 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하다”면서다.

델타포스 등 최정예 부대서 활약  

밀러 사령관의 업무는 프랭크 매켄지 중부사령관과 피터 바실리 미 해군 소장에게 넘겨졌다. 매켄지 사령관은 아프간 주둔 미군 지휘권을, 바실리 소장은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 보호 업무를 각각 넘겨받았다. 매켄지 사령관은 “(밀러 사령관의 퇴임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한 챕터의 마지막일 뿐”이라며 철군 이후에도 아프간에 대한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실리 소장은 알 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살해한 팀으로 유명한 네이비 실 ‘팀6’ 요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스콧 밀러(왼쪽) 사령관이 12일 이임식에서 프랭크 매켄지 중부사령관에게 지휘권을 이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콧 밀러(왼쪽) 사령관이 12일 이임식에서 프랭크 매켄지 중부사령관에게 지휘권을 이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61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태어난 밀러 사령관은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83년 소위로 임관한 뒤 엘리트 군인 코스를 밟았다.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전투 훈련 과정으로 불리는 미국 육군의 ‘레인저 스쿨’(Ranger School)을 수료한 뒤 미국의 최정예 부대인 75 레인저 연대와 미국 특수부대 델타포스 등에서 활약했다.

전투 경력도 화려하다. ‘고딕 서펀트 작전’(제1차 모가디슈 전투)을 비롯해 9ㆍ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의 일환인 ‘항구적 자유작전’(OEF) 등 주요 전투에 투입됐다. 그가 1993년 참전했던 모가디슈 전투는 소말리아 내 미군 특수부대 및 유엔군과 소말리아 민병대(모하메드 파라아이디드) 간 벌어진 전투로 지난 2001년 개봉된 영화 『블랙호크 다운』의 실제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미군 18명이 사망해 미 특수부대 역사상 가장 뼈아픈 전투로 꼽힌다.

최장수 아프간 주둔 美 사령관

스콧 밀러(왼쪽) 사령관이 12일 이임식에서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콧 밀러(왼쪽) 사령관이 12일 이임식에서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18년 아프간에 부임한 밀러 사령관은 최장수 아프간 주둔 미 사령관 기록을 썼다. 그는 이곳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군 철수의 밑바탕이 된 2020년 탈레반과의 평화 협정을 포함해 바이든 행정부의 철군까지 진두지휘하며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그 스스로도 아프간에서 보낸 시간을 ‘군인으로서 최고의 경력’이라고 꼽는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아프간은 내전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발언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철군 방침을 재차 못 박은 상황에서 아프간 전장 총책임자인 미군 사령관이 사실상 철군을 반대한 것이어서다. 철군이 마무리되는 8월 말까지는 아프간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던 그의 퇴임이 갑작스럽게 여겨지는 이유다. 그는 아프간 사령관직을 마지막으로 38년 군 생활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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