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파이터' Fed 본능 깨울까…美 기대인플레 4.8%, 역대 최고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18:33

지난달 미국 미네소타주 로조의 한 공장에서 직원이 제작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미네소타주 로조의 한 공장에서 직원이 제작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잦아들던 인플레이션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을 태세다. 중앙은행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가계 등 경제 주체 간의 온도 차가 커지고 있어서다. Fed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인은 앞으로 물가 상승세가 유례없이 오래갈 것으로 예상한다. 긴축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준)이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 기대지수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 동안 소비자가 예상하는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4.8%였다. 2013년 뉴욕 연준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향후 3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은 3.6%였다.

미국 미시건대가 최근 조사한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도 4.2%였다. 지난달(4.6%)보다는 0.4%포인트 하락했지만 지난 5월을 제외하면 2011년 4월(4.6%)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높다.

기대인플레 4.8%…통계 작성이래 최고

지난 8일 미국 워싱턴의 한 공사현장에서 노동자가 철근을 묶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8일 미국 워싱턴의 한 공사현장에서 노동자가 철근을 묶고 있다.[EPA=연합뉴스]

반면 Fed가 예상하는 올해 물가상승률은 3%다. 내년 이후에는 2.1%로 전망했다. Fed의 물가 목표치(2%)에 근접한 수치다.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물가상승률과는 거리가 있다. CNBC는 “현재의 물가 상승 압력이 오래가지 않을 거란 Fed의 확신에도, 소비자는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계나 기업 등 주요 경제주체가 자신이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의 물가를 예상한 수치가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가계와 기업은 그에 따라 소비나 투자의 정도를 결정하게 된다. 물가 하락이 예상되면 가계는 소비를 미룰 수 있다. 반대로 물가 상승을 예상하면 소비를 늘리거나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임금이나 투자 규모,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뉴욕타임스(NYT)는 “가계가 물가가 급격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이를 감당하기 위해 급여를 더 요구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 상황은 더욱 빨라지고, 오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경제 심리가 반영된 기대 인플레이션이 실제 물가를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상 최대치 기록한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상 최대치 기록한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美 저물가 시대 종말" 분석도

심지어 저물가 시대의 종언까지 언급하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이후 저물가에 기여했던 세계화가 퇴조하며 수입품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고령화로 인한 경제 활동인구 감소, 가격 하락을 이끌었던 전자상거래 제품의 가격이 오르며 1970년대와 같은 고물가 시대가 닥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는 2018년 1월 3.1%에서 3년 만에 19.3%로, 6배 이상 높아졌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의 관세도 같은 기간 8%에서 20.7%로 상승했다.

여전한 Fed "인플레는 일시적" 고수

미국 워싱턴 연방준비제도 본부 건물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연방준비제도 본부 건물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듯하지만 Fed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CNBC에 따르면 Fed는 이번 주 중 미 의회에 제출할 보고서에서 현재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이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 때문이며,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궤도로 진입하면 물가 압력도 약화할 것이란 것이다.

고용에 방점을 찍은 Fed의 입장에서 '인플레 파이터'의 본성을 드러내기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뉴욕연방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도 “고용과 물가 부문에서 아직 상당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대 고용률과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인 2%에 도달하지 않았기에 아직 Fed가 긴축으로 전환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Fed가 믿는 구석도 있다. 최근 목재와 구리, 농산물 등 급등하던 원자재 가격이 내림세를 보인다. 경기 회복의 척도로 여겨지는 국채 금리도 최근 들어 약세를 보인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해 3월 1.7%까지 치솟았으나 12일(현지시간) 1.36% 수준에 머물고 있다.

높아지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높아지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관건은 13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다. 지난 5월 CPI는 시장 예상보다 높은 5%를 기록하며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류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Fed의 호언장담에도 6월 CPI가 높게 나오면 긴축의 시간표가 당겨질 수도 있다. 시장이 예상하는 6월 CPI 상승률은 5~5.1%, 근원 CPI는 4%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만일 6월 CPI 결과가 시장 예상보다 높으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Fed 역시 긴축정책 전환에 대한 압력을 다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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