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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이규원 허위보고서’의혹, 檢총장실 수사관 압수수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규원 검사가 지난 5월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소환 조사를 받고 귀가 중이다. 연합뉴스

이규원 검사가 지난 5월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소환 조사를 받고 귀가 중이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씨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총장 부속실 소속이던 A 수사관을 압수수색했다. A 수사관은 2018~2019년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이규원 검사와 함께 근무하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조사차 건설업자 윤중천씨 면담에 동석했다고 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지난 8일 대검찰청 검찰총장 부속실에 근무하던 A 수사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보통 검찰 수사관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니지만 A 수사관은 이 검사의 허위공문서작성 혐의와 주요 참고인이어서 공수처 조사를 받게 됐다. 대검은 공수처의 총장 부속실 압수수색 직후 A 수사관을 일선 검찰청으로 인사 발령했다고 한다.

이규원 보고서에 “윤석열 별장 온 것 같기도” 포함

이 검사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산하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근무하던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김 전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며 윤중천씨를 6차례 면담할 당시 다른 검사 한 명과 A 수사관이 배석했다고 한다. 이 검사가 이후 문제의 면담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A 수사관이 면담 초안 형태의 ‘메모’를 작성해 이 검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2019년 5월 말 법무부 과거사위는 윤중천 보고서를 근거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2013년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라며 수사를 권고하고, “윤갑근 전 고검장이 윤씨와 만나 골프나 식사를 함께했다는 정황이 있다”라고 밝혔다. 또 과거사위 결과 발표에 앞서 보고서 내용이 언론을 통해 미리 공개되기도 했다.

또 보고서에는 과거사위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해 “윤석열 검사장은 ○○○ 소개로 알고 지냈는데, 원주 별장에 온 적이 있는 것도 같다”는 한 줄도 포함됐다. 이를 근거로 한겨레신문이 2019년 10월 11일 자 1면 머릿기사로 『“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는 제목의 오보를 내고 2020년 5월 22일 『‘“윤석열도 접대” 진술 덮었다’…부정확한 보도 사과드립니다』라고 정정보도를 하기도 했다.

곽 의원과 윤 전 고검장은 검찰에 고소장을 냈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수사에 착수했다.이 검사 등이 허위로 윤씨 면담 보고서를 작성하고 법무부 과거사위가 발표하도록 해 곽 의원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고소장의 요지였다. 윤 전 총장도 당시 한겨레신문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사과 보도 이후 고소를 취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던 도중 이규원 검사에게 고위공직자범죄 혐의(허위공문서작성·피의사실공표 등)가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혐의를 지난 3월 17일 공수처에 넘겼다. 공수처법 제25조 2항에 따르면 공수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 등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할 경우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

공수처는 4월 말부터 ‘2021년 공제 3호’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가 수사하는 ‘1호 검사’ 사건이다. 이 검사는 지난 5월 25일과 27일, 6월 1일 등 3차례 공수처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엔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한 달여 만에 A 수사관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이다.

지난 4월 23일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를 항의 방문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3일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를 항의 방문했다. 연합뉴스

곽상도 “빨리 수사해야…마무리 않고 웬 윤석열 수사”

곽 의원은 4월 23일에 이어 6월 30일 공수처를 찾아 “이 검사 사건을 신속히 수사해달라”고 항의했다. 당시 곽 의원은 “공수처가 이 검사 사건도 처리 못 하면서 갑자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나서는데 그건 정치적 수사다”라고 주장했다.

이 검사의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해선 검찰이 지난달 둘째 주 초에 이 검사를 소환 조사했다. 공수처와 검찰이 사실상 1개의 사건을 두고 중복 수사를 벌이는 셈이어서 법조계에서는 “수사가 비효율적으로 진행돼 정의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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